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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찬호의 시시각각] 대통령, 김부겸 풀어주면 어떤가

중앙선데이 2018.07.14 01:00 592호 34면 지면보기
강찬호 논설위원

강찬호 논설위원

요즘 더불어민주당에는 “호랑이 두 마리에 달렸다”는 말이 돈다. 친문 원로 이해찬 의원과 ‘차기 당 대표감’을 묻는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는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이 8월 25일 열릴 전당대회에 출마할지가 정해져야 대진표 윤곽이 드러날 거란 얘기다. 이해찬이야 본인이 결심하면 출마가 확정되지만 김부겸은 다르다. 본인은 출마 의욕이 확고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장관직을 면해줘야만 가능하다. 그런데 문 대통령 생각이 뭔지 도통 알 수 없다. 게다가 전대 예비 등록 후보 마감일이 21일로 확정됐다. 대통령이 1주일안에  김부겸을 놓아주지 않으면 김부겸은 대표에 도전할 꿈을 접어야 한다. 그의 출마 여부를 기준으로 전대 도전 여부를 가늠질하고 있는 다른 민주당 정치인들에겐 ‘문심’의 향배가 궁금할 수밖에 없다.
 

민주 전대, ‘친문’ 아닌 경쟁력이 답
비문 후보들 맘놓고 겨루게 해야

이런 가운데 김부겸은 13일 밤 인도·싱가포르 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문 대통령이 전용기에서 내려 청와대행 리무진을 탈 때까지 의전 주무 부처인 행안부 장관 자격으로 밀착 수행했다. 이 사이 두 사람 간에 김부겸 거취에 대해 한두 마디라도 얘기가 오가지 않았겠느냐는 게 민주당 사람들의 추측이다. 이에 대해 김부겸은 “업무차 수행 중에 어떻게 그런 얘기가 오갈 수 있나”고 일축한다. 하지만 김부겸 출마 여부는 100% ‘문심’에 달려있다 보니 민주당 사람들이 두 사람의 ‘공항 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걸 나무라기만도 어렵다.
 
문 대통령은 이르면 다음 주, 늦어도 이달 안에 공석인 농림수산부 장관 보각을 포함해 개각을 단행할 것이란 관측이 많다. 그러나 개각 명단에 김부겸이 낄 가능성에 대해 여권에선 부정적 전망이 많다. 청와대와 밀접한 소식통은 “대통령이 지방선거 압승으로 국정을 완벽히 장악한 만큼 대폭 개각이나 김부겸 당 전출 등으로 판을 흔들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정황이 많다”고 했다. 유구무언 모드인 김 장관의 속이 타들어 가는 이유다.
 
대표직을 노리는 또 다른 주자 송영길 의원도 불안감을 떨치지 못한다. 문 대통령 직속 북방경제협력위원회 위원장으로 300조원 넘는 대북 경협 프로젝트를 주무르는 그는 13일엔 20대 국회 들어 현역 의원으로는 처음 북한(나선특구) 땅을 밟았다. ‘민주당을 글로벌 정당으로 만들 대표 주자’란 슬로건이 허당만은 아니다. 하지만 그는 이해찬·전해철·최재성 등 이른바 핵심 친문 후보들이 단일화를 해 당원 표를 싹쓸이하려 들지 모른다는 악몽에 시달리고 있다. 기독교 신자인 송 의원은 요즘 사석에서 사도 바울 얘기를 자주 꺼낸다. 베드로를 비롯한 열두 제자들이 예수를 일찍부터 모신 건 사실이지만, 기독교 전파에 가장 큰 공을 세운 이는 뒤늦게 예수 편에 선 바울 아니냐는 얘기다. 친문, 진문을 넘어 ‘뼈노’란 말로 문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하는 호가호위가 민주당 안팎에 만연한 걸 보면 아주 근거 없는 불평이라 보기도 어렵다.
 
친문이라고 당 대표 나오지 말란 법은 없다. 하지만 ‘문’만 갖고는 안된다. 문 대통령은 3년 10개월 뒤면 퇴장한다. 민주당은 10년, 20년 뒤를 감당할 경쟁력을 가져야 정권을 이을 수 있다. 지금 민주당은 대통령을 업고 지지율만 높지, 죽은 당이나 다름없다. 당정 협의와 의원총회는 실종된 지 오래고 라돈 침대 파동부터 혜화역 여성 시위까지 사회를 뒤흔드는 현안에 뭐 하나 속 시원히 대응하는 것도 없다.
 
답은 분명하다. 대통령의 카리스마가 모든 걸 압도하는 지금 민주당은 전원이 ‘친문’이다. 전대 레이스가 개시되면 문의 ‘ㅁ자’도 꺼내지 말고 민생·공천개혁 등 당의 과제를 해결할 적임자 고르기에만 집중하라. 그러려면 후보군이 다양할수록 좋다. 김부겸 거취에 대해 문 대통령이 전향적으로 생각할 필요가 있는 이유다. 
 
강찬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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