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본문

트럼프 “나토, GDP 4% 국방비 내라” … 다음은 한국 차례

중앙일보 2018.07.13 01:07 종합 3면 지면보기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정상회의에 참석 중인 각국 정상 배우자들이 11일(현지시간) 벨기에 워털루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에스토니아 총리 부인 카린 라타스, 스웨덴 총리 부인 울라 뢰벤, 슬로베니아 총리 부인 모이카 스트로프니크, 불가리아 대통령 부인 데시슬라바 라데프, 터키 대통령 부인 에미네 에르도안, 나토 사무총장 부인 잉그리드 슈레루드, 벨기에 대통령 부인 아멜리 데르바우드렝힌, 미국 대통령 부인 멜라니아 트럼프, 프랑스 대통령 부인 브리지트 마크롱, 룩셈부르크 총리의 동성 배우자 고티에 데스테네이,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 부인 말고자타 투스크. [워털루 AFP=연합뉴스]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정상회의에 참석 중인 각국 정상 배우자들이 11일(현지시간) 벨기에 워털루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에스토니아 총리 부인 카린 라타스, 스웨덴 총리 부인 울라 뢰벤, 슬로베니아 총리 부인 모이카 스트로프니크, 불가리아 대통령 부인 데시슬라바 라데프, 터키 대통령 부인 에미네 에르도안, 나토 사무총장 부인 잉그리드 슈레루드, 벨기에 대통령 부인 아멜리 데르바우드렝힌, 미국 대통령 부인 멜라니아 트럼프, 프랑스 대통령 부인 브리지트 마크롱, 룩셈부르크 총리의 동성 배우자 고티에 데스테네이,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 부인 말고자타 투스크. [워털루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정상회의에서 동맹 대신 돈을 꺼내 들었다. 방위비분담금을 놓고 미국과 협상 중인 한국에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브뤼셀 나토 본부에서 열린 정상회의 이틀째인 12일(현지시간) 나토 회원국들이 국방비 지출을 국내총생산(GDP)의 2% 이상으로 즉각 늘리지 않으면 미국이 나토에서 탈퇴할 가능성까지 내비쳤다고 언론들이 보도했다. dpa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회의에서 나토 회원국들이 국방비 지출을 즉각 증액하지 않으면 미국은 국방 문제에서 단독으로 행동할 수 있다고 선언했다. 로이터통신도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회의 도중 우크라이나·조지아 정상에게 퇴장을 요청한 뒤 나토 회원국 정상들로만 참석하는 예정에 없던 비공개회의를 열어 이들에게 국방비 증액을 강력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회의에선 공식적인 제안은 아니었으나 GDP의 4%까지 국방비를 늘려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이는 당초 목표치(GDP의 2%)의 두 배로 가장 많은 비용을 내고 있는 미국(3.5%)조차 충족시키지 못한다. 현재 나토 회원국 중 GDP 대비 2% 넘게 국방비를 쓰고 있는 곳은 그리스·영국·에스토니아·폴란드·루마니아뿐이다. 프랑스(1.8%), 독일(1.2%), 이탈리아(1.1%) 등은 2%에 미치지 못한다. 2018년 한국의 국방비는 43조1581억원으로 GDP 대비 2.38%다. 트럼프의 요구를 한국에 적용해 GDP 대비 4%(72조5346억원)로 높여야 할 경우 현재 국방비에서 29조3765억원이 더 필요하다.
 
트럼프의 불만은 이날 독일에 집중됐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란 핵합의 취소를 독일이 가장 강하게 비난하고 있는 데다 독일의 대미 무역 흑자 증가에 대한 불만이 폭발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는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과의 조찬회담에서 “독일은 러시아에서 많은 에너지를 얻기 때문에 러시아의 포로(Captive to Russia)가 돼 있다. 독일은 총체적으로 러시아의 통제를 받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 순간 끝에 앉아 있던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의 모습까지 화제가 됐다. 워싱턴포스트는 순간적으로 몸을 돌리고 불쾌한 표정이 얼굴에 흘렀다고 보도했다. 이에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켈리 실장은 제대로 된 아침식사가 나올 줄 알았는데 페이스트리(밀가루 반죽으로 만든 빵류)와 치즈밖에 안 나와 기분이 나빴던 것”이라는 해명을 내놓아 또 화제가 됐다.
 
트럼프 정부의 동맹 때리기는 이미 한국으로도 향했다. 한·미는 지난달 서울 국립외교원에서 열린 협의를 비롯, 올 들어 네 차례에 걸쳐 방위비분담금 협상을 벌였다. 하지만 한국이 부담해야 할 액수와 항목 등을 놓고 양측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방위비분담금은 주한미군 주둔 비용 중 한국이 부담하는 몫을 뜻한다. 이에 따라 한국 측은 이전과 같이 한국인 근로자 인건비, 각종 미군기지 내 건설 비용, 군수지원비 등 주둔 비용에 해당하는 비용만 내겠다는 입장이지만 미측은 트럼프 행정부 들어 다른 주장을 펼치고 있다. 미군이 한반도 주변에 전개하는 전략자산 비용까지 한국이 분담하라는 것이다.
 
관련 사정에 밝은 소식통은 “미국이 원하는 금액이 엄청나다. 도저히 간극을 좁힐 수 없는 수준이라고 들었다”고 전했다. 한국의 올해 방위비분담금은 9602억원이다. 미측이 최대 두 배 정도 되는 금액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또 다른 소식통은 “우리 측에서 미측에 ‘이렇게까지 많은 금액을 요구하면 접점을 찾기 힘들다’고 맞서자 미 대표단은 ‘한국에만 이런 요구를 하는 것이 아니다’는 입장을 보였다”며 “나토 회원국을 압박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라는 뜻”이라고 말했다. 또 “미 대표단은 한국 정부가 평택 캠프 험프리스를 조성하는 데 막대한 예산을 투입한 점은 인정하면서도 그것은 방위비와는 별개라는 태도를 보였다고 한다”고도 말했다. 지난해 11월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 당시 캠프 험프리스 방문 일정을 포함시켜 한국이 책임 있는 태도로 안보 비용 분담에 임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려 했던 정부의 노력이 큰 성과를 보지 못한 셈이다.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객원연구위원은 “나토는 다자 분담금 형식을 취하는 데다 한국은 이미 분담금 비율이 50%에 근접하기 때문에 나토와 한국을 수평 비교하는 것은 무리인데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에겐 그런 논리가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나토에 적용하는 잣대를 그대로 한국에 들이댈 가능성이 굉장히 크고 또 10여 년 전부터 미국 내 우파들 사이에서 같은 요구가 제기돼 왔기 때문에 우리 협상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무엇보다 트럼프 정부가 북·미 간 비핵화 협상 진행을 이유로 주한미군 감축론을 또 꺼내들어 방위비분담금 협상 카드로 활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지난달 북·미 정상회담 직후 “나는 가능하면 빨리 병력을 철수시키고 싶다. 집으로 데려오고 싶다”며 주한미군 철수를 거론해 파문을 불렀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연합군사훈련인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을 놓고도 “비용이 어마어마하게 높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월스트리트저널은 11일(현지시간) 오는 8월 예정됐던 UFG 연습을 중단해서 절약하는 예산은 1400만 달러(약 157억원)라고 전했다. 한국 공군의 주력 전투기인 F-15K가 대당 1500억원인 만큼 이 전투기 한 대 가격의 10분의 1에 불과하다. 한·미는 오는 18~19일 미 시애틀에서 5차 방위비 협상을 벌일 예정이다.
 
워싱턴=김현기 특파원, 서울=유지혜·조진형 기자 luckyman@joongang.co.kr

Innovation Lab

Branded Content

트렌드뉴스

많이 본 뉴스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