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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맥 ‘SK 주장님’ 되고 싶어요

중앙일보 2018.07.16 00:02 경제 7면 지면보기
SK의 3번 타자 제이미 로맥. 팀 동료 최정과 치열한 홈런왕 경쟁을 벌이고 있다. [김상선 기자]

SK의 3번 타자 제이미 로맥. 팀 동료 최정과 치열한 홈런왕 경쟁을 벌이고 있다. [김상선 기자]

올 시즌 프로야구 SK의 상승세를 이끄는 주역은 3번 타자 제이미 로맥(33·캐나다)이다. 로맥은 4번 타자 최정(31)과 함께 SK의 공격을 주도하면서 홈런왕 경쟁까지 벌이고 있다.
 

팀서 ‘맥형’이라 불리는 33세 고참
홈런 28개로 최정과 1개 차 2위
타격 자세 고친 뒤 3할대 타율
“인천 생활 캐나다보다 좋아요”

로맥은 전반기에만 28개의 홈런을 터트렸다. 두산 김재환과 함께 홈런 2위를 달리고 있다. 홈런 1위인 팀 동료 최정(홈런 29개)을 1개 차로 바짝 뒤쫓고 있다.
 
최정과 김재환은 지난 2016년부터 치열한 홈런왕 경쟁을 벌이고 있다. 2016년 최정은 에릭 테임즈(당시 NC)와 함께 홈런 공동 1위(40개)에 올랐다. 그해 김재환은 3위(37개)에 그쳤다. 지난해에도 최정이 1위(46개), 김재환이 3위(35개)였다.
 
올해는 로맥도 홈런왕 경쟁에 뛰어들었다. 로맥은 시즌 초반 20경기 만에 10홈런을 기록하는 등 엄청난 파워를 자랑했다. 6월 들어 주춤했지만 최근 다시 살아나면서 최정을 압박하고 있다. 로맥은 “팀 동료인 최정과 홈런 경쟁 이야기는 절대로 하지 않는다”며 “배울 점이 많은 타자라서 선의의 경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로맥과 최정이 중심타선에서 홈런을 펑펑 터트린 덕분에 SK는 전반기를 3위로 마쳤다.
 
지난해 5월 대니 워스의 대체선수로 SK 유니폼을 입은 로맥은 눈에 띄는 외인 타자는 아니었다. 한국에 오기 전 일본 프로야구 요코하마에서 뛰었는데 성적이 좋진 않았다. 2016년엔 타율 0.113에 그쳤다.
 
SK는 지난해 7월 로맥을 2군에 내려보내면서 타격 자세를 수정했다. 정경배 SK 타격코치는 로맥에게 상체가 공을 따라 나가지 않으면서도 발사각을 높일 수 있는 어퍼스윙을 가르쳤다. 그 결과 지난해 31개의 홈런을 때려냈다. 규정타석을 채우지 않고 30홈런을 넘긴 건 로맥이 처음이었다. 로맥은 “일본에선 못하면 바로 2군으로 내려갔다. 그래서 제대로 보여줄 기회가 없었다. 하지만 SK는 내게 오랫동안 기회를 줬다. 적응할 시간이 생겨서 내 실력을 충분히 보여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렇게 한국 무대에서 살아남았지만 로맥에겐 약점이 있었다. 파워는 좋지만 콘택트 능력은 떨어진다는 점이었다. 그래서 올해는 배트를 잡는 손의 위치를 바꿨다. 방망이 끝의 동그란 노브(knob) 대신 배트 위쪽을 잡는다. 방망이를 1인치(2.54㎝) 정도 짧게 잡는 것이다. 그만큼 스윙 궤적은 작아지지만, 컨트롤은 눈에 띄게 좋아졌다. 그 결과 전반기에 타율 0.315를 기록했다. 로맥은 “방망이를 조금 짧게 쥐면서 공을 맞히는 능력이 좋아졌다. 장타력에 공을 맞히는 능력이 더해지면서 타격이 좋아졌다”며 “이제 한국에서 2년째다. 상대 투수들의 구질에 익숙해지면서 어떻게 공략해야 하는지 알게 됐다”고 말했다.
[포토]로맥, 투런포 작렬

[포토]로맥, 투런포 작렬

 
로맥은 한국 문화에 빠르게 녹아들고 있다. 무엇보다도 한글을 척척 읽는다. 그는 “외국인 선수로서 그 나라의 언어와 문화를 습득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한국어로 뜻은 몰라도 읽을 수는 있다. 가장 좋아하는 한국어는 트레이 힐만 SK 감독님이 자주 쓰는 ‘문제없어’이다. 동료들과 대화하면서도 한글을 많이 배운다”고 말했다.
 
로맥은 또 한국식 ‘사우나’를 즐긴다. 원정 경기를 가면 호텔 사우나를 자주 이용한다. 경기 전에는 냉탕에서 정신을 일깨우고, 경기 후에는 사우나에서 피로를 푼다. 그는 “아직 찜질방에는 가본 적이 없는데 꼭 한번 가보고 싶다”고 했다. 인천 송도에서 함께 사는 그의 아내 크리스틴과 두 살배기 아들 내쉬가 가장 좋아하는 건 ‘키즈 카페’다. 로맥은 “아내가 아이를 데리고 키즈 카페에 가는 걸 무척 좋아한다. 캐나다에 있을 때보다 인천에서의 생활이 훨씬 편하고 좋다”며 껄껄 웃었다.
 
SK 로맥 아들 내쉬. [사진 SK 와이번스 SNS]

SK 로맥 아들 내쉬. [사진 SK 와이번스 SNS]

이제 한국 생활 2년 차인 로맥은 본인을 외국인 선수라고 여기지 않는다. 30대 중반인 그는 주전 선수 중에도 고참에 속한다. 그래서 선수들은 그를 ‘맥형’이라고 부른다. 로맥은 “제일 좋아하는 별명”이라고 했다. 로맥은 그러면서도 언젠가 SK의 주장이 되는 게 꿈이라고 했다. 로맥은 우리말로 “SK의 ‘주장님’이 되고 싶다”고 또박또박 말하면서 “맡겨만 준다면 잘할 수 있다. 그런 기회가 오면 영광일 것”이라고 했다. 내심 내년에도 SK에 남고 싶다는 뜻이다. 로맥은 후반기에도 맹타를 휘둘러 “SK를 꼭 우승으로 이끌겠다”고 다짐했다. 프로야구는 올스타 휴식기를 마친 뒤 17일부터 후반기 일정에 들어간다.
 
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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