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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문건’ 미스터리 … 기무사 워터마크·문서번호도 없어

중앙일보 2018.07.13 00:57 종합 6면 지면보기
장영달 기무사 개혁TF 위원장이 12일 국방부 청사로 들어서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장 위원장은 ’수사 상황을 지켜보면서 기무사의 미래 방향을 새롭게 정리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뉴스1]

장영달 기무사 개혁TF 위원장이 12일 국방부 청사로 들어서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장 위원장은 ’수사 상황을 지켜보면서 기무사의 미래 방향을 새롭게 정리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뉴스1]

국군기무사령부가 작성했던 이른바 ‘계엄령 문건’을 놓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정부 소식통은 12일 “해당 문건을 보면 이상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며 “기무사는 보고 날짜를 정확히 적는데 공개된 문건엔 ‘2017.3’이라고만 나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기무사 문건은 부대의 상징인 호랑이 워터마크(식별 이미지)를 넣는데 이 문건엔 안 보인다”며 “기무사 문건엔 결재란과 문서번호도 없었다”고 덧붙였다. 이 문건은 비문(비밀문서)으로 분류돼 있지 않아 평문이다.  
 
기무사의 계엄령 문건은 지난해 3월 조현천 전 기무사령관으로부터 한민구 전 국방부 장관이 보고받았다.
 
한 전 장관 측은 기무사 문건이 평문이라는 점을 들어 쿠데타나 내란 음모에 대한 계획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비밀 보장이 안되는 평문에 쿠데타 계획을 담겠느냐는 반문이다. 반면 해당 문건은 비록 평문이지만 정식 문건 형태가 아니라는 점에서 ‘독대 문건’이라는 지적도 있다. 전직 군 당국자는 “해당 문건은 형식으로 볼 때 기무사 정식 문건은 아니다”면서도 “기무사령관이 국방부 장관에게 독대를 통해 보고하는 문건은 기무사 양식에 잘 따르지 않는다. 오히려 기무사 티를 안 내게 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기무사 문건의 실체는 지난 11일 발족한 특별수사단이 가장 먼저 규명해야 할 숙제다. 특별수사단은 늦어도 이번주 수사단 인선을 마치고 다음주 본격적 수사에 나선다. 특별수사단은 훈령에 따라 두 번 수사기간을 연장해 최장 120일 동안 수사가 가능하다. 이와 별도로 군인권센터의 고발 사건을 접수한 검찰은 사건을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에 배당했다. 따라서 군과 검찰이 투트랙으로 수사를 진행한다. 한 전 장관과 조 전 기무사령관 등 문건 관련 인사들이 현재 민간인 신분인 만큼 민간 검찰과의 협조가 필요한 상황이다.
 
한 전 장관 측은 청와대와 국방부가 기무사 문건의 존재를 파악하고도 한동안 별다른 조처를 하지 않은 점도 강조하고 있다. 전직 군 소식통은 “송영무 국방부 장관이 이석구 기무사령관으로부터 문건을 보고받은 것은 지난 3월 16일”이라며 “보통 기무사는 국방부 장관에게 보고하는 중요 사항을 청와대 민정수석실에도 함께 보낸다”고 말했다. 민정수석실은 국가정보원·검찰·경찰뿐 아니라 기무사의 보고도 받는다. 길게 잡으면 넉 달간 청와대와 국방부 모두 가만히 있었던 이유는 기무사 문건이 크게 문제가 안 된다고 자체 판단을 내렸기 때문 아니겠느냐는 게 한 전 장관 측 주장이다.
 
실제로 국방부는 외부 전문가에게 법률 검토를 받고 기무사 문건은 수사 대상으로 삼기 힘들다고 판단했다.  
 
최현수 국방부 대변인은 12일 정례브리핑에서 “당시 (국방부 법무관리관이 문건에 대한 법리 검토를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생각해 외부 전문가에게 맡겼다”고 말했다. 최 대변인은 외부 전문가에 대해서는 “충분한 전문성을 갖춘 고위 공직자”라고만 소개했다. 정부 소식통은 “외부 전문가는 법조인으로 알고 있다”고 귀띔했다.
 
그러나 청와대와 여당은 조사 필요성에 대해 단호하다. 기무사 문건에 병력 배치, 탱크 동원 등 구체적 작전 계획이 담겨 있는 만큼 실제 병력 동원 가능성을 꼼꼼히 수사해야 한다고 본다. 여당은 병력 출동을 육군참모총장이 선조치한 뒤 국방부 장관과 합참의장에게 사후보고하고, 국회가 위수령 무효 법안을 제정하더라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는 등 구체적 실행안이 포함된 점도 의미심장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날 국방부에서 열린 군인복무정책심의위원회에서 민간 자문위원들은 송 장관이 기무사 문건에 대한 대응에서 늦었다고 질책했다.  
 
이철재 기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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