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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바루기] 구설에 오른 정치인

중앙일보 2018.07.12 00:02 경제 4면 지면보기
송영무 국방부 장관이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군내 성범죄를 예방하려면 “여성들이 행동거지라든가 말하는 것을 조심해야 된다”고 언급한 것을 두고서다.
 
정치권도 예외가 아니다. “송 장관이 구설수에 오른 것은 이번만이 아니다”며 사퇴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부적절한 발언으로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릴 때 “구설수에 오르다”고 표현하는 경우가 많다. “송 장관은 지난해에도 ‘식사 전 얘기와 미니스커트는 짧으면 짧을수록 좋다’는 발언으로 구설수에 올랐다”와 같이 사용해선 안 된다. “구설에 올랐다”고 해야 바르다. “그동안 여러 가지 구설수에 휘말려 왔다”도 마찬가지다. “구설에 휘말려 왔다”가 바른 표현이다.
 
토정비결 등에서 자주 접할 수 있는 ‘구설수(口舌數)’는 남과 시비하거나 남에게서 헐뜯는 말을 듣게 될 운수라는 의미다. 운수는 이미 정해져 있어 인간의 힘으론 어쩔 수 없는 천운과 저절로 오고 가고 한다는 길흉화복이다. “횡재수가 있다” “요행수는 없다” “손재수가 들다”처럼 구설수 역시 ‘있다’ ‘없다’ ‘들다’는 표현과 어울린다. 남의 얘깃거리가 되다는 뜻의 ‘오르다’와 어떤 사건이나 감정에 완전히 휩쓸려 들어가다는 뜻의 ‘휘말리다’와 어울려 쓰는 건 어색하다.
 
좋지 않은 일로 남의 이야깃거리가 될 때는 시비하거나 헐뜯는 말을 이르는 ‘구설(口舌)’을 넣어 표현해야 한다. ‘구설’은 시비나 험담 등의 말이고 ‘구설수’는 그런 말을 들을 운수다.
 
“구설에 오르다” 대신 “입길에 오르다” “말밥에 오르다”로도 표현한다. ‘입길’은 남의 흉을 보는 입놀림, ‘말밥’은 좋지 못한 이야기의 대상을 일컫는 말이므로 안 좋은 일로 남의 말거리가 될 때 쓸 수 있다. “입방아에 오르내리다”도 사용할 수 있으나 ‘입방아’의 대상은 나쁜 일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남의 말을 하기 좋아하는 이들이 어떤 사실을 화제로 삼아 이러쿵저러쿵 쓸데없이 뒷이야기를 하는 경우에 두루 쓰인다.
 
이은희 기자 lee.eunhee@jt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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