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성낙인 “수능 절대평가 전환은 상대적 정의에 어긋난다”

중앙일보 2018.07.16 00:01 종합 16면 지면보기
성낙인(68·사진) 서울대 총장이 4년 임기를 마치고 19일 퇴임해 서울대를 떠난다. 서울대는 강대희(56) 총장 후보자(의과대학 교수)가 성추행 의혹 등으로 지난 6일 최종 후보에서 사퇴해 후임 총장이 결정되지 않았다. 총장 선출 일정과 방식도 다시 정해야 해 당분간 공석 사태가 이어지게 됐다. 성 총장이 퇴임 직전에 임명하는 교육부총장이 당분간 총장 직무대행을 맡게 된다. 현재의 부총장들은 성 총장 취임 직후에 보직을 맡아 임기가 일주일여밖에 안 남았다. 
 

서울대 총장 4년 만에 19일 퇴임
정시 확대 땐 특목고 합격자만 늘어
저소득 학생 생활비 지원 가장 보람
후임 총장 선출 못해 무한 책임 느껴

성 총장은 지난 12일 서울대에서 중앙일보와 한 인터뷰에서 "후임을 선출 못 하고 퇴임을 해서 무한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총장 후보 선출은 서울대 이사회(이사 15명)를 거쳤는데 총장은 당연직 이사다. 성 총장은 "후보들은 서울대에서 중요한 보직을 맡으셨던 분들이기 때문에 이미 후보가 되기 전에 검증을 거쳤다고 (이사회에서) 생각했다. (강 후보자 의혹은) 피해 당사자의 문제 제기가 없었고 넘어갈 수 있으리라고 여겼던 것 같다"고 말했다.
오는 19일 퇴임하는 서울대 성낙인 총장이 지난 12일 서울대에서 총장을 맡은 4년 간을 돌아보고 있다. 오종택 기자

오는 19일 퇴임하는 서울대 성낙인 총장이 지난 12일 서울대에서 총장을 맡은 4년 간을 돌아보고 있다. 오종택 기자

성 총장은 서울대 일부 교수들의 제자들에 대한 갑질·성희롱 등이 잇따라 드러난 것에 대해 "매우 아팠던 부분이다.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총장으로서 입이 10개라도 할 말이 없다"고 밝혔다. 성 총장은 서울대 교수 징계제도의 문제점도 언급했다. "해임 아래의 징계가 '정직 3개월'이어서 해임과 그다음 징계의 간극이 너무 크다"는 것이다. 
 
임기 중 가장 보람 있는 실적으로는 '1000원의 식사' '저소득 학생 월 30만원 기초생활비 지원'을 꼽았다. 성 총장은 취임 이후 학생식당 식사비를 1000원으로 낮췄다. 부모 소득이 최저임금 수준인 학생들에겐 월 30만원을 기초생활비로 지원하고 있다. 
 
성 총장은 "기초생활비 지원은 캠페인을 벌여서 모은 100억원에서 나가고 있다. 앞으로도 기초생활비 지원이 유지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성 총장은 "학부 시절 혜화동에서 서울대를 다닐 때 친구 중 형편이 어려워 하숙집도 못 얻고 학교에서 자는 이를 여럿 보았다. 공부는 잘하는데 형편은 어려운 학생들은 지금도 많다. 매 학기에 900명 정도가 기초생활비 지원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성 총장은 국내의 대표적 헌법학자다. 그가 쓴 책『헌법학』은 법학 분야는 물론 인문·사회 계열을 통틀어 국내 교수들이 쓴 서적 중 다른 연구자에 의해 가장 많이 인용된다('2015 중앙일보 대학평가'). 수능 절대평가 등 대입개편에 대한 의견을 물었더니 "헌법 철학 중 하나"라며 균형 이론을 들었다. 그는 "삼권 분립으로 견제와 균형을 유지하는 것처럼 일반고와 특목고 간에도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며 "서울대에서 지역균형선발을 음대·미대·자유전공학부까지 확대했다. 올해 신입생이 치른 전형에서 일반고 합격자 비율이 51.6%(최초 합격자 기준)나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수능 절대평가 전환, 정시 확대에 대해선 '반대'를 분명히 밝혔다. 성 총장은 "정시를 확대하면 할수록 특목고 출신 합격자가 늘어난다. 실제로 수시에선 전국 800여 고교에서 서울대에 합격하지만, 정시에선 이 숫자가 300개 정도로 줄어든다"고 말했다. 서울대에 따르면 2018학년도 대입전형에서 서울대 합격자를 배출한 고교는 수시에선 831곳이었으나 정시에선 296곳에 그쳤다.    
성 총장은 수능 절대평가 전환에 대해선 "상대적 정의에 어긋난다. 90점은 1등급이고, 89.9점과 80점은 똑같이 2등급이 되는 것은 학생이 획득한 점수를 무시하는 것"이라고 했다. 전형 간 비율에 대해 성 총장은 "대학 자율에 맡겨야 하며, 대학이 스스로 균형을 잡으면 된다"고 했다.   
 
성 총장은 최근의 페미니즘·난민 이슈와 관련해 "우리 사회가 보다 포용적이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성 총장은 "자유민주주의의 장점은 어제의 소수가 내일의 다수가 될 수 있고, 어제의 다수가 내일의 소수가 될 수 있다는 데 있다"면서 "사회적 약자에 대한 관용과 연대가 강화될수록 발전한 사회라 본다"고 말했다. 특히 난민 수용에 대해선 "우리 사회는 이미 다민족국가로 접어들었다. 헌법에서 '민족문화 창달' 등 민족을 강조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며 "난민 신청을 하는 외국인에 대해선 적절한 심사를 거치돼 선량한 세계시민이라면 보호해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관련기사
성시윤 기자 sung.siyoon@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