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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식의 요람에서 무덤까지] 이벤트 정치 회의실 정치

중앙일보 2018.07.17 01:27 종합 28면 지면보기
신성식 복지전문기자·논설위원

신성식 복지전문기자·논설위원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5년 1월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회의를 주재했다. 이 위원회의 위원장은 대통령이다. 취임한 지 약 2년 만이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대통령의 미혼과 미출산을 들먹이며 인신모독성 비난을 쏟았다. 이유야 어쨌든 박 전 대통령은 재임 기간에 두 차례 회의를 열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더 심했다. 2008년 이 위원회를 대통령 직속에서 보건복지부 장관 밑으로 격하했다. 출산과 인구에는 관심이 별로 없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직후인 지난해 7월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저출산을 두 번째 안건으로 다뤘다. 그해 12월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신임 위원 간담회에서 “기존 대책의 한계를 과감하게 벗어달라”고 강조했다. 올 3월에는 초등학교를 찾아 온종일 돌봄 계획을 발표했다.
 
요람에서 무덤까지 7/17

요람에서 무덤까지 7/17

이런 분위기가 이어지면서 위원회 회의를 곧 주재할 것으로 여겼다. 외교·안보 이슈에 밀리다 취임 1년 2개월이 지나 5일 오전 첫 회의가 열렸다. 2040세대 부담은 낮추고 삶의 질 높이려는 대책을 확정했다. 여러 가지를 담았지만 가장 놀라운 뉴스는 대통령 불참이었다. 청와대가 공개한 대통령의 5일 오전 일정은 ‘일일현안보고, 교황청 외교장관 접견, 업무현안보고’다. 이런 행사가 덜 중요하다는 것은 아니다. 출산율 0명대의 초비상 상황이 걱정될 따름이다.
 
문 대통령이 회의를 주재하며 이번 대책의 예산이 왜 1조원(주거 부문 제외)이 채 안 되는지, 발상의 전환을 주문했는데 그런 게 왜 안 보이는지 등을 따지고 보완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민간위원들의 신랄한 목소리를 듣고 끝장토론이라도 했으면 어땠을까.
 
문 대통령은 5일 저녁 한 행복주택을 방문해 신혼부부와 청년 주거 대책을 발표했다. 주거 문제, 매우 중요하다. 다만 오전에 회의를 주재하며 새 정부의 첫 대책을 설명하고 따진 뒤 현장으로 향했으면 금상첨화였을 게다. 문 대통령은 취임 후 국가치매책임제, 의료보장성 강화(문재인 케어), 온종일 돌봄 보장 등 주요 복지정책을 현장에서 발표했다. 회의실보다 생동감이 넘친다. 하지만 회의장에서 장·차관을 호명하면서 꼼꼼하게 정책을 따지는 것도 현장 못지않게 중요하다. ‘이벤트 정치’만으로는 뭔가 부족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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