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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나나 멸종 막을 나무…이제 딱 5그루 남았다

중앙일보 2018.07.12 02:00
“이 나무가 사라지면 바나나 멸종을 막을 수가 없다.”

 
영국 공영 BBC는 6일(현지시각) 바나나의 멸종을 막을 열쇠를 쥔, 새로운 바나나가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고 전했다. BBC에 따르면 영국의 '큐 왕립식물원' 소속 과학자들은 아프리카 동부 마다가스카르 섬을 뒤져 병충해에 강한 바나나 나무를 찾아냈다. '마다가스카르 바나나'다. 하지만 남은 개체 수는 딱 5그루. 바나나를 멸종 위기에서 구출할 방법은 찾았지만 아슬아슬한 상황이다.
 
영국의 큐 왕립식물원 소속 과학자들이 발견한 '마다가스카르 바나나(Ensete Perrieri)'는 일반적으로 소비되는 캐번디시 바나나에 비해 크기가 작고 씨가 있는 것이 특징이다. [출처 큐왕립식물원]

영국의 큐 왕립식물원 소속 과학자들이 발견한 '마다가스카르 바나나(Ensete Perrieri)'는 일반적으로 소비되는 캐번디시 바나나에 비해 크기가 작고 씨가 있는 것이 특징이다. [출처 큐왕립식물원]

변종 파나마병(TR4)에 당하고 있는 캐번디시 바나나...똑같은 유전자가 원인
 
현재 전 세계적으로 소비되고 있는 바나나의 품종은 캐번디시 바나나 단 한 종으로, 유전자가 모두 똑같다. 이유는 캐번디시 종이 무성생식의 일종인 영양생식을 하기 때문이다. 영양생식이란 생식기관이 아닌 줄기·뿌리·잎 등 식물의 체세포가 그대로 자라 다음 세대가 되는 것을 말한다. 일종의 복제품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돌연변이가 탄생할 염려가 없어 같은 맛의 과일을 대량생산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어버이의 유전적 형질을 자손이 똑같이 물려받다 보니 유전적 다양성이 부족한 것이 흠이다.
 
현재 전세계서 가장 널리 상품으로 유통되고 있는 바나나는 '캐번디시' 종이다. 캐번디시 종은 영양생식으로 인해 유전자가 모두 똑같으며 변종 파나마 병에 취약한 특징이 있다. [출처 stevehopson.com]

현재 전세계서 가장 널리 상품으로 유통되고 있는 바나나는 '캐번디시' 종이다. 캐번디시 종은 영양생식으로 인해 유전자가 모두 똑같으며 변종 파나마 병에 취약한 특징이 있다. [출처 stevehopson.com]

 
캐번디시 바나나의 유전자에는 큰 결함이 있다. 바로 변종 파나마병인 트로피칼 레이스 4(TR4)에 내성이 없다는 것이다. 캐번디시 바나나는 유전자가 모두 같기 때문에 한 나무가 병에 걸리면 곧바로 다른 나무들에 번진다. 
 
바나나 멸종 위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캐번디시에 비해 당도도 높고 보관ㆍ운송에도 편리해 주력 바나나 품종이었던 그로 미셸도 1950년대 이 같은 이유로 멸종되다시피 한 사례가 있다. 그로미셸종도 파나마병에 취약한 유전자를 공유하고 있어 결국 상업적 생산이 중단됐다. 현재는 변종 파나마병이 대만을 시작으로 중국·인도·호주로 빠르게 번지고 있다.
 
멸종위기의 캐번디시, 품종개량 통해 생존할 수 있을까
 
캐번디시, 그로미셸 외에도 야생에 존재하는 바나나의 종류는 많다. 때문에 바나나 종 자체가 멸종할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은 편이다. 사진은 레드 바나나 [중앙포토]

캐번디시, 그로미셸 외에도 야생에 존재하는 바나나의 종류는 많다. 때문에 바나나 종 자체가 멸종할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은 편이다. 사진은 레드 바나나 [중앙포토]

 
그러나 모든 바나나 종이 곧바로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캐번디시와 같이 널리 소비되는 종 외에도 야생에는 여러 종류의 바나나가 서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레드 바나나, 플랜틴 바나나 등 다양한 바나나가 있고 멸종됐다고 알려진 그로미셸 역시 극소수 지역에서 소량 생존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그러나 병충해에 강하면서도 그로미셸이나 캐번디시처럼 맛ㆍ생산ㆍ유통 측면에서 상품성이 높은 종을 개발하기는 매우 까다롭다.
 
이번에 발견된 마다가스카르 바나나 역시 흔히 소비되는 캐번디시와 달리 씨가 있어 먹기가 불편하다. 그러나 파나마병에는 감염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만약 캐번디시와 교배해 병충해에 대한 내성과 맛이란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마다가스카르 바나나를 발견한 큐 왕립식물원은 씨가 있는 야생 바나나 유전자를 연구해 새로운 종의 바나나를 만들기 위한 연구를 하고 있다. [출처 큐왕립식물원]

마다가스카르 바나나를 발견한 큐 왕립식물원은 씨가 있는 야생 바나나 유전자를 연구해 새로운 종의 바나나를 만들기 위한 연구를 하고 있다. [출처 큐왕립식물원]

 
이 연구에 참여한 큐 마다가스카르 보존센터의 헬렌 랄리마나나 박사는 "새로 발견한 야생 바나나 나무를 잘 보존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며 "커다란 바나나 씨앗에서 재배 바나나의 품종을 개량할 수 있는 유전자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에 발견된 마다가스카르 바나나 나무는 세계자연보존연맹(IUCN)이 최근 지정한 적색 리스트에 포함됐다.
 
허정원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 
 
바나나 품종개량의 어려움...원하는 유전자만 고른 후 다시 번식력 없애야
다양한 유전형질을 가진 바나나가 존재해 품종개량이 간단한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그리 쉽지 만은 않다. 씨가 있는 바나나와 교배 후 원하는 바나나의 유전적 특성만을 모두 골라 담은 뒤, 다시 생식 능력이 없는 식물로 만들어야 하기 때문. 벨기에의 루뱅 가톨릭 대학의 바나나 연구소장 '로니 스웬넨'은 "유전자 형질 전환은 진화가 아니라 혁명"이라고 말했다. 또 바나나 씨는 씹으면 이가 부러질 정도로 매우 단단해 하나만 있어도 상품성이 떨어지게 된다.  
 
바나나를 위협하는 질병이 다양한 것도 문제다. 실제로 바나나는 파나마 병 외에도 싱가토카병, 번치 탑, 마름병 등 여러 바이러스에 취약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유전자 변형(GM)이 필수적인데 현재는 유전자변형식품(GMO)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다수 존재해 연구ㆍ실용화가 어려워지고 있다. 실제로 2015년 3월, 빌 게이츠 재단이 각종 질병으로 바나나 농장이 초토화 된 우간다에 '마토케(녹색바나나)'를 유전자 변형ㆍ공급하려 했으나 식품의 안전성 문제로 반대에 부딪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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