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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최저임금 결정 임박…최임위원장 속도조절론에 "강력 경고"

중앙일보 2018.07.13 15:38
내년에 적용할 최저임금이 늦어도 14일 오전 중에는 결정된다. 결정 시일까지 하루 남았지만 사용자 위원은 불참의사를 굽히지 않고 있다. 따라서 공익위원과 한국노총 추천 근로자 위원끼리 내년 최저임금을 결정할 전망이다.
 
인상 폭은 예단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일각에선 "10% 이상은 올릴 것"이란 관측을 내놓고 있지만 유동적이다. 최저임금에 따른 고용시장 충격이 만만찮아서다. 그러나 대체로 8000원 벽은 넘지 않겠느냐는 예측이 나온다.
 
이렇게 되면 소상공인을 비롯한 경영계의 거센 저항이 예상된다. 소상공인이 결의한 대로 모라토리엄(지급 유예)을 실제 실행하면 상당한 사회적 파장이 불가피하다. 
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 회원들이 12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저임금 인상에 반대하는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협회는 ’현재 인건비도 버거운 상황에서 또 최저임금을 올리면 폐업이 불가피하다“며 ’전국 편의점 동시 휴업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

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 회원들이 12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저임금 인상에 반대하는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협회는 ’현재 인건비도 버거운 상황에서 또 최저임금을 올리면 폐업이 불가피하다“며 ’전국 편의점 동시 휴업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

최저임금위원회는 13일 오전 10시 제14차 전원회의를 열고 내년도 최저임금 수준을 놓고 논의했다. 최저임금위는 밤늦게까지 회의를 이어가고, 14일 0시 차수를 변경할 계획이다. 류장수 최저임금위원장은 "14일까지 결정하겠다는 시한은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최저임금위가 결정하는 내년도 최저임금액이 법적 효력을 가지려면 늦어도 16일에는 고용노동부로 이송해야 한다. 8월 5일 고용부 장관이 고시할 때까지 이의신청과 같은 행정절차를 밟는 데 20일 정도 기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현재 경영계 인사로 꾸려진 사용자 위원(9명)과 민주노총 추천 근로자 위원(4명)이 논의에 불참했다. 공익위원(9명)과 한국노총 추천 근로자 위원(5명)만으로 내년 최저임금을 심의한다. 의결에는 문제가 없다. 규정상 위원들이 두 번 이상 불참하면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위원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심의에 참여한 위원은 과반을 갓 넘긴 14명이다. 의결 정족수를 충족한다.
 
이런 상황에서 최대 관심사는 역시 인상 폭이다. 시급 8000원만 돼도 현 정부 들어 최저임금은 23.7% 오르는 고공행진을 이어가게 된다. 영세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으로서는 감당하기에 벅차다. 올해 16.4% 올리자 고용시장은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편의점만 해도 절반 가까이 폐업했다. 소상공인이 "동결되지 않으면 모라토리엄을 선언할 수밖에 없다"고 한 이유다.
 
공익위원의 성향상 이번에도 10% 선으로 확 인상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현 공익위원은 현 정부와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는 사람으로 채워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오죽하면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5월 속도조절론을 얘기하자 "독립성을 침해할 오해가 있는 발언에 대해 우려를 갖고 있다"며 공개적으로 경고하기까지 했다.
 
13일에는 류장수 최저임금위원장이 "우리가 지난번 공익위원 명의로 외부에서, 정부 기관까지 포함해, 최저임금위원회가 아닌 쪽에서 (최저임금) 결정과 관련한 여러 가지, 마치 국민이 보기에 가이드라인을 주는 것처럼 보이는 것에 대해 강력히 경고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전날 5월 고용동향이 발표된 뒤 김 부총리와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의 최저임금과 고용 악화 우려발언에 대한 재경고다.
 
한편으론 공익위원도 운신의 폭이 상당히 제한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고용쇼크 사태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대폭 인상을 감행하기는 부담스러운 형편이란 얘기다. 이번에도 10% 이상 확 올리면 현 정부의 경제 정책에 부담을 주며, 고용시장의 역주행을 부추길 우려가 있다. 예상치 못한 소상공인의 거센 반발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여기에다 사용자 위원과 민주노총 추천 근로자 위원이 빠진 상태에서 한국노총 추천 위원과 함께 내년 최저임금을 결정하면 노동편향 논란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점도 고민이다. 그렇다고 현 정부의 공약인 1만원 달성을 포기하기도 쉽지 않다. 공익위원으로서는 최저임금을 동결하기도 어렵고, 인상하기도 부담스러운 딜레마에 빠진 셈이다.
 
한국노총도 비슷한 처지다. 1만790원을 요구한 뒤 여론의 거센 포화를 맞았다. 그렇다고 갑자기 1만원 요구안을 내려놓을 수도 없는 처지다. 민주노총을 포함한 범 노동계의 이해관계가 얽혀있어서다. 이런 상황에서 소폭 인상하거나 동결하면 한국노총은 "그것밖에 못 올렸느냐"며 조직 내외부의 공격에 직면할 수 있다. 그래서인지 사용자 위원이 심의를 보이콧한 다음 날인 11일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이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민주노총의 복귀를 촉구했다. 민주노총과 함께 내년에 적용할 최저임금을 결정해야 비난의 화살이 한국노총에만 몰리는 것을 피할 수 있다는 계산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1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회의장에 사용자위원의 자리(오른쪽)가 비어 있다. 사용자위원들은 지난 회의에서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적용안이 부결되자 회의에 불참하겠다고 선언했다. [뉴스1]

1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회의장에 사용자위원의 자리(오른쪽)가 비어 있다. 사용자위원들은 지난 회의에서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적용안이 부결되자 회의에 불참하겠다고 선언했다. [뉴스1]

고용노동부도 난감한 처지다. 공익위원은 고용부 장관이 추천권을 행사해서 꾸린다. 한데 소상공인이 최저임금 모라토리엄을 선언하며 그 주된 이유로 공익위원의 편향성을 들었다. '기울어진 운동장'이 아니라 '뒤집어진 운동장'이라는 표현까지 나왔다. 역대 공익위원 구성이 이번처럼 한쪽을 일방적으로 대변한다는 평가를 받은 적은 없었다. 대체로 노사 양쪽을 대변하는 인사가 골고루 포진했다. 공익위원을 위촉한 고용부가 최저임금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이유다.

 
김기찬 고용노동선임기자 wol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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