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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중앙] 야생 벌 40%가 멸종 위기…살기 힘든 꿀벌이여, 도시에서 함께 살자

중앙일보 2018.07.16 12:00
(왼쪽부터) 김동률·조현승·안현성 소중 학생기자가 김진아 도시양봉가를 만나 도심에서 벌을 키우는 일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다. 경기 상상캠퍼스 건물 옥상에서 김씨가 관리하는 벌들도 함께 살펴봤다.

(왼쪽부터) 김동률·조현승·안현성 소중 학생기자가 김진아 도시양봉가를 만나 도심에서 벌을 키우는 일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다. 경기 상상캠퍼스 건물 옥상에서 김씨가 관리하는 벌들도 함께 살펴봤다.

“꿀벌이 사라졌다!” 지금으로부터 십여 년 전인 2006년, 미국에서 처음으로 꿀벌 실종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수백 개의 벌통에 살고 있던 수천만 마리의 벌들이 감쪽같이 사라진 거예요. 외부의 침입 흔적도, 죽은 벌들의 흔적도 찾아볼 수 없었죠. 이전까지 볼 수 없었던 이상한 일이었어요. 그 후로도 꿀벌이 사라지는 현상은 계속됐습니다. 벌들에게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요. 벌들이 사라지면, 우리 인간들은 과연 괜찮을까요.  
 
글=최은혜 기자 choi.eunhye1@joongang.co.kr, 동행취재=김동률(서울 위례별초 4)·안현성(하남 위례초 4)·조현승(서울 영훈초 6) 학생기자, 사진=임익순(오픈스튜디오), 자료=어반비즈서울(Urban Bees Seoul)·『꿀벌이 사라지고 있다』(보물창고)
 
#1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꿀벌의 경고’   
지난해 12월 유엔(UN)은 매년 5월 20일을 ‘세계 벌의 날’로 제정했어요. 벌을 보호하는 일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서죠. 특히 유럽에서 가장 큰 양봉 국가인 슬로베니아가 적극 나섰습니다. 미국에서는 이미 매년 8월 셋째 주 토요일을 ‘꿀벌의 날’로 기념하고 있대요. 사라져가는 벌에 대해 전 세계 사람들이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는 건데요. 현재 지구촌 야생 벌 약 2만 종 가운데 40%가 멸종 위기에 처해 있다고 합니다.  
 
#2 꿀벌이 자꾸만 사라지는 이유는  
사람들은 꿀벌이 사라지는 이유에 대해 추측하기 시작했어요. 유전자 조작 농작물? 휴대폰의 전자파? 지구 멸망의 신호? 과학자들은 더욱 정밀하게 군집붕괴현상을 조사하고 실험을 통해 그 원인을 알아내려고 노력했죠. 수많은 벌들이 떠나간 벌통에서 몇몇 남은 벌들을 채집해 아무 이상이 없는 벌통의 건강한 벌들과 비교해봤습니다. 또 벌집에서 꽃가루·밀랍·애벌레 등도 수집했어요.  
 
가장 먼저 의심한 것은 꿀벌을 해치는 해충이었습니다. 꿀벌의 몸에 붙어 피를 빨아들이는 진드기와 꿀벌의 몸 안에 사는 기생충 등이죠. 하지만 과학자들이 아무리 관찰해 봐도 특별히 차이점이 발견되지는 않았어요. 다만 군집붕괴현상이 나타난 벌통의 벌들은 여러 바이러스에 감염돼 있고 병에 걸려 건강하지 못한 상태라는 사실은 발견할 수 있었답니다. 무언가가 벌들을 아프게 하고 있다는 것만은 확실했어요.  
 
또 한 가지 범인으로 지목된 것은 거대해지고 산업화된 농장이었습니다. 아주 넓은 땅에 한 가지 작물을 전문적으로 재배하는 농장을 말하는데요. 이곳에서 자라는 벌들은 한 가지 꽃의 꿀만 먹을 수밖에 없죠. 만약 여러분이 매일 한 가지 음식만 먹어야 한다고 생각해 보세요. 입맛이 없어지는 건 물론,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할 수 없어서 건강에 큰 문제가 생기겠죠.  
 
이런 농장의 더 큰 문제는 해충으로부터 작물을 지키기 위해 농약을 사용한다는 점이에요. 벌을 기르는 양봉인들도 벌을 괴롭히는 진드기를 없애려고 농약을 쓰기도 했어요. 실제로 실험실에서 벌집의 꽃가루를 관찰한 결과, 꽃가루당 평균 다섯 종류의 농약 성분이 발견됐습니다. 많게는 무려 열일곱 종류의 농약 성분이 검출됐죠.  
 
여전히 과학자들은 꿀벌을 흔적도 없이 사라지게 하는 범인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답을 찾지는 못했습니다. 하지만 농약과 바이러스, 환경 변화 등 여러 가지 원인이 합쳐져서 꿀벌이 살기 힘들어진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측하고 있어요.  
 
#3 꿀벌이 사라지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맛있는 사과와 딸기. 우리가 좋아하는 이 과일들이 자라는 데 꼭 필요한 네 가지는 뭘까요. 햇빛과 물, 그리고 영양분… 마지막 하나는? 바로 꿀벌을 꼽아야 할 겁니다. 꿀벌이 ‘꽃가루받이(수분)’를 해주기 때문이죠. 꿀을 찾아 꽃 안으로 들어간 꿀벌이 꽃가루를 몸에 묻히며 꿀을 빨아들이는 동안 수술의 꽃가루가 암술을 만나게 되는 거예요. 꽃가루가 암술대를 통해 밑씨를 만나 수정이 되면 씨앗이 생기고 열매가 맺혀요. 바람과 비, 거미를 비롯한 다른 동물 등도 꽃가루받이를 도울 수 있지만 꿀벌만큼 효과적으로 돕지는 못한답니다.  
 
지구상의 모든 과일·곡물·채소 등 농작물 가운데 3분의 1은 꿀벌이 꽃가루받이를 담당하고 있어요. 그중에서도 사과·딸기·양파·당근·호박 등은 90% 가까이 꿀벌의 꽃가루받이에 의존하고 있죠. 고소한 맛이 좋은 아몬드는 무려 100% 꿀벌이 꽃가루받이를 해줍니다. 만약 꿀벌이 없어진다면 이런 음식들도 같이 사라지는 셈이에요. 꿀벌이 일으키는 경제적 가치는 우리나라에서만 6조원에 달한다고 해요. “꿀벌이 사라지면 4년 안에 인간도 멸종할 것이다.” 아인슈타인이 한 말에 고개가 끄덕여지네요.  
 
#4 도시에서도 벌을 키운다, 도시 양봉
최근에는 위기에 처한 꿀벌을 살리고 사람도 혜택을 얻을 수 있는 방법으로 ‘도시 양봉’이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말 그대로 도시에서 꿀벌을 키우는 일을 의미하죠. 건물 옥상이나 도심 공원 등에 벌통을 두고 길러요.  
 
도시 양봉은 꿀벌의 중요성을 깨달은 해외에서 먼저 시작됐는데요. 영국 런던에선 1990년대 후반부터 도시 양봉이 시작됐고, 도심에 설치된 벌통이 3300여 개에 이른다고 해요. 런던 양봉가협회는 매달 교육과 세미나를 열어 더 많은 사람들에게 도시 양봉을 전파하고 있죠. 덴마크에서는 도시 양봉을 통해 일자리를 만들었어요. 코펜하겐의 ‘뷰비(Bybi)’라는 사회적 기업은 저소득층과 알코올중독자, 난민 등을 고용해 도시 양봉 활동을 했습니다. 이웃나라 일본에서도 2006년 도쿄 지역의 ‘긴자 꿀벌 프로젝트’라는 단체가 도시 양봉을 시작했어요.  
 
우리나라는 비교적 뒤늦게 도시 양봉에 관심을 기울이게 됐지만 꾸준히 자리를 잡아가고 있습니다. 지난해 기준으로 서울에 29곳, 대전 10곳, 세종시에 2곳의 도시 양봉장이 운영되고 있어요. 도시 양봉은 밀원식물(꿀의 원천이 되는 식물)이 가까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에서든 가능해요. 공원이나 산에 있는 꽃과 나무가 훌륭한 밀원이 될 수 있죠. 꿀벌의 행동반경은 직선거리 2㎞ 정도로 꽤 먼 곳까지 날아가요.  
 
최근 우리나라는 기후변화와 도시열섬(도심의 기온이 다른 일반적인 지역보다 높게 나타나는 것) 현상으로 꽃이 남쪽부터 차례로 피지 않고 동시다발적으로 피고 있어요. 꿀을 찾아 이동하면서 벌을 치는 전통적인 방식이 어려워졌죠. 고정된 장소에서 하는 도시 양봉이 관심을 얻고 있는 또 하나의 이유입니다.  
 
도시는 고온건조하고, 다양한 식물이 자라며, 농약의 위험으로부터 안전하다는 점에서 벌을 키우기에 좋은 환경으로 평가됩니다. 환경지표종인 꿀벌이 도시에서 살아가는 건 자연생태계가 건강하다는 증거죠. 꿀벌이 도시에서 잘 살 수 있는 환경은 인간에게도 살기 좋은 환경이에요. 꿀벌이 많아지면 꽃과 열매도 더 많아지고 그에 따라 곤충과 작은 새들도 도시로 찾아올 거예요.  
 
<소중 학생기자단의 도시 양봉 현장 방문기>
소중 학생기자단은 『도시 양봉을 하다』(전원문화사)의 저자 김진아씨를 만나러 경기도 수원시에 있는 경기 상상캠퍼스를 찾아갔습니다. 김씨는 이곳 옥상에서 관리하고 있는 벌통을 학생기자들에게 보여줬어요. 벌에게 다가가려면 방충복은 필수. 벌이 옷 속으로 들어가지 않도록 손목과 발목, 허리 부분 끈을 잘 여밉니다. 향수나 샴푸 등 향이 강한 제품은 쓰지 않는 게 좋아요.  
 
소중 학생기자단이 김진아(맨 왼쪽) 도시양봉가 를 만나 벌에 대한 궁금증을 풀었다.

소중 학생기자단이 김진아(맨 왼쪽) 도시양봉가 를 만나 벌에 대한 궁금증을 풀었다.

보통은 벌통을 열 때 연기를 발생시키는 훈연기로 벌들을 진정시키지만, 김씨는 최대한 벌에게 스트레스를 주지 않기 위해 훈연기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했어요. 기자단이 찾아간 날은 며칠 동안 비가 내린 후라 벌들이 예민한 상태였죠. 벌이 벌통으로 드나드는 입구 쪽을 막아서지 않도록 조심해야 해요. 벌이 침입자라고 생각하고 공격할 수 있거든요.  
 
윙윙거리며 날아다니는 벌들에 겁을 잔뜩 먹은 소중 기자단이었지만, 벌집을 직접 들여다보고 싶은 호기심은 막지 못했습니다. 김씨는 벌집판을 하나씩 꺼내 여왕벌과 애벌레, 알 등을 보여줬죠. 벌집 안에 들어 있는 하얀색 알은 너무 작아서 자세히 봐야 했어요. 김씨는 일주일에 한 번 정도 벌통을 열어 벌들에게 이상이 없는지 살펴봅니다.  
 
벌통의 출입구를 통해 벌들이 분주히 드나드는 모습.

벌통의 출입구를 통해 벌들이 분주히 드나드는 모습.

벌집판에는 꿀벌이 밀랍으로 뚜껑을 만들어 보관하고 있는 꿀이 가득했어요. 김씨는 도시 양봉으로 얻는 꿀이 생산량은 많지 않지만 품질이 좋다고 자신 있게 말했죠. 꿀의 수분 함량을 인위적으로 낮추는 ‘열처리’를 하지 않고, 진드기를 없애기 위한 항생제도 쓰지 않기 때문이에요. “도시는 조경을 꾸준히 하기 때문에 의외로 꽃이 늘 피어 있어요. 꿀을 찾기 좋은 환경이죠. 벌은 배에서 꿀을 소화시키는 과정을 통해 오염 성분을 거르기 때문에 도시의 환경오염이 꿀에 남아있지 않을까 하는 걱정은 하지 않아도 돼요.”
 
벌집의 육각형 구조는 충격에 잘 견디고 단열 효과가 있다. 축구공·골판지·우주망원경 등에서 육각형 구조를 볼 수 있다.

벌집의 육각형 구조는 충격에 잘 견디고 단열 효과가 있다. 축구공·골판지·우주망원경 등에서 육각형 구조를 볼 수 있다.

<학생기자 취재 후기>
처음에는 나무와 꽃이 적은 도시에서 벌을 키우는 게 가능할까 생각했어요. 또, 벌은 침을 쏘아 사람을 위험하게 하는 곤충인 줄 알았는데 이렇게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몰랐어요. 벌집을 꺼내 볼 때는 방충복을 입고도 겁이 났어요. 하지만 먼저 공격하지 않으면 쏘지 않는다는 얘기에 안심이 되었죠. 벌집에 가득한 꿀을 보니 군침이 돌았어요. 그동안 생각해보지 못했던 벌의 이로움에 대해 알고 벌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어요. 자연을 아끼고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도록 노력해야겠다고 다짐했어요. 김동률(서울 위례별초 4)
 
취재를 가는 동안 도시에서 어떻게 꿀을 만들어 내는지 궁금했어요. 꿀벌의 집 구조와 벌이 어떤 일들을 하는지 등 많은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벌의 육각형 집 구조가 특이했어요. 벌을 직접 보는 일은 신나고 떨리는 순간이었죠. 책에서 보던 그 벌집을 실제로 보니 신기했어요. 저는 여왕벌이 가장 마음에 들었습니다. 방충복을 입으니 잠깐 벌집을 보는 사이에도 땀이 쏟아졌어요. 무더운 날씨에도 소중히 벌과 벌집을 돌보는 일이 존경스럽게 느껴졌습니다. 안현성(하남 위례초 4)
 
양봉이라고 하면 그저 ‘시골에서 지루하게 벌통에 벌 몇 마리를 넣고 그것을 가끔씩 꺼내 꿀을 얻는 것’이라고만 생각했어요. 그런데 취재를 위해 사전 조사를 하면서 그 생각이 틀렸다는 걸 알게 됐죠. 도시 양봉에 대한 호기심을 풀 수 있었어요. 실제로 벌을 만나러 갔을 때 조금은 무서웠어요. 태어나서 처음으로 벌이 바글바글한 벌집을 봤거든요. 수백, 수천 마리의 벌들이 서로 도와가며 힘을 합쳐 살아간다는 점이 감동으로 다가왔습니다. 인간들이 벌들에게 협력하는 법을 본받아야 할 것 같아요. 조현승(서울 영훈초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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