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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고법원’ 반대한 민변에 “위헌 얘기만은 말아달라” 부탁한 양승태 사법부

중앙일보 2018.07.11 11:48
2014년 9월 24일, 양승태 사법부가 마련한 ‘상고제도 개선 공청회’가 대법원에서 열렸다. 해마다 늘어나는 상고사건 처리를 개선하기 위해 사회 각계의 의견을 수렴하는 자리였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소속 이재화 변호사는 이 자리에 참석해 상고법원이 ‘위헌’이라는 취지의 주장을 펼쳤다. 그는 “대법원의 상고법원 설치안은 고등법원을 하나 더 늘리는 것에 불과해 국민들이 대법관으로부터 재판받을 권리를 침해한다”고 비판하며 “과도한 재판 부담은 대법관 수를 늘려 지적하면 된다”고 지적했다.
 
민변 변호사에 전화해 “상고법원 위헌 얘기하지 말라”
양승태 전 대법원장. [중앙포토]

양승태 전 대법원장. [중앙포토]

이 변호사가 공청회에 참석하기 전날, 평소 알고 지내던 한 판사로부터 전화가 왔다. 11일 이 변호사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대학 동기인 한 고등부장 판사가 전화해 ‘상고법원이 위헌이라는 이야기만 하지 말아 달라’고 부탁했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앞서 하창우 당시 대한변협 회장과 함께 양승태 사법부의 상고법원 도입이 ‘위헌’이라며 꾸준히 반대 목소리를 내온 인물이다. 이 변호사는 “양승태 사법부가 나와 친분관계가 있던 판사를 이용해 나를 회유하려고 한 것 같다”고 주장했다. 하 전 회장의 경우 상고법원에 반대한단 이유로 대법원으로부터 탄압을 받은 것으로 검찰 조사 결과 드러난 상황이다.
 
설득에도 불구하고 이 변호사가 상고법원 반대 입장을 고수하자 법원행정처는 ‘민변 대응전략’이라는 미공개 문서에서 이 변호사를 ‘설득할 수 없는 인물’로 분류한 것으로 전해졌다.
 
비슷한 시기 행정처는 각 지방변호사회에도 접촉해 상고법원 찬성에 대한 협조를 구하고 다녔다고 한다. 익명을 원한 한 지방변회 관계자는 “법원행정처 관계자와 교류차 만나면 상고법원 찬성에 협조해달라는 식의 이야기를 많이 하곤 했다”고 전했다. 2014~2015년은 법원행정처가 양 전 대법원장의 숙원사업이던 상고법원 도입을 위해 청와대 및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의원들과 전방위로 접촉하던 시기였다.
 
민변이 ‘통진당 소송’ 제기하자 “회유할 기회”…커지는 ‘재판 거래’ 의혹
 정당해산심판 선고 당시 변호를 맡았던 민변 변호사들. 대법관 후보자로 추천된 김선수 변호사(가운데)와 이재화 변호사(오른쪽). [중앙포토]

정당해산심판 선고 당시 변호를 맡았던 민변 변호사들. 대법관 후보자로 추천된 김선수 변호사(가운데)와 이재화 변호사(오른쪽). [중앙포토]

문제는 양승태 사법부가 민변처럼 당시 상고법원에 반대했던 세력들에 대해 ‘회유’ 또는 ‘재판 거래’까지 검토했다는 의혹이다.
 
2014년 12월29일 작성된 ‘민변 대응 전략’ 문건에는 이 변호사를 비롯해 민변에 대한 전반적인 대응 및 회유 방안 등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통합진보당 정당 해산 사건을 대리한 이 변호사가 통진당 소속 국회의원 등에 대한 지위 확인 행정소송을 제기하자, 소송을 이용해 민변을 ‘상고법원 찬성’ 쪽으로 회유하려는 내용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약 1주일 뒤인 2015년 1월7일 작성된 ‘통진당 행정소송 검토보고(대외비)’ 문건에서 법원행정처는 이 소송이 “민변 등 헌재 결정에 비판적인 세력을 우군화할 수 있는 기회”라고 분석했다. 법원행정처에서 하급심 재판과 상고법원을 연계해 영향을 미치는 방안을 검토했다는 것만으로도 ‘재판 거래’ 논란이 불거질 수 있는 부분이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신자용)는 이날 오후 송상교 민변 사무총장 등 관계자들을 불러 ‘민변 대응 전략’ 문건이 실제 실행됐는지 등을 확인할 계획이다.  
 
박사라 기자 park.sar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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