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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주도 성장 조정하나? 기재부, 혁신성장 회의만 하루 3번

중앙일보 2018.07.16 00:56 종합 6면 지면보기
지난 13일 기획재정부 주요 간부들은 ‘혁신성장’을 위해 온종일 분주히 움직였다. 고형권 1차관은 이날 오전 ‘혁신성장 전략점검회의’를 주재하며 “신성장 기술 투자에 대한 세액공제 대상을 확대하고 혁신성장을 촉발하는 국가투자프로젝트를 발굴하겠다”고 말했다. 오후에는 기재부 ‘혁신성장본부’ 주최로 벤처창업 1세대인 고영하 한국엔젤투자협회장이 강연자로 나선 ‘제1회 혁신성장 선구자 강연 및 자유토론회’가 이어졌다. 이날 기재부는 국토교통부와 함께 ‘건설업 혁신성장을 위한 기업간담회’까지 개최했다. 한훈 기재부 혁신성장정책관은 “혁신성장이 드론·사물인터넷(IoT) 등 신산업 육성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며 건설업과 같은 기존 산업에서도 전방위적으로 나타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간 치우쳤던 정책 균형잡기 차원”
신성장기술 투자 세액공제 확대
인터넷은행엔 은산분리 완화 가닥
김동연·홍종학 “핵심은 규제개혁”

정부가 경제정책의 초점을 ‘소득주도 성장’에서 ‘혁신성장’ 쪽으로 미세 조정하고 있다. 소득주도 성장 정책에 대한 부작용과 이에 대한 비판이 확산하고 있는 데 따른 조치로 풀이된다. 익명을 요구한 기재부 고위 관계자는 “그간 소득주도 성장에 치우쳤던 것에 대한 ‘밸런싱(balancing)’ 차원”이라고 말했다. 변화의 조짐은 곳곳에서 엿보인다. 금융위는 그간 고수해온 ‘은산분리’ 규정을 인터넷전문은행에 한해 완화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시장에 긴장을 불어넣는 ‘메기 효과’를 불러오기 위해서는 기존에 없던 은행을 만들어야 하는데 이를 위해 은산분리의 부분적인 완화가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기재부는 기업투자가 신규 일자리 창출과 신산업 육성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투자유치 지원 제도를 손질한다. 지역특구 내 기업이 신규 고용을 늘릴 경우 법인·소득세 감면 한도를 늘려주는 식이다. 블록체인 같은 신성장 기술 투자에 대한 세액공제 및 지원요건도 완화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혁신성장 동력 신규 분야를 발굴하기 위해 민간전문가 중심의 기획위원회를 구성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성장과 분배의 균형을 강조하는 정통 관료인 윤종원 경제수석을 임명하고 삼성전자 인도 노이다 공장 준공식에 참석해 이재용 부회장에게 손을 내민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정부 주요 인사들의 목소리 톤도 달라졌다. “경제활력을 높이고 일자리를 많이 만들려면 혁신성장이 중요한데 핵심은 규제개혁”(김동연 경제부총리), “혁신성장에 걸림돌이 되는 규제를 발굴해 분야별 끝장 캠프를 추진할 것”(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시기별로 (혁신성장과 소득주도 성장의) 우선순위가 조정돼야 된다는 생각”(장병규 4차산업혁명위원장) 등은 예전에는 나오기 힘들었던 화법이다.
 
이는 최근 일자리 지표가 악화한 데다 수출·성장률 등 다른 경제지표에서까지 ‘경고등’이 켜졌기 때문이다. 여기에 예상치 못한 부작용까지 속출하고 있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으로 소상공인과 노동자 간 이른바 ‘을 사이의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 주 52시간 시행으로 근로자들이 실질적으로 받는 월급이 깎이고 영세기업들의 경영난은 가중되고 있다.  
 
박영범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고용 대란과 저소득층 소득 감소 등의 현상은 양극화 해소를 최우선 국정과제로 꼽아온 현 정부에서 뼈아픈 대목”이라며 “지금까지는 노동계·시민단체 같은 전통 지지 세력을 고려해 친기업 정책 마련에 소극적이었지만 이젠 ‘실리’를 고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소득주도 성장을 전면 수정하지 않는 한 혁신성장의 효과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여전하다. 시장이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의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등의 조치가 잇따라 시행되면서 생산성 개선을 추구하는 혁신성장의 효과를 상쇄시킨다는 것이다.  
 
남성일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는 “후진 기어 상태에서 전진 가속 페달을 밟고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남 교수는 “혁신성장을 위해서는 기업하기 좋은 환경 조성과 노동 유연성 확보 등이 필요한데 소득주도 성장은 기업의 부담을 늘리고 일자리를 감소시키는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다”며 “더 큰 부작용이 나타나기 전에 성장동력을 회복할 수 있는 쪽으로 정책을 선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종=손해용·하남현 기자 sohn.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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