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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스 받으면 음식이든 사람이든 씹어라

중앙일보 2018.07.16 07:01
[더,오래] 박용환의 동의보감 건강스쿨(27)
씹으면 스트레스가 풀린다. [사진 pixabay]

씹으면 스트레스가 풀린다. [사진 pixabay]

 
스트레스를 받으면 씹어보자. 그러면 놀랍게도 스트레스가 풀린다. 씹는 것에도 한의학과 인체 과학이 숨어 있다. 진료실에서 환자들이 많이 궁금해하는 부분을 Q&A 형식으로 풀어본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먹는 습관이 있어요. 뭔가를 씹으면 풀리는 것 같아서요. 무슨 이유일까요.”
먹을 때는 음식의 맛에서 느껴지는 화학적 만족감이 가장 크겠죠. 달콤한 초콜릿, 매운 불닭 이런 거 많이 먹잖아요. 맛은 뇌 신경 호르몬을 조절해 정신적 만족을 줍니다. 그 외에 질문처럼 씹는다는 행위에서 오는 물리적인 만족감이 있어요. 이를 통해 정신적인 만족 상태를 만들어 낼 수 있어 씹는 것은 스트레스를 푸는 데 굉장히 도움이 됩니다.
 
“저는 스트레스를 받으면 바게트를 뜯어 먹어야 직성이 풀려요. 씹어서 스트레스가 풀리는 게 어떤 원리인가요.”
음식을 잘 씹어주면 턱관절이 움직입니다. 우리 턱에는 피로가 잘 쌓입니다. 그 이유는 우리 몸 대부분의 관절은 뼈와 뼈끼리 접촉해 무게를 받쳐주고 있는데, 턱은 아래턱 근육으로만 지지해 붙어 있어요. 이미 스트레스를 받는 거죠. 거기다 정신적인 피로가 더해지면 턱관절에 쉽게 무리가 갑니다.
 
스트레스 받으면 딱딱해지는 턱관절
씹는 행위는 턱관절을 움직여 일종의 스트레칭을 하는 효과를 만들어 내어 관절을 풀어준다. [중앙포토]

씹는 행위는 턱관절을 움직여 일종의 스트레칭을 하는 효과를 만들어 내어 관절을 풀어준다. [중앙포토]

 
그래서 턱관절은 스트레스를 받으면 더 딱딱해지고, 턱 주변과 옆머리 근육 및 뒤통수까지 굳게 만들어요. 씹는 행위는 턱관절을 이리저리 움직여 일종의 스트레칭을 하는 효과를 만들어 냅니다. 바게트처럼 조금 딱딱한 질감이 있는 것을 씹어야 관절끼리 풀어주는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습니다.
 
“와~ 턱관절에 그런 면이 있었군요. 스트레스를 받으면 꽉꽉 씹어야겠네요.”
네, 턱관절의 움직임은 다시 목뼈 1, 2번에 영향을 미쳐요. 이 두 뼈는 머리, 즉 두개골을 지지하는 데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이 뼈들의 움직임이 원활하고 부드러워야 두뇌뿐만 아니라 척추 전체가 건강해집니다. 두뇌와 척수가 건강해져야 자율신경도 좋아지고, 자율신경이 안정되어야 스트레스를 이겨낼 힘이 생기죠. 이렇게 씹는다는 것은 간접적으로 척추와 자율신경까지 영향을 미칩니다. 그런데 또 한 군데 스트레스에 굉장히 중요한 곳이 있습니다.
 
두개골은 여러 조각으로 나뉘어져있다. 몸을 움직일 때마다 두개골의 리듬이 달라진다. [사진 박용환]

두개골은 여러 조각으로 나뉘어져있다. 몸을 움직일 때마다 두개골의 리듬이 달라진다. [사진 박용환]

 
“그게 어디죠. 혹시 머리뼈 해골을 보면 한 통으로 되어 있는 게 아니라 여러 조각으로 나뉜 것 본 적 있나요.”
이 조각마다 리듬이 있어요. 숨 쉬고, 감정이 생기고, 몸을 움직일 때마다 그에 맞춰 두개골의 리듬이 달라집니다. 두개골의 여러 조각이 부드러운 리듬을 가지면 몸이 편안해지고, 정신적으로 안정을 취할 수 있어요. 이 리듬이 깨지면 불안하면서 감정조절에 이상이 생기도 하고, 두통이나 어지럼증, 컨디션이 나빠지죠. 한의원에서는 두개골의 리듬을 잡아주는 치료를 하기도 해요. 씹는 동작을 하다 보면 두개골의 리듬이 어느 정도 좋아지는 경향이 있어요. 마치 음악이 흐르는 곳에 있다 보면 점차 자연스럽게 리듬과 비트를 타잖아요. 씹는 것이 마치 두개골에는 음악 같은 역할을 하나 봅니다.
 
“이렇게 설명을 들으니 사람의 몸은 모두 연관이 있는 것 같네요.”
네, 인체는 유기적인 시스템으로 바라봐야 이해할 수 있어요. 그 이해가 바탕이 되어야 몸 전체를 제대로 관리할 수 있죠. 또 하나 연결된 것이 침이에요. 씹으면 침 분비도 원활해집니다. 치매나 중풍처럼 뇌에 이상이 있는 분들이 침 분비가 제대로 안 되는 것 알고 계시죠. 그처럼 침은 뇌의 활동을 간접적으로 알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해요.
 
'고치법' 두뇌 발달에 도움
이를 딱딱 부딪쳐 침이 나오면 삼키는 것을 고치법이라고 부른다. [사진 pixabay]

이를 딱딱 부딪쳐 침이 나오면 삼키는 것을 고치법이라고 부른다. [사진 pixabay]

 
예로부터 총명 비법이라는 것이 전해지는데 두뇌를 발달시키는 방법이죠. 그런데 이게 정말 간단해요. 아침에 일어나 이를 딱딱 부딪쳐 침이 나오면 삼키면 돼요. 고치법이라고 하는데 막상 들으니 아주 쉽죠.
 
“머리가 좋아진다고요. 저는 아이가 있는데 귀가 번쩍 뜨이네요. 아이들에게도 도움이 되나요.”
네 당연히 아이들의 뇌 발달에도 도움이 됩니다. 고치법은 새벽 공복에 하는 것이 원칙이긴 하지만 아침에 침 분비가 많아지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에요. 그래서 밥 먹을 때 꼭꼭 씹어 먹는 게 중요하고, 특히 아침 식사를 그렇게 잘 먹으면 자동으로 고치법도 되는 것입니다. 아이에게 아침 식사를 잘 차려줘야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혹시, 사람을 씹기도 하잖아요. 뒷담화처럼요. 똑같이 스트레스가 풀리는데 이것도 근거가 있을까요.”
말장난처럼 들릴 수 있지만 사람을 씹는 뒷담화는 스트레스를 푸는 데 가장 직접적이고 빠른 방법이긴 합니다.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하는 기능도 있고, 사실을 말로 풀어내면 그 사실이 객관화되거든요. 그러면 감정을 털어내는 데 훨씬 수월해집니다. 또 누군가와 함께하면서 유대감, 소속감도 느껴져 정신적으로 안정이 되죠.
 
음식에 수다, 가장 효과적인 스트레스 해소법  
여러사람이 함께 모여서 맛있는 것을 먹으며 수다를 떠는 것이 스트레스를 푸는 데 제일 좋은 방법이다. [중앙포토]

여러사람이 함께 모여서 맛있는 것을 먹으며 수다를 떠는 것이 스트레스를 푸는 데 제일 좋은 방법이다. [중앙포토]

 
거기다 음식이나 술을 함께 하면 효능이 더하다고 할까요. 뒷말이 좋다 나쁘다를 논의하는 것은 사회적인 면에서 접근해야겠지만, 정신심리의학적인 접근에서는 나쁘다고만 할 수 없어요. 물론 좋은 이야기를 해도 스트레스가 풀리니까 꼭 뒷담화가 아니더라도 좋은 사람과 함께 모여서 맛있는 것을 먹으면서 수다를 떠는 것이 스트레스를 푸는 데 제일 좋은 방법이겠죠.
 
“어렵지 않고 간단한 방법이 스트레스 관리에 도움이 된다니까 이제 먹을 때 조금 더 꼭꼭 정성 들여 씹어야겠어요.”
스트레스로 인한 문제는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조금씩 안고 살아갑니다. 이게 커지면 화, 걱정, 초조, 우울, 공황장애까지 생기죠. 한의학에서도 정신·심리상담을 하지만 문턱이 높은 건 사실이에요. 씹는 것이 간단한 방법이지만 원리를 알고 나니까 효과가 있다는 것이 느껴지죠. 이렇게 스트레스를 관리할 수 있는 간단한 기법을 생활에서 잘 적용해 도움이 되면 좋겠어요.
 
박용환 하랑한의원 원장 hambakus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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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환 박용환 하랑한의원 원장 필진

[박용환의 동의보감 건강스쿨] 동의보감을 연구하는 한의사다. 한국 최고의 의학서로 손꼽히는 동의보감에서 허준이 제시하는 노년의 질환에 대비하는 방안을 질환별로 연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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