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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전관예우는 사회 신뢰 좀먹는 암 덩어리다

중앙일보 2018.07.16 01:37 종합 29면 지면보기
임수빈 법무법인 서평 변호사 리셋 코리아 수사구조개혁 분과장

임수빈 법무법인 서평 변호사 리셋 코리아 수사구조개혁 분과장

요즘 공정거래위원회가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공정위 간부들이 퇴직한 후 관련 있는 기업에 취업하거나 자문 계약을 맺는 등 공직자윤리법을 위반한 혐의가 있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퇴직하는 공정위 간부들을 채용, 전관예우를 통해 공정위에서 조사 중인 사건에 대해 특혜를 보려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전관예우는 불공정한 결과 낳아
사회에 대한 신뢰 무너뜨린다
사건 진행 과정 투명하게 하고
담당자 재량 최대한 축소해야

전관예우 문제는 갑자기 생겨난 것이 아니다. 당초 법조계에서 회자하던 단어이다. 엊그제까지 판사나 검사를 하고 나온 변호사가 변론하는 사건에서 그들이 전관이었던 점을 예우하여 동료였던 판사나 검사들이 사건을 잘 처리하여 준다는 부정적 의미로 사용됐다. 그들이 능력이 있어 변론을 잘하는 바람에 좋은 결과가 나왔다는 주장이 있을 수 있다. 또 우리나라와 같이 의리를 중시하는 사회에서 어제까지 함께 일했던 인정상 약간의 편의를 봐준 것뿐인데 너무 야박한 비판이라는 주장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전관예우라는 미명 아래 법과 원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사례가 없었다고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말이 나온 것이 근거가 없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국민은 법조계에 개혁을 요구해 왔다. 그렇지만 현재 개혁의 결과가 만족스럽다는 평가를 하기 힘들다.
 
그런데 전관예우 문제가 법조계를 넘어 사회 전반으로 확산하는 모양이다. 아니 원래 전체적으로 퍼져 있었는데 이제 법조계 이외 분야에서도 문제가 드러나면서 우리 눈에 보이게 된 것인지 모른다. 사람 사는 세상에서 어찌 보면 인간 본성과 직결된다고 할 수 있는 전관예우 문제가 법조계에만 존재한다고 보는 것이 이상하다. 관료 사회는 관료 사회대로, 기업계는 기업계대로, 금융계는 금융계대로, 업계마다 나름대로 전관예우가 존재해 왔을 것이다.
 
시론 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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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그대로 둘 것인가? 전관예우가 초래하는 가장 큰 병폐는 그로 인하여 결과가 공정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전관을 변호인으로 선임하거나 전관을 기업에 고용하게 되면 다른 피고인 또는 경쟁 기업과는 다르게 결과가 좋을 수 있다. 이로 인해 법 집행의 공정성이 의심받으며 사회 전반의 신뢰가 무너질 수 있다. 전관예우는 이너 서클(inner circle)에 속한 사람들에게는 좋고 편할지 모르겠으나,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소외감과 박탈감을 준다. 전관예우는 사회 전반의 신뢰를 갉아먹는 암 덩어리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국민은 전관예우 문제를 그대로 두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럼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먼저, 사건 진행 과정에서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 어떤 사건에 착수하게 되면 언제, 어떤 이유로 시작했는지 문서에 남겨야 한다. 사건마다 일련번호를 매겨 나중에 어떤 사건이 슬그머니 빠지는 일이 없도록 할 필요가 있다. 진행되는 상황을 일일이 기록에 남겨야 한다. 관계인에 대한 통지를 활성화해 통지를 받는 사람들에 의한 감시가 가능하게 해야 한다. 기계적으로 사건이 진행돼 그 과정에서 담당자의 재량 범위를 최대한 축소함으로써 전관예우가 끼어들 여지를 줄여야 한다.
 
또 사건 처리 단계에서 기준에 따라 공정하게 처리해야 한다. 누가 피고인을 변론하고 누가 기업을 해명하느냐에 따라 결론이 달라져서는 안 된다. 처리 기준은 간단하고도 명확하게 만들어 누가 보더라도 내용을 쉽게 이해하고 같은 결과를 도출해 낼 수 있어야 한다. 재량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지 않도록 해 전관예우가 끼어들 수 없게 해야 한다.
 
그렇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현직에 있거나 퇴직한 공직자들의 의식을 개혁하는 일이다. 생각을 바꾸자는 것이다. 공직자들이 담당하는 업무는 공무로써 공직자의 개인적 소유물이 아니다. 따라서 사사로운 이익을 위하여 함부로 공무를 이용해서는 안 된다. 그런데 전관예우란 퇴직자 입장에서는 자신의 과거 담당 공무를 이용해 사익을 도모하는 것이고, 현직자 입장에서는 장래 자기가 퇴직한 이후를 고려해 현 담당 공무를 이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절대 허용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나아가 이제 사회가 바뀌었다는 냉엄한 현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예전에는 국민이 잘 알지 못하였고 감시도 소홀하였기에 전관예우가 통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이제는 사회가 너무나 투명해졌기에 어떤 일이 벌어지면 국민이 쉽게 알 수 있다. 그것이 잘못된 일이면 비판이 쏟아지게 된다. 그런데 유독 공직자들만 사회가 변한 것을 잘 모르지 않나 하는 걱정이 들기도 한다. 전관예우는 잘못된 유산이다. 맑고 투명한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전관예우 같은 폐습이 더는 이 사회에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임수빈 법무법인 서평 변호사·리셋 코리아 수사구조개혁 분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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