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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노쇼’ 뒤 장성급 회담 역제안 … 종전선언 논의 노림수

중앙일보 2018.07.16 01:11 종합 3면 지면보기
6·12 북·미 정상회담 공동성명 중 하나인 미군 유해 송환 문제를 협의하기 위한 북·미 장성급 회담이 15일 오전 판문점에서 열렸다. 이날 미군 유엔사 차량이 파주시 통일대교를 건너고 있다. [뉴스1]

6·12 북·미 정상회담 공동성명 중 하나인 미군 유해 송환 문제를 협의하기 위한 북·미 장성급 회담이 15일 오전 판문점에서 열렸다. 이날 미군 유엔사 차량이 파주시 통일대교를 건너고 있다. [뉴스1]

북한의 ‘노쇼’ 등 우여곡절 끝에 15일 북·미 간 미군 유해 송환 회담이 열렸다. 양측이 비핵화 협상에서 좀처럼 진전을 보지 못하는 가운데 북한이 의도적인 ‘판 키우기’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북, 유해 송환보다 큰그림 그려”
유엔사와 직통전화 5년 만에 복구
대화 의지 보여주며 주도권 잡기
미국 측은 유해 외 대화 꺼릴 듯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북한과의 실무회담일로 예고했던 지난 12일 북측이 협상장에 나타나지 않으면서 유해 송환 문제도 벽에 부닥치는 듯했다. 하지만 북한은 실무회담 대신 장성급 회담을 열자고 역제안을 해왔고 미측이 이를 수용하면서 다시 반전을 맞았다. 특히 북한은 이 제안을 하기 위해 유엔사와의 직통전화까지 복구했다. 2013년 정전협정 무효화 선언과 함께 끊겼던 통신선이 유해 송환 논의를 위해 다시 이어진 셈이다. 유엔사-북한군(UNC-KPA) 장성급 회담은 2009년 3월 이후 열리지 않았다.
 
이처럼 상대방의 제안을 먼저 거부하면서 시간을 끈 뒤 격을 높여 파격적 역제안을 한 것은 회담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북한의 협상 전술로 읽힌다. 폼페이오 장관의 3차 방북 뒤 북한은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 “미국 측은 강도적인 비핵화 요구만을 들고 나왔다”며 미국을 비난했다. 하지만 이번 회담이 성사되면서 북한 역시 미국과 대화를 계속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줬다. 특히 유해 송환은 북·미 간 신뢰 구축 차원에서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북한이 먼저 인도주의적 조치를 취한다는 의미도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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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지지부진한 비핵화 협의에도 가속도가 붙을지는 섣불리 예측하기 힘들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북·미 정상이 합의했으니 북한이 지금 와서 유해 송환에 반대할 명분은 없어 보인다”며 “북한은 다만 향후 실무협의 일자 등에서 시간을 끌며 주도권을 확보하려 할 가능성이 크고 비핵화 부분에서는 11월 미국 중간선거까지 보면서 좀 더 시간을 끌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간 유엔사-북한군 장성급 회담에서 유해 송환 문제를 협의한 적이 없고 정전협정이나 서해 북방한계선(NLL) 준수 문제 등을 주로 논의했다는 점에서 북한이 유해 송환보다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는 추측도 나온다.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을 염두에 두고 사전 분위기 조성 차원에서 정전체제 환기를 위해 장성급 회담을 제안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미측 대표단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진 마이클 미니한 유엔군사령부 참모장의 주임무가 정전협정 관련 상황의 관리이기도 하다. 다만 한 소식통은 “오늘 회담의 급과 성격상 유해 송환 외의 문제를 다루는 것은 적절치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다른 소식통도 “미국과 북한이 장성급 회담을 가동시켰다기보다는 유해 송환 문제를 논의하는 데 각각 장성급이 참석한 것”이라며 회담 의제를 한정했다.
 
이날 회담은 폼페이오 장관이 3차 방북에서 빈손으로 돌아오면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비핵화 문제에서 실질적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국내적 비판에 직면하는 상황에서 열렸다. 따라서 북한의 유해 송환은 트럼프 대통령에겐 큰 선물이 될 수 있다. 외교 소식통은 “유해 송환은 트럼프 대통령에겐 국내정치적 호재가 되겠지만 북한이 이에 따른 청구서도 함께 내밀 가능성이 크다는 게 워싱턴의 기류”라고 전했다.  
 
유지혜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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