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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서울 올림픽을 보고

중앙일보 1988.10.02 00:00 종합 6면 지면보기
많은 승리와 패배, 그리고 그만큼의 감동과 추억을 남기면서 서울올림픽은 그 막을 내리고 있다.

나는 약3주전 네온사인이 휘황찬란한 서울의 밤거리에 처음으로 발을 들여놓았었고 그것은 내생애 최초로 한국과 만나는 것이었다.

한미 감정 더 이상 증폭 안돼야

한국에 오기전 내가 뉴욕근처의 나의 집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었던 것은 84년 유고 사라예보에서 열린 동계올림픽취재때였다 .

유고에서의 취재는 실로 어려운 경험이었다. 식당을 찾거나 치약을 사는 일, 그리고 장거리 전화를 신청하는 것 모두가 제대로 풀리지 않았다.

내가 배운 유일한 유고말은 우선 사람을 안심시키는 것이었다. 『걱정하지 마세요. 문제없습니다. 우리가 해결해 드릴께요.』 그러나 번듯한 약속과는 달리 모든 것이 삐걱거렸고 사라예보동계올림픽을 취재하는 것은 「문제」들과 동거하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내가 서울에서 배웠고 그동안 수십번 사용했던 유일한 한국말은 『감사합니다』였다. 나는 『문제가 생겼다』라는 뜻의 한국말은 모른다. 올림픽이 끝날때까지 한번도 사용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불평하기」가 만약 올림픽종목으로 채택된다면 아마도 금메달을 차지할 우리 기자들은 밤늦도록 맥주집에 앉아 한국과 한국인들에 대해 얘기하곤했다. 『한국사람들은 정말로 올림픽이란 것을 어떻게 치러야 하는지 알고있다.』

서울에서 벌어진 올림픽잔치는 지금까지 가장 번듯했다고 일컬어지는 LA올림픽을 뛰어 넘고있지 않는가.

그러나 한편으로 우리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것도 점검해 보아야한다. 12년만에 동과 서를 악수시켜 「이해의 올림픽」을 만들어낸 서울이 바로 그 이해와 공감이란 면에서 부족한 것은 없었을까.

나는 올림픽이 종반전에 접어들면서 한국민들 사이에서 고조된 반미감정에 주목한다. 많은 신문들이 반미감정이 부풀어진다고 「보도」했다. 여기서 내가 「보도」라는 표현을 쓰는 것을 유의해달라. 보도는 많았지만 나는 실제로 손으로 만지고 피부로 느낄 수 있는 반미감정이 보도만큼이나 많은 것인지 『글쎄요』다.

나는 서울에서도 매일 45분간 조깅하는 것을 빠뜨리지 않았다. 나의 핫팬츠차림은 「조용한 아침의 나라」 사람들에게는 하나의 무례한 침입처럼 느껴졌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분노나 혐오의 표정을 내게 전해준 사람은 없었다. 나를 쳐다본 한국인들은 웃고있거나 호기심에 찬 표정이었고 그렇지 않으면 무관심한 얼굴이었다.

내가 만났던 수많은 택시운전사들과 호텔·식당종업원들. 그들이 내게 보여준 따뜻함과 부드러움 속에서 『내가 영어를 말하는 미국인이기 때문에 그들이 나를 미워한다』는 생각을 어떻게 할 수 있겠는가. 그들이 만약 그러한 감정을 마음속에 숨기면서 그런 표정을 보여주었다면 한국인들은 천부적인 연기자임에 틀림없을 것이다.

여기에 우리 미국인들이 즐겨쓰는 표현하나를 소개하겠다. 『뒷동산을 가지고 태산처럼 만들어 놓는다』

그말은 바로 서울올림픽에서 미국과 관련된 불미스런 두 사건을 다루는 언론의 태도에 적용될 수 있지 않을까.

하이야트호텔에서 미국수영선수들이 석고상을 홈친 것이나 미NBC직원들이 어리석게 도안된 T셔츠를 주문한 것이나 모두 실로 유감스러운 일이며 한국국민들에게 사과해야 마땅한 일이다.

그러나 우리가 유의해야 할 점은 일어난 일의 본질이다. 두가지 사건 모두 「미국의 작품」은 아니다.

개개 미국인 몇 사람이 저지른 일일뿐이다. 그것은 뉴질랜드인 복싱심판에 대한 공격이 한국전체의 작품이 아니며 단지 몇몇 한국인이 저지른 일인 것과 똑같지 않은가.

이해와 화합을 기치로 내걸고 펼쳐진 서울 올림픽이 공교롭게도 한미관계를, 좀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한국인들의 미국인들에 대한 감정을 다소나마 불편하게 만들었던 일들을 다시한번 반추해보면서 나는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한국언론은 『두가지 사건으로 우리는 모욕감을 느껴야 마땅하다』고 주장한듯 했는데 만약 언론이 그렇게 나서지만 않았더라도 그 일들은 일부 개인들에 의해 저질러진 해프닝정도로 그치지 않았을까.

나는 아직까지 한국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한다. 그러나 올림픽역사상 가장 훌륭한 올림픽을 치러낸 한국사람들은 눈에 보이는 것보다 진정 마음속에서 느껴지는 것을 이해하는데 보다 탁월한 능력을 가지고 있으리라.

이제 올림픽을 마감하면서이 성숙한 결실의 계절에 우리 모두는 「지혜」를 수확해야 한다고 믿는다. 일어났던 일들이 더이상 좋지 않은 파장을 일으키지 않도록 모두가 신중하고 유의해야할 것이다. 「생각과 이해의 금메달」이 한국민에게 돌아갈 수 있기를 기대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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