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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융합실험로 공정 57% 넘어 … 인공태양 개발 잘되고 있다”

중앙일보 2018.07.13 00:02 경제 2면 지면보기
이경수 국제핵융합실험로(ITER) 국제기구 사무차장이 프랑스 남부 카다라슈의 ITER 공사현장 앞에 섰다. [사진 국가핵융합연구소]

이경수 국제핵융합실험로(ITER) 국제기구 사무차장이 프랑스 남부 카다라슈의 ITER 공사현장 앞에 섰다. [사진 국가핵융합연구소]

“3년 전 바닥 기초공사에 머물러 있었는데, 이젠 꼭대기 콘크리트 지붕까지 덮었습니다.”
 
‘인공태양’ ‘무한 청정 미래 에너지’로 불리고 있지만, 한때 ‘사기’ 또는 ‘망상’으로까지 의심받았던 핵융합발전 연구개발(R&D)이 5부 능선을 넘어섰다. 국가핵융합연구소(NFRI)는 11일 프랑스 남부 소도시 카다라슈에서 건설 중인 국제핵융합실험로(ITER)가 최근 공정률 절반을 넘어 58% 가까이 도달했다고 밝혔다.
 
ITER는 유럽연합(EU)와 미국·일본·중국·러시아·인도·한국 등 7개국이 공동협력 과제로 진행하고 있는 핵융합 에너지 연구 프로젝트다. ITER국제기구의 2인자이면서 실험로 건설과 기술을 총괄하고 있는 이경수(62) 사무차장을 11일 대전 국가핵융합연구소에서 만났다. 한국형 핵융합장치(KSTAR) 건설을 주도하고 국가핵융합연구소 2대 소장(2008~2011년)을 지낸 핵융합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다. 그는 ITER 사무차장에 오른 후 3년 만에 처음으로 휴가차 한국을 찾았다. 다음은 일문일답.
 
핵융합실험로 건설이 오랜 기간 답보상태에 있었다.
“그동안 ITER 프로젝트가 어려운 기간을 거쳤다. 2015년 9월 ITER 사무차장에 취임할 때만 하더라도 맨 아래인 지하 2층 바닥공사에 그친 상태였다. 공정률이 몇%라고 말하기도 어려운 상황이었다. 애초 2007년 공사를 시작하면서 2017년에 완공한다는 계획을 잡았지만, 제대로 진행된 게 없었다. 게다가 ITER 참여국 중 하나인 일본에서 후쿠시마 원전이 폭발하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실험로 건설에 더 차질을 빚었다. 그러다 보니 팀 프로젝트의 컬쳐(문화)도 제대로 안됐다. 7개국이 서로 네탓내탓을 했다. 여기저기서 회의적인 시각과 비판 목소리가 이어졌다.”
 
지금은 어떤가. 공정률 50%라는 게 어느 정도에 와 있다는 의미인가.
“국제핵융합실험로는 높이 30m, 폭 30m 규모로, B1부터 L4까지 6개층으로 구분된다. 최근 L4 맨 위인 지상 4층 건설을 완성하고 지붕을 덮었다. 이제는 내부 토카막 준비공사에 들어간다. 공정률로 보면 지난해 말 50%를 넘었고, 7월11일 현재 57.4%로 추정된다. 7년 뒤인 2025년에는 공사가 완공되고 섭씨 1억도에 이르는 플라즈마를 만들어낼 것이다. 2035년에 투입량 대비 10배의 에너지를 생산하는 단계인 Q10에 도달하는 것이 목표다. 핵융합발전의 상업성을 인정받을 수 있는 단계다.”
 
어떻게 그럴 수 있었나.
“한국은 신소재 초전도체를 이용한 토카막형 핵융합장치(KSTAR)를 만들어본 유일한 나라다. KSTAR는 크기(높이 10m, 폭 10m)만 작을 뿐 구조·원리가 ITER와 똑같다. 내가 1998~2005년 핵융합연구개발사업단장으로 KSTAR 건설을 주도했다. 2015년 9월 ITER 기술·건설 사무차장에 취임하고 나서 그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시스템을 정리정돈했다. 1년만인 2016년 11월에 2025년 공사완료를 목표로 한 계획을 재정비했다. 이젠 완전히 제 궤도에 들어섰다고 자신할 수 있다.”
 
대전에 있는 한국형 핵융합장치(KSTAR) 토카막 내부. [연합뉴스]

대전에 있는 한국형 핵융합장치(KSTAR) 토카막 내부. [연합뉴스]

그래도 넘어서야할 산이 있지 않나.
“핵융합을 일으키는 플라즈마는 중심온도 1억도, 가장자리 온도도 1500도에 이른다. 에너지도 500㎿에 달한다.(원전 하나의 발전용량이 1000㎿다) 이런 초고온의 플라즈마에 손상을 입지않고 연속적으로 가동할 수 있는 내부부품을 만들어내야 한다. 고온에 강한 텅스텐 소재를 쓸 계획이지만 안정성을 유지하는 것이 넘어야할 숙제다. 1억도가 넘는 온도의 플라즈마가 3000초 이상 유지되고, 핵융합로도 이를 안정적으로 견딜 수 있어야 한다.”
 
이후 일정은 어떻게 되나
“2045년까지 ITER로 에너지를 안정적·효율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지에 대한 실험을 계속한다. 현재 계획으로는 2045년이면 ITER 프로젝트는 끝난다. 7개 참가국들은 이 과정에서 얻은 기술을 통해 각자 데모 버전의 핵융합발전소(실증로)를 건설하게 된다.”
 
중국은 지난해 말 ITER와는 별개로 2035년까지 핵융합발전소를 짓겠다고 발표했다.
“7개국이 같이 시작을 했는데, 중국이 제일 먼저 앞서 나가는 모습이다. 시진핑이 꿈의 미래 에너지를 주도해나가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대로 가다간 한국이 KSTAR를 통해 ITER를 살려놨는데, 그 열매를 중국 사람들이 따 가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한국 정부에서 심각하게 생각해 봐야 한다. 우리는 실증로에 대한 말뿐이지 국가 차원의 구체적인 계획이 없다. 2035년 핵융합로 기술이 완성되고 ITER에서 일하고 있는 한국 전문가들이 돌아와서 할 일이 없어지는 상황을 생각해 봐라. ”
 
한국 정부의 의지가 없다고 생각하나.
“그렇지 않다. 내가 KSTAR 사업단장 시절인 2001년 당시 김대중 대통령이 대전을 찾아온 적이 있다. 핵융합발전에 대해 브리핑을 하려고 했는데 김 대통령은 거꾸로 나에게 핵융합발전의 중요성에 대해 한 시간 동안 얘기를 하셨다. 전문가 수준의 지식과 견해를 가지고 계셨다. 노무현 대통령도 2007년 KSTAR 완공식에 오셨다. 노 대통령은 한국이 ITER에 참여한 것에 대해 자랑스럽게 생각하셨다.”
 
◆핵융합
가벼운 원자핵들이 융합해 무거운 원자핵으로 바뀌는 것. 이 과정에서 줄어든 질량은 에너지로 변환되는데, 이를 핵융합에너지라 한다. 핵융합 반응이 일어나는 대표적 사례가 태양이다. 지구상에서 핵융합 반응을 만들기 위해서는 태양과 같은 초고온의 환경을 인공적으로 만들어 줘야 한다. 지구에서는 수소의 동위원소인 중수소와 삼중수소의 핵융합을 통해 핵융합에너지를 얻는다. 중수소는 바닷물에서, 삼중수소는 리튬을 이용해 얻을 수 있다. 이렇게 얻은 핵융합연료 1g은 석유 8t에 해당하는 에너지를 생산한다. 원자력발전과 달리 폭발 위험도 없고, 방사성 물질도 거의 나오지 않는 사실상의 청정 에너지다.

 
대전=최준호 기자 joo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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