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중국산 약원료 부실 관리, 고혈압약 사태 불렀다

중앙일보 2018.07.12 00:25 종합 14면 지면보기
발암물질이 섞인 중국산 고혈압 치료제 원료 ‘발사르탄’이 들어간 고혈압약을 처방하지 않는다는 안내문이 10일 서울성모병원 진료실 앞에 붙어있다. [뉴스1]

발암물질이 섞인 중국산 고혈압 치료제 원료 ‘발사르탄’이 들어간 고혈압약을 처방하지 않는다는 안내문이 10일 서울성모병원 진료실 앞에 붙어있다. [뉴스1]

발암물질이 섞인 중국산 고혈압 치료제 원료 ‘발사르탄’을 쓴 제약사의 피해 규모가 약 330억원에 달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11일 의약품 시장조사 기관 한국아이큐비아에 따르면 발암 성분 원료로 제조한 고혈압 치료약(104개)의 연간 판매 규모는 333억원이다.
 

국내 수입액 30%가 값싼 중국원료
첫 허가 때만 공장 조사받으면 끝
현장 실사 강화한 법안 2년째 낮잠

이들 104개 제품을 복용한 환자는 17만 8536명으로 나타났다. 전체 600만명 고혈압 환자의 약 3%에 해당한다. 최근 국내 발사르탄 원료 제조·수입량 중에서 중국 ‘제지앙 화하이’사 제품이 2.8%인 것과 비슷하다.
 
고혈압은 감기·치주염·알레르기비염 등에 이어 한국인이 여섯 번째로 많이 앓는 질환이다. 지난해 7449억원의 건강보험 재정(환자 부담금 포함)을 썼다. 비용 면에서는 3위다. 발사르탄 고혈압 약뿐만 아니라 다른 약을 먹는 환자도 동요하면서 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국내 발사르탄 성분 의약품 시장 규모는 연간 2900억원이다. 이 중 발사르탄 성분만 들어간 단일제는 500억원, 발사르탄과 다른 약물의 복합제는 2400억원이다. 발사르탄의 오리지널 약(특허약)인 스위스 제약사 노바티스의 디오반과 엑스포지는 지난해 매출이 920억원으로 시장의 32%를 점유하고 있다. 나머지 68%는 600여개의 복제약(제네릭)이 나눠 갖는다. 이번에 문제가 된 중국산 원료를 사용한 약도 여기에 속한다.
 
이번 사고의 이면에는 중국산 저가 원료의 함정이 도사리고 있다. 한 제약회사 관계자는 “중국산 발사르탄 수입 가격이 다른 나라 제품에 비해 매우 저렴한 편”이라고 말했다. 완제품 고혈압 약 중 오리지널 약인 디오반 건보 가격이 한 알에 520원, 가장 낮은 복제약은 314원이다. 원료의 가격 차이가 어느 정도 반영된 것으로 유추할 수 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한국의약품수출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에 수입된 원료 의약품은 약 2조원이다. 이 중 중국산이 6166억원으로 약 30%를 차지한다. 일본·인도가 그 다음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직 식약처 간부는 “세계 의약품 원료 시장의 60~70%를 중국과 인도가 장악했다. 원료 제조가 굴뚝산업인데, 인건비·환경비용 부담 등이 중국과 인도가 낮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중국산 원료를 어떻게 관리할지가 한국 환자의 안전성에 핵심 요소가 됐다. 유럽의약품안전청도 이번에 중국 제지앙 화하이 사의 보고를 접하고 문제를 파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식약처는 “제지앙 화하이가 제조 방법을 변경하면서 화학적 합성법이 달라졌고, 이때문에 NDMA라는 2A급 발암물질이 발생했다고 한다. 현지 실사를 하지 않는 한 중국 설명대로 비의도적 결과인지 알 수 없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한국은 실사 권한이 없다. 10여년 전부터 약을 처음 허가할 때는 해외의 원료 공장에 조사를 나간다. 또 국내 다른 제약회사가 같은 원료를 사용해서 약을 허가받을 때 현지에 나가거나 서류로 대체한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다. 허가 후에는 관리 사각지대가 된다.
 
식약처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16년 6월 약사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의약품 해외 공장을 등록하고 현지실사를 할 수 있는 근거를 담았다. 현지 실사에서 위해 발생 우려가 있으면 수입을 중단할 수 있다. 한국에 원료를 수출하려면 한국 법규를 따라야만 한다. 하지만 이 법안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2년 넘게 묶여 있다. 법이 통과하면 해외 공장 관리 인력이 현재 20명 가량에서 대폭 늘어야 한다. 김상봉 식약처 의약품안전과장은 “해외 제조소(공장)가 2000~3000개고 중국 원료도 제조소 별로 편차가 크다. 현지 관리를 강화하려면 법률 통과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이에스더 기자 ssshin@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