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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시대, 비정규직 일터 늘어…고령자도 취업문 넓어져

중앙일보 2018.07.15 11:00
[더,오래] 이형종의 초고령사회 일본에서 배운다(5)
러다이트 운동. 19세기 초반 영국에서 있었던 사회 운동으로 일자리를 뺏긴 노동자들이 기계를 파괴한 사건이다. [사진 WIKIMEDIA COMMONS]

러다이트 운동. 19세기 초반 영국에서 있었던 사회 운동으로 일자리를 뺏긴 노동자들이 기계를 파괴한 사건이다. [사진 WIKIMEDIA COMMONS]

 
미국에서는 중간소득층의 인구가 감소하고 고소득층과 저소득층의 인구는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정보처리기술의 발달로 컴퓨터가 중간소득층인 화이트칼라 일자리를 빼앗고 있기 때문이다.
 
기계가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는 일은 지금 시작된 것이 아니다. 19세기 영국에서 산업혁명으로 기계가 보급되면서 수공업자와 노동자들은 일자리를 잃었다. 일자리를 빼앗긴 노동자들이 기계를 파괴한 ‘러다이트 운동(Luddite Movement)’이 일어났다. 기계화로 단순작업과 힘쓰는 일에서 인간이 해방되었지만, 그 일을 잘했던 사람들은 일자리를 잃었다.
 
지금은 4차 산업혁명이 일어나고 있다. 선진국을 중심으로 인공지능(AI)이 개발되고 다양한 산업에 적용되고 있다. 인공지능의 기술혁신으로 엄청난 경제적 효과가 예상되지만, 인간의 많은 일자리를 빼앗을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12년 내 일본인 절반 일자리 잃어
이에 경제학자들은 인공지능이 얼마나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을지 연구했다. 2013년 옥스퍼드대 경제학자 프레이(C. Frey)와 인공지능 전문가 오스본(M. Osborne)은 2025년부터 2030년까지 미국에 있는 직업의 약 47%가 인공지능으로 자동화될 위험이 크다고 분석했다. 
 
장래 소멸할 직업과 없어질 일. [그래픽 현예슬]

장래 소멸할 직업과 없어질 일. [그래픽 현예슬]

 
일본의 노무라 연구소는 동일한 방법을 사용해 일본의 미래 고용상황을 분석했다. 일본 노동인구의 49%가 하는 일이 인공지능과 로봇으로 대체될 수 있다고 예측했다. 지금부터 12년 이내 일본인의 절반이 일자리를 잃을 가능성이 있다는 말이다.
 
맥킨지 글로벌 연구소는 다른 각도에서 기술혁신에 의한 실업을 분석했다. 가까운 장래에 60%의 직업 중 30%의 업무가 자동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2055년엔 전 세계에서 현재 업무의 절반이 자동화될 것이라고 내다보았다. 특히 미국, 일본, 독일, 중국에서 비교적 빠른 시기에 자동화되는 업무에 전체 노동자의 3분의 2가 종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오스본의 분석에 비해 일자리 감소 시기가 다소 늦지만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반해 인공지능의 신기술이 일자리를 늘린다는 주장도 있다. 보스턴대 경제학과 제임스 베센(James Bessen)교수는 미국에서 컴퓨터의 자동화를 거치면서 컴퓨터를 자주 이용하는 직종에서 일자리가 오히려 늘어난다고 말했다.
 
1995~2010년까지 미국 내 ATM기기는 10만대에서 40만대로 증가했지만 예상과 달리 은행원의 수는 줄지 않았다. 은행원은 1980년 50만명에서 2010년 55만명으로 늘어났다. 일자리가 줄어드는 직종이 일부 있지만, 인공지능의 자동화 기술은 당분간 업무의 일부를 보완하는 형태로 활용되면서 더 많은 고용기회를 가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렇게 인공지능과 같은 기술혁신으로 일자리가 줄기도 하지만 늘어나는 분야도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노동자는 실업위험이 있지만 새로 생기는 일자리로 이동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럼 일자리를 만드는 기업에서 본격적으로 인공지능을 활용한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일본 경제전문가들은 인공지능의 활용이 늘어나면 기업의 일 방식, 고용형태 자체가 바뀔 가능성이 크다고 말한다. 
 
먼저 노동시장이 더욱 유동화할 가능성이 크다. 인공지능이 더욱 발달하면 기계와 사람 간에 일을 어떻게 배분할 것인지가 경영과제가 된다. 치열한 글로벌 경쟁을 하는 기업이라면 인간보다 효율성이 높은 기계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이다. 업무 내용이 명확하고 정형화된 분야는 인공지능으로 자동화할 것이다. 인공지능을 활용해 업무가 단순 간소화하면 기업은 비정규직원을 늘릴 것이다. 정규직원에게 시키면 비용이 비싸지기 때문이다.
 
로봇 은행원 ‘페퍼(Pepper)’가 지난해 10월 서울 회현동 우리은행 본점에 첫 출근 했다. 소프트뱅크로보틱스의 인공지능 로봇 페퍼는 영업장 안내 등 고객서비스를 제공한다. [중앙포토]

로봇 은행원 ‘페퍼(Pepper)’가 지난해 10월 서울 회현동 우리은행 본점에 첫 출근 했다. 소프트뱅크로보틱스의 인공지능 로봇 페퍼는 영업장 안내 등 고객서비스를 제공한다. [중앙포토]

 
지금까지 일본형 고용제도에서 기업은 기술혁신으로 특정 업무가 사라지면 직무교육을 통해 유휴인력을 다른 부서에 재배치했다. 그러나 4차 산업혁명이 진행되고 글로벌 경쟁이 심해지면서 기업은 직원의 직업훈련에 투자할 여력이 없다. 
 
성장분야에 경영자원을 집중시켜도 생존이 불투명한 시대다. 인력 재배치로 고용을 계속 유지하기가 어렵다. 그렇다고 전문 직무에 고용된 직원을 다른 분야로 배치하기도 어렵다. 기술혁신으로 직무가 필요 없어지거나 새로운 분야에서 생산성을 낼 수 없는 노동자의 고용조정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
 
둘째, 직무형 일 방식으로 바뀔 것이다. 지금까지 일본기업은 능력이 높아지면 임금도 올라가는 직능급 제도를 채용해왔다. 근속연수가 길어지면 경험을 쌓고 능력이 올라간다는 사고가 깔렸다. 젊을 때는 낮은 급여를 받고, 중·고령이 돼 많은 급여를 받는 구조다.
 
그렇지만 실제 능력과 생산성은 연령에 비례해 계속 올라가지 않는다. 연령에 비례해 생산성이 올라가지 않기 때문에 급여를 무작정 올리는 것은 불합리하다. 저성장 시대로 접어든 지금 기업이 연공형 임금체계를 개선하려는 이유다.


업무 따라 처우 다른 ‘직무급제’ 도입 늘듯
기업은 정형화된 업무를 자동화하면서 ‘직무급 제도’를 채용할 것이다. 직무급이란 담당하는 업무 내용에 따라 임금이나 처우를 결정하는 방식이다. 사람이 아니라 일에 가격표가 붙는다. 단순히 능력 기준이고 근속연수는 관계가 없다. 지금까지 비정규직은 직무 중심으로 채용했다.
 
그러나 기술혁신으로 업무가 자동화되면 정규직도 특정 전문직무를 중심으로 고도의 기술과 기능을 가진 사람을 고용할 것이다. 기존의 정규직원처럼 많은 사람을 뽑지 않을 것이다. 별도의 교육투자가 필요 없는 고도의 전문가를 수시로 채용할 것이다. 전문인력을 필요할 때마다 시장에서 조달하는 채용방식으로 바뀔 전망이다. 미국과 같이 직무형 일 방식이 일반화한다는 이야기다.
 
직무형 일 방식은 다양한 장점이 있다. 지금까지 똑같은 일을 해도 산업과 직종에 따라 임금체계가 달라서 같은 임금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직무급은 연령과 근속기관에 관계없이 오로지 능력을 기준으로 임금을 지급한다.
 
직무급을 도입하면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격차, 남녀 차별과 국적 차별 등의 문제를 일시에 해결할 수 있다. 중·고령 인력의 고용이 늘어나는 효과도 있다. 기업에서 중·고령 인력에 생산성에 맞는 급여를 지급한다면 부담이 줄어들어 중·고령 인력을 고용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월급쟁이도 자영업자처럼 일하는 시대
일본 도쿄의 번화가 롯폰기에 위치한 구글 텔레워크 라운지. 휴일 없이 운영되는 이곳은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데 하루에 300명 정도씩 방문하고 있다. [중앙포토]

일본 도쿄의 번화가 롯폰기에 위치한 구글 텔레워크 라운지. 휴일 없이 운영되는 이곳은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데 하루에 300명 정도씩 방문하고 있다. [중앙포토]

 
셋째, 일하는 방식이 다양해질 것이다. 인공지능을 활용하면 일하는 장소의 제약이 없어진다. 언제 어디서나 연결되는 환경이어서 한 사무실에 모일 필요가 없다. 미래의 일 방식은 노동집약적 집단형에서 노동 분산적 개인형으로 바뀔 것으로 보인다.
 
자영업식으로 일하는 업무 스타일(텔레 워크, 클라우드 워크)이 크게 확산된다. 이미 숙박업체 에어비앤비와 인터넷 서점 아마존의 노동자들은 집에서 온라인을 통해 일하고 있다. 일하는 방식이 다양해지면서 사람들은 어떻게 일하면서 인생을 보낼지에 더 큰 관심을 가질 것이다.
 
넷째, 인공지능 시대에 적합한 직업훈련 교육이 실시될 전망이다. 기술혁신으로 새로운 산업이 생기고 일자리가 늘어나도 인력이 원활하게 공급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인력이 기업을 자유롭게 넘나들고 장래에 필요한 기술과 능력을 갖추도록 직업교육을 해야 한다. 
 
무엇보다 인공지능 시대에 대비한 직업훈련이 필요하다. 과학자와 산업계가 함께 과학기술의 발전을 예상하고 실용화 가능성과 시기를 논의하면서 구체적인 교육훈련 계획을 세워야 한다는 말이다. 최신 기술에 대응할 수 있는 전문능력을 배우고, 지속적인 기술변화에 대한 적응력을 키우는 기초능력을 배우도록 해야 한다. 인공지능과 함께 일하는 능력이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다.
 
지금까지 일본은 특정 기업에서 고용을 유지하는 노동정책을 실시해왔다. 그러나 이제 급격한 기술진보 시대를 맞이하여 고용의 유동화에 대비한 정책을 고민하고 있다. 직업훈련의 강화, 노동시장의 매칭 향상, 원활한 전직 등이 노동시장의 중요한 정책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형종 한국금융교육원 생애설계연구소장 acemn040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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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종 이형종 한국금융교육원 생애설계연구소장 필진

[이형종의 초고령사회 일본에서 배운다] 한국은 급속하게 초고령사회로 진입하고 있다. 초고령사회에서는 인생 80세 시대와 다른 삶의 방식이 전개된다. 기존의 국가 시스템과 사회 제도 등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해 인생100세 시대에 걸맞는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 앞서 고령화를 경험한 일본의 초고령사회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현상과 대응책 등을 통해 해답을 찾아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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