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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layed, Delayed … 국내 항공사의 민낯

중앙일보 2018.07.16 00:02 경제 1면 지면보기
항공사지연

항공사지연

# 지난 8일 인천공항에서 미국 로스앤젤레스(LA)로 가는 아시아나항공 비행기(OZ 204)를 탔던 박진형(46)씨는 “비행기를 탄 이후 꼬박 24시간을 짜증과 공포 속에 보냈다”고 말했다. 우선 출발 자체가 늦었다. 기내에서는 별다른 안내가 없었고 박씨가 나중에 따로 알아보니 비행기에 짐을 실은 손님 가운데 한 명이 탑승하지 않아 해당 승객의 짐을 내리느라 지연됐다. 또 이륙한 지 세 시간가량 지났을 때는 비행기에 문제가 생겼다며 다시 인천공항으로 되돌아갔다. 타이어 공기압 경고등이 들어와 기장이 회항을 결정한 것인데, 자세한 안내를 하지 않아 박씨는 혹시 사고가 나는 건 아닌지 불안에 떨어야 했다. 인천공항에서 6시간 대기하는 바람에 결국 LA행에 24시간이 걸렸다.
 

지연율 상위권 5개 회사 중 4곳
회전율 높이려 빠듯하게 일정 잡아

무료 위탁수하물 23㎏으로 제한
외국항공사는 30㎏ 또는 제한 없어
고객 피해구제율도 30%밖에 안 돼

# 이달 초 업무차 터키와 카타르 등을 다녀온 김기정(51)씨는 출국 전 항공사별 수하물 관련 안내를 받고 고개를 갸웃 했다. 김씨의 스케줄은 대한항공·터키항공·카타르항공·싱가포르항공 등 모두 4개의 항공사를 이용하는 일정이었는데 비행기 화물칸에 짐을 싣는 위탁 수하물의 무료 허용량이 대한항공만 짐 한 개에 23㎏이고 나머지 세 개 항공사는 모두 30㎏이어서다. 터키와 카타르항공은 짐에 대한 개수 제한도 없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오너 일가에 대한 폭로전이 이들 회사 서비스에 대한 불만으로 옮겨 붙고 있다. 사이버 공간에서 많이 제기되는 불만은 이들 항공사의 상습 지연 출발이다. 수치로도 증명된다. 중앙일보가 단독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올 1월부터 6월까지 인천공항에서 매월 200편 이상의 비행기를 띄운 22개 항공사 중 아시아나항공이 지연율(탑승 완료 기준 예정보다 15분 이상 지연) 57.7%로 1위를 기록했고 대한항공은 56.6%로 3위였다.
 
익명을 요구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국적기의 경우 항공기 회전율을 높이기 위해 셔틀버스처럼 빡빡하게 운항스케줄을 잡다 보니 청소·주유·정비 등의 이륙 준비 시간이 빠듯해 지연되는 경우가 많다”며 "승객을 찾아다니느라 늦는 경우도 국적기에서만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마일리지나 수하물 등 고객 편의에 대한 규정도 국적사가 외국 항공사에 비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에어프랑스나 델타항공 등 대부분의 외국 항공사가 자사의 비행기 예약은 물론 전 세계 호텔 예약 등에 마일리지를 쓸 수 있게 했지만 대한항공은 칼호텔·한진렌터카 등 그룹 계열사로만 마일리지 사용처를 한정했다. 마일리지로 예약할 수 있는 비행기 좌석도 5% 미만으로 제한했다.
 
무료 위탁수하물 기준의 경우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똑같이 23㎏, 가방 한 개로 제한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항공·캐세이패시픽항공·콴타스항공·에미레이트항공 등은 30㎏이다. 베트남항공은 32㎏, 중국 동방항공은 20㎏짜리 가방 두 개까지로 더 여유가 있다. 가방 개수에 제한이 없는 항공사도 많다.
 
고객의 불만을 처리하는 방식에 대한 지적도 많다. 최근 인천공항을 출발해 일본 오카야마 현으로 가는 대한항공 비행기 안에서 식판 주위를 기어 다니는 바퀴벌레를 발견한 오지현(30)씨는 “대한항공 측에서는 ‘몬트리올 협약’상 피해 보상을 해줄 수 없다는 얘기만 되풀이하는데 이 협약은 수하물 분실이나 탑승객의 신체적 부상에 적용하는 규정”이라며 “고객을 바보로 아는지 바퀴벌레 피해와는 전혀 맞지도 않는 규정만 들먹이며 고객의 불만에 귀를 닫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경우 외국 항공사는 다르다. 에미레이트항공의 경우 바퀴벌레 피해 승객에게 항공사가 먼저 연락해 500달러가량의 상품권 등을 제공했다.
 
신창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한국소비자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적사 고객의 피해구제율이 30%에 불과했다”며 “고객서비스를 등한시하는 국적사는 치열한 글로벌 항공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함종선 기자 jsh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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