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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부장들까지 소집한 최종구 왜

중앙일보 2018.07.17 00:02 경제 4면 지면보기
최종구 금융위원장(왼쪽)이 지난 11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인터넷전문은행 국회 토론회에 참석해 심성훈 케이뱅크 은행장과 악수하고 있다. 최 위원장은 이틀 뒤인 지난 13일 주요 시중 은행 부장들을 불러모아 ’가계대출 총량 관리에 협조해 달라“고 당부했다. [연합뉴스]

최종구 금융위원장(왼쪽)이 지난 11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인터넷전문은행 국회 토론회에 참석해 심성훈 케이뱅크 은행장과 악수하고 있다. 최 위원장은 이틀 뒤인 지난 13일 주요 시중 은행 부장들을 불러모아 ’가계대출 총량 관리에 협조해 달라“고 당부했다. [연합뉴스]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주요 시중은행 부장들을 불러모아 “가계대출 총량 관리에 협조해 달라”고 당부했다. 가계대출 관리에 대한 중요성을 재차 강조한 것으로 보이지만, 업계에서는 대출 통제 압박으로 받아들여졌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임원 아닌 실무자 부른 건 이례적
가계대출 증가율 8.2% 목표치 강조
“제 생각만 말고 은행권 총량 고려”
‘정부의 대출 통제 압박’ 지적 나와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 위원장은 지난 13일 주요 시중은행 대출 담당 실무자들을 금융위로 소집해 면담했다. 은행별로 대출 관련 부서의 부장급 실무자 2명씩이 참석한 이 날 면담은 1시간여 동안 진행됐다. 장관급인 금융위원장이 은행 임원들이 아닌 부장급 실무자들을 소집해 만나는 건 이례적인 일이다. 면담 자체도 예정에 없었다가 급히 마련된 것이다. 최 위원장이 당일 “현장 대출 실무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고 말해 자리가 마련됐다.
 
최 위원장은 이들에게 가계대출 총량 관리에 협조해 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올해 정부 목표치인 가계대출 증가율 8.2%를 언급하면서 “은행들이 자기 생각만 하지 말고 전체 업권의 가계대출 총량을 함께 고려해 달라. 가계대출 리스크 관리에도 각별히 신경 써달라”고 말했다고 은행 관계자들은 전했다.
 
최 위원장은 본인이 취임한 이후 추진해온 가계대출 관리 대책들에 대한 시장 반응을 궁금해하기도 했다. 구체적으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시범 도입한 지 3개월 정도가 지났는데 요즘 상황은 어떠냐”, “주택담보대출 규제 이후 현장 분위기는 어떠냐”고 물었다.
 
중소기업 대출과 중소기업 상황에 관해서도 관심을 보였다. 최 위원장은 “요즘 중소기업 사정이 안 좋다는 이야기가 들린다”며 은행별 중소기업대출 건전성 관리 현황과 중소기업에 대한 ‘동산(動産) 담보대출’ 확대 시행 정책과 관련한 현장 반응 등을 자세히 질문했다.
 
최 위원장의 은행 실무자 소집은 일차적으로 가계대출 관리에 대한 평소의 관심이 반영된 이벤트로 해석된다. 그는 지난해 7월 취임사에 “우리 경제에 만연해 있는 빚 권하는 폐습은 사라져야 한다”는 문구를 넣을 정도로 엄정한 가계대출 관리를 강조해왔다. 그러면서 LTV와 DTI 한도는 낮춘 정부 합동 82부동산 대책,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과 신(新) DTI 등을 도입한 지난해 10월의 가계부채 종합대책 등을 연이어 발표했다.
 
지난달 25일에는 각 시중 은행장들을 만나 “가계부채 증가속도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소득증가율을 고려할 때 가계부채 증가율을 조금 더 낮춰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표면적으로는 가계부채 증가율이 다소 둔화하는 등 성과도 있었다. 지난 1분기 가계부채 증가율은 8.0%로, 2015년 1분기 이후 3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아직 증가율이 둔화했을 뿐 가계대출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에도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은 791조8000억원으로 전월 대비 5조원 늘어났다. 모든 금융권의 가계부채 총액은 1500조원에 육박한다. 미국 기준금리 인상 기조에 따라 한국은행이 국내 기준금리를 올리기 시작하면 한국 경제를 뒤흔들 뇌관이 될 수도 있다. 최 위원장이 은행 실무진들을 만난 것도 가계부채 관리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하기 위한 일상적 조치였다는 게 금융당국의 설명이다.
 
하지만 은행권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익명을 요청한 은행권 관계자는 “최 위원장이 면담 자리에서 강압적으로 지시를 한 건 아니지만 은행들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정부의 최고 책임자인 만큼, 듣는 입장에서는 대출 통제 압박으로 느꼈을 가능성이 크다”며 “특히 금융위원장과 자주 만나는 은행장이나 임원들과 달리 부장급 실무진들에게는 최 위원장의 ‘부탁’이나 질문하나하나가 예사롭게 들리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용환 기자 jeong.yonghwa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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