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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니어 골퍼 몸에 붙은 스윙 함부로 바꾸지 말라

중앙일보 2018.07.16 15:02
[더,오래] 민국홍의 19번 홀 버디(8)
고등학교 모임인 경골회에서 골프 라운딩 후 찍은 단체 사진. [사진 민국홍]

고등학교 모임인 경골회에서 골프 라운딩 후 찍은 단체 사진. [사진 민국홍]

 
나이가 먹어 은퇴를 눈앞에 두면 대부분의 골퍼가 계속 골프를 쳐야 하는지 고민한다. 무엇보다 은퇴하면 연금이나 모아놓은 재산을 까먹으며 살게 되는데 비싼 경비를 어떻게 조달하느냐 하는 문제가 생긴다. 다음으로 아내가 골프를 치지 않는 경우 굳이 혼자만 골프를 즐겨야 하는지 회의를 하지 않을 수 없다. 마지막으로. 실력이 줄어 골프를 하는 재미가 없어진다. 80대 초반이던 스코어가 90대 보기로 급전직하한다.
 
골프를 좋아하던 중산층의 베이비부머라면 한 번쯤은 해보는 고민일 것이다. 실제 주변에서 골프 대신 당구로 옮겨 타는 경우를 보기도 한다. 나 역시 지난 3, 4년간 골프를 끊어야 하는지 심각하게 고민해왔다. 드라이버 샷의 거리는 줄면서 정확성이 떨어지고, 퍼팅 또한 제대로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총체적 난국이었다.


미스 샷 만회하려다 무리수, 보기 플레이어로 전락
한때 핸디캡 10을 자랑하던 실력은 온데간데없고 보기 스코어를 기록하기 예사다. 230야드 이상 나가던 드라이버 샷의 거리는 200야드 안팎으로 줄었다. 아이언 샷의 경우 전에는 공을 찍어 높이 띄울 수 있었는데 이제는 토핑 볼이 많이 나오고 있다. 세 걸음 이내로 붙이던 어프로치 실력도 어디론가 증발했다. 한 홀에서 미스 샷이 하나라도 나오면 이를 벌충하기 위해 샷을 하면서 무리수가 나오는 경향이 있다. 오호 통재라! 보기 플레이어로 전락하다니.
 
지난 6월20인 지산cc에서 열린 고등학교 동기회 골프대회에서 80타를 쳤다. [사진 민국홍]

지난 6월20인 지산cc에서 열린 고등학교 동기회 골프대회에서 80타를 쳤다. [사진 민국홍]

 
한때는 스코어가 너무 잘 나와 골프 치는 재미에 시간 가는 줄 몰랐다. 2005년 여자프로골프협회 전무가 되면서 집중력을 발휘해 골프를 쳤다. 전무 된 지 5개월 만에 88CC에서 76을 기록했다. 그날부터 핸디캡 10을 놓았다. 그러면서 홀인원도 세 번 했고 페어웨이 벙커에서 샷 이글도 했으며 어렵다는 제주 나인브릿지 골프장에서 사이클 버디를 기록하는 위업(?)도 달성했다.
 
아마추어치고는 드라이버 샷 미스가 거의 없었고 아이언 샷이 일품이던 나는 은퇴를 앞두고 모르는 사이에 스윙이 망가져 갔다. 나이가 들면서 근력과 유연성, 균형감이 줄어들어 예전 같은 스윙을 할 수 없는데 그 원인을 다른 데서 찾았다. 이렇게 신체 변화가 오면 전문 레슨 프로를 만나 이에 맞는 스윙 동작을 익히든지 아니면 근력과 유연성을 보강해야 했다. 그런데 사이비 레슨 프로(?)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우를 범했다.
 
지난해 초 친구 4명이 태국 방콕에서 라운딩했다. 당시 레슨 전문 프로한테서 특별훈련을 받던 한 친구가 나의 스윙을 동영상으로 찍더니 백스윙 시 머리가 뒤로 움직이고 올라가며 임팩트 시 다시 머리가 내려온다고 지적했다. 그러니 공이 제대로 맞을 리가 없다는 것이다. 나는 최근까지도 이 친구의 말에 혹해 몸통과 머리를 고정하느라 신경을 많이 썼는데 공이 더 안 맞았다. 유연성이 부족한 나는 몸통을 돌리지 않고 팔로만 공을 치고 있었다.
 
이런 일을 겪고 나서 큰 깨달음을 얻었다. 너무 잘 치려고 조급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나이 들수록 노숙함을 장점으로 해야 하는데 자꾸만 만회하려 성급해지고 미스 샷을 많이 하게 된다는 사실이다. 사실 많은 골퍼는 파 4 홀에서 두 번 만에 온그린을 하는 것보다는 세 번에 하고 한 번의 퍼팅으로 파를 하는 3학년 1반식의 골프를 하는 게 바람직한지도 모른다.


몸에 붙은 자신의 스윙 함부로 바꾸지 말라
골프선수 임진한. 어느 날 방송에서 임진한 프로의 스윙 레슨을 보고 필드에서 그 스윙을 해보니 공이 비교적 멀리 똑바로 날아갔다. [중앙포토]

골프선수 임진한. 어느 날 방송에서 임진한 프로의 스윙 레슨을 보고 필드에서 그 스윙을 해보니 공이 비교적 멀리 똑바로 날아갔다. [중앙포토]

 
둘째 평생 몸에 붙은 자신의 스윙을 함부로 바꾸려 하지 말라는 지극히 상식적인 교훈을 다시 깨우쳤다. 어느 날 방송에서 임진한 프로의 스윙 레슨을 보니 예전의 내 스윙이 생각났고 필드에서 그 스윙을 해보니 공이 비교적 멀리 똑바로 날아갔다. 핸드 퍼스트에 페이스를 열라는 이야기다.
 
시니어 골퍼의 영원한 사부로 통하는 양찬국 스카이 72 골프 앤드 리조트의 헤드 프로를 만나보니 비슷한 조언을 한다. 시니어의 경우 백스윙 시 머리가 뒤로 가고 다운스윙 시 머리가 내려와도 괜찮다고 한다. 백스윙할 때 골프채를 눈으로 따라가도 괜찮다고 한다. 유연성을 보충해준다는 것이다. 
 
특히 퍼팅의 경우 한 번에 넣는다는 생각을 버리고 두 번에 걸쳐 넣자는 마음을 먹으라고 권한다. 복근이 떨어져 그린의 지면과 눈을 평행으로 맞추는 게 쉽지 않아 그렇다는 것이다.
 
이런 조언과 함께 나름의 깨달음이 생기니 다시 골프를 하는 게 좋아졌다. ‘보기 플레이어면 어떠리’라는 마음으로 안분지족(安分知足) 형 플레이어가 되기로 했다. 그러다 보니 다시 옛날 스윙이 조금씩 살아나 스코어도 내려가는 것 같다. 나이가 들어가는 이점이 무엇이겠는가. 젊었을 때의 패기와 정교함을 노숙함과 마음의 여유로 대처하면 되지 않겠는가. 필드가 나를 부른다.
 
*추신: 이 글을 쓰고 나서 연속으로 3번 친 골프의 스코어가 82, 80, 84이다. 마음을 내려놓은 게 주효한 모양이다.
 
민국홍 KPGA 코리안투어 경기위원·중앙일보 객원기자 minklpg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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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국홍 민국홍 KPGA 경기위원 필진

[민국홍의 19번 홀 버디] 골프 전문가다. 현재 KPGA(한국남자프로골프협회) 경기위원과 KGA(대한골프협회) 규칙위원을 맡아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KLPGA(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 전무를 역임했고 스포츠마케팅회사인 스포티즌 대표이사로 근무하는 등 골프 관련 일을 해왔다. 인생 2막을 시작하면서 골프 인생사를 있는 그대로 담담하게 풀어나가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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