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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아우성 커지자 대기업 후려치는 김상조

중앙일보 2018.07.17 01:09 종합 1면 지면보기
김상조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이 16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 도중 물을 마시고 있다. 이날 김 위원장은 ’공정위는 최저임금 상승으로 늘어나는 가맹점주의 부담을 덜기 위한 노력을 할 것“이라며 올 하반기 추진하는 가맹사업법 개정 방향과 개정 하도급법에 관해 설명했다. [연합뉴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이 16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 도중 물을 마시고 있다. 이날 김 위원장은 ’공정위는 최저임금 상승으로 늘어나는 가맹점주의 부담을 덜기 위한 노력을 할 것“이라며 올 하반기 추진하는 가맹사업법 개정 방향과 개정 하도급법에 관해 설명했다. [연합뉴스]

최저임금 부담 기업에 떠넘기는 김상조
 
문재인 대통령이 내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10.9% 오른 8350원으로 결정된 데 대해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을 이룬다는 목표가 사실상 어려워졌다”며 “대선 공약을 지키지 못하게 된 것을 사과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16일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최저임금 위원회의 결정을 존중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문 대통령의 언급은 최저임금위원회가 지난 14일 내년 최저임금으로 8350원을 결정한 뒤 처음 나온 청와대의 공식 입장이다. 이는 전통적인 지지층인 노동계가 공약을 지키지 못한다고 비판한 것에 대해 양해를 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영세 편의점주 등 반발 거세자
“대기업 가맹본부 불공정 조사”
홍종학 “대기업, 납품업체 지원을”

김동연 “최저임금, 경제운용 부담”
문 대통령 “1만원 힘들지만 꼭 할것”

 
하지만 문 대통령은 “정부는 가능한 한 조기에 최저임금 1만원을 실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시기는 다소 늦춰졌지만 ‘최저임금 1만원 시대’를 열겠다는 대원칙은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의미다. 문 대통령은 이어 “최저임금의 인상 속도를 유지하기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올해와 내년에 이어 이뤄지는 최저임금의 인상 폭을 우리 경제가 감당해 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약 달성은 어려워졌지만 기존 ‘소득주도 성장’을 계속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으로 해석된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저임금의 인상 부작용을 청와대가 인정하는 것으로 최저임금 인상 속도는 다소 늦춰질 것”이라며 "소득주도 성장에 대한 방향 선회는 없을 것 같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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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여당은 문 대통령의 사과에 때맞춰 지원사격에 나섰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최저임금 상승에 따른 가맹점주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본부의 불공정 행위에 대한 조사를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17일부터 시행하는 하도급법 개정안을 설명하며 “중소 하청업체의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부담을 대기업도 나누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도 “(중소기업이) 대기업에 최저임금 인상분 납품단가 반영을 요청하면 이를 적극 수용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문제는 현재의 인상 수준만으로도 소상공인·자영업자의 부담이 크다는 점이다. 정부의 대책이 정부의 세금 보전이나 기업의 부담을 전제로 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날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청와대의 정책 기조와 다른 입장을 드러낸 것도 이런 점이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김 부총리는 이날 오전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와 회동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최저임금 두 자릿수 인상이 하반기 경제 운용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어 우려된다”고 말했다. 최저임금 보완책인 ‘일자리 안정자금’에 대해서도 “재정을 통해 시장 가격에 개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견해를 밝혔다. 이날 문 대통령이 지시한 각종 보완대책이나 주요 발언과는 결이 다른 발언이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대선 공약 ‘명분론’과 경제 사령탑으로서의 ‘현실론’, 두 개의 큰 지각이 충돌하는 상황”이라며 “김 부총리가 현실을 반영해 한계를 지적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정책) 엇박자가 아닌, 충분한 소통의 결과”라고 말했다. 
 
세종=손해용·서유진 기자 sohn.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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