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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운열 의원 “최저임금 인상, 영세 사업장 문 닫게 할 것”

중앙일보 2018.07.16 00:02 경제 2면 지면보기
최운열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시장을 이기려 해선 안된다“고 여러차례 강조했다. 그는 현재 당내 경제·민생 테스크포스 단장을 맡고 있다. [강정현 기자]

최운열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시장을 이기려 해선 안된다“고 여러차례 강조했다. 그는 현재 당내 경제·민생 테스크포스 단장을 맡고 있다. [강정현 기자]

내년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10.9% 오른 8350원으로 결정됐다. 올해 16.5% 오른데 이어 2년 연속 두자릿수 인상이다. 최저임금 인상에 소상공인들은 사상 초유의 불복종 운동을 선언했다. 기업들은 중국이 턱 밑까지 쫓아와 기간 산업이 잠식 당할 위기인데 정부가 ‘친기업’ 정책은커녕 기업 옥죄기에만 초점을 맞주고 있다고 불만이다.
 

민주당 경제·민생 TF 단장 쓴소리
지급 능력 없는데 올리면 부작용
임대료 내려주거나 생계비 지원
중기·자영업자 부담부터 덜어줘야

최저임금 결정권 지자체에 맡기고
소득주도 → 포용적 성장으로 바꿔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안에서도 기업 규제와 분배 정책 일변도로는 정권 재창출이 불가능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런 목소리를 높이는 대표적인 정치인이 최운열(비례대표) 의원이다. 그는 지난달 당내에서 구성된 경제·민생 테스크포스(TF)의 단장을 맡고 있다. 최 의원은 2003년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 1982년부터 33년간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로 재직한 ‘경제통’이다. 중앙일보는 최저임금 인상이 결정되기 전(12일)과 후(15일) 최 의원과 두 차례 인터뷰했다. 그는 “정책은 성공해야 하고, 성공하려면 시장을 이기려 해선 안 된다”는 말을 수차례 반복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률이 10.9%로 결정됐다.
“최저임금 인상 자체를 반대하는 건 아니다. 근로자 입장에선 인상하는 것도 합리성이 없진 않다. 그러나 중·소상공인이 최저임금 인상률을 감당할 능력이 안 되는 상황에서 계속 인상만 하면 결과는 뻔하다. 사업장을 줄이든지, 문을 닫든지, 아니면 상품 가격에 전가하든지 셋 중 하나다. ‘최저임금 1만원’이란 목표는 궁극적으로 추구해야 하지만 현실을 무시하면 경제에 도움이 안 된다.”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자들의 부담은 더 늘어날 텐데.
“그래서 중소기업의 적정 이윤을 보장해 줄 수 있는 경제 민주화 정책이 시급히 이뤄져야 한다. 또 영세 소상공인에 대해서는 상가 임대료를 내려주거나 저소득 계층에 생계비를 지원하는 근로장려세제를 확대하는 것도 필요하다. 단 방식은 시장 친화적이어야 한다. 최저임금 부담자들이 지급 능력이 없는 상태에선 최저임금 인상이 지속가능한 정책이 되기 어렵다.”
 
경영계는 지역·업종별로 다르게 최저임금 인상률을 정하자고 주장한다.
“최저임금 결정 권한을 중앙정부가 아니라 지자체에 주는 방법도 좋다고 생각한다. 지자체가 경쟁적으로 공장을 유치하기 위해 최저임금 수준을 정하게 하면, 지역 경제도 활성화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다. 장기적으론 한국 경제의 균형적 발전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 후 시장 내 우려가 크다.
“토요 휴무제를 시행할 때도 말들이 많았지만 잘 정착했다. 현장에 부작용 없이 원래 목표로 한 추가 고용 창출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재계는 탄력근로제 적용 기간을 현행 3개월에서 더 늘려달라고 주장한다.
“시장을 이길 수 있는 정책은 없다. 근로시간 단축도 시장에서 잘 작동하도록 디자인해야 한다. 개인적으론 6개월에서 1년 정도로 탄력근로제 적용 기간을 늘려야 한다고 본다. 물론 당내에서도 논란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기업이 죽으면 노동자도 없다. 특히 4차 산업혁명 시대엔 일의 형태도 매우 다양해질 것이다. 일이 몰릴 땐 하루에 16시간도 일하게 하고, 일이 없을 땐 온종일 놀 수 있도록 하는 것도 방법이다. 1년 전체로 봤을 때 주 52시간만 정확히 맞추면 되는 것 아닌가.”
 
‘소득주도 성장’을 대체하는 개념으로 ‘포용적 성장’을 제시한 이유는.
“‘포용적 성장’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국제통화기금(IMF) 등이 지난 10년 전부터 제시한 패러다임이다. 1929년 미국에서 대공황이 오기 전에도 소득 양극화 현상이 심각했다. 양극화 심화는 경제 위기로 이어진다. 소득주도 성장은 소득을 늘리는 정책을 썼는데도 경제가 성장하지 않으면 쉽게 비판을 받게 된다. 포용적 성장은 부의 양극화를 해결해 시장 경제가 제대로 작동하게 하자는 개념이다. 당내에서도 소득주도 성장을 이 개념으로 대체하자는 데 대체로 동의하고 있다.”
 
국민연금 의결권 문제가 화두다. 재계는 ‘연금 사회주의’를 우려한다.
“최근 국민연금 최고투자책임자(CIO) 선임 과정에 정부가 개입한 정황이 드러났다. 재계 우려도 충분히 이해가 된다. 따라서 기금 운용의 독립성을 보장하는 장치가 먼저 마련된 뒤에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해도 늦지 않다. 국민연금을 사회·정치적 이슈에 영향을 받기 쉬운 보건복지부 아래에 둬선 안 된다고 본다. 제3의 독립 기구로 만들고, 너무 비대해지지 않도록 조직을 3개 정도로 쪼개 수익성 경쟁을 시키는 방안도 검토할 만하다.”
 
정부는 국민연금이 투자 기업에 대해 배당을 요구할 권리를 강화하려고 한다.
“기업이 배당을 많이 한다고 무조건 투자자에게 좋은 건 아니다. 오히려 배당할 돈을 사업에 재투자하는 게 주주에게 훨씬 이득이 되는 경우도 많다. IBM은 1950~80년대까지 배당을 한 번도 하지 않았지만, 주식 가치가 계속 올랐다. 주주들도 당장 배당을 받기보다 그 돈을 기업 가치를 높이는 데 쓰는 걸 더 선호했던 것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현금배당 총액이 5조8000억원 중 외국인에게 3조700억원을 배당했다. 이런 현실을 분석하지 않고 정책을 만들면 결과적으로 악수가 될 수 있다.”
 
경제 문제에 있어서 정부가 해야 할 역할은 뭐라고 보나.
“사회 안전망을 확충하고 과감한 규제개혁을 하는 게 정부에게 주어진 1차 과제다. 의료 민영화, 원격 진료 허용 등 규제 완화로 신산업을 키워야 한다. 이 과정에서 기존 산업에서 일시적 실업이 발생하면 노동자 재교육 시스템을 만드는 게 정부의 역할이다. 기업 경영에 간섭하는 게 정부의 역할이 돼선 안 된다.”
 
◆최운열(68)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 의원으로 1982년부터 33년간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로 재직한 ‘경제통’이다. 광주제일고등학교와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조지아대학교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최 의원은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 한국금융학회장, 한국증권학회장 등을 역임하기도 했다. 2016년부터 더불어민주당의 20대 국회의원으로 정계에 입문했다.

 
김도년 기자 kim.don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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