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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라바조에서 코로로...부부의 취미가 '한 점'으로 모이다

중앙일보 2018.07.11 07:02
[더,오래] 홍미옥의 폰으로 그린 세상(4)
“천천히 얘기해봐, 카라 뭐 뭐시기?” 남편은 여전히 어려운 이름이라며 불만투성이다.
 
도쿄 국립서양미술관에서 열렸던 카라바조 전시 by 갤럭시노트5. [그림 홍미옥]

도쿄 국립서양미술관에서 열렸던 카라바조 전시 by 갤럭시노트5. [그림 홍미옥]

 
그 어려운 이름의 주인공은 바로 카라바조(Michelangelo da Caravaggio 1573~1610). 바로크 미술의 거목이자 타의 추종을 거부하는 천재 화가를 두고 하는 말이다. 이탈리아 바로크 화가 미켈란젤로 메리시 다 카라바조란 본명을 말했다간 미술관을 뛰쳐나갈 기세다.
 
자고로 화가라면 자신도 그릴 수 있을 것 같은 이상한 그림의 피카소와 귀를 자른 것만으로도 모를 수가 없다는 반 고흐만 알면 된다는 게 평소 남편의 지론이었던 걸 생각하면 그럴 만도 했다. 자다가도 그림, 미술, 전시 이야기만 나오면 벌떡 일어나는 나와는 달리 남편은 미술 같은 것(?)엔 도무지 관심이 없다.
 
반면에 직장생활 하랴 시간에 쫓기는 남편은 휴일이면 뒷짐 지고 느긋하게 뒷동산에 오르는 게 거의 유일한 취미다. 물론 마무리는 그가 주장하는 보약 같은 뽀얀 막걸리! 하지만 나는 햇빛이 강하다느니 무릎이 아프다느니 온갖 핑계를 대며 남편의 간단한 취미에 함께 하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미술관의 세계적 명화 앞에서도 티격태격
그렇게 타인의 취향을 인정하지 못하던 중년 부부가 맘먹고 떠났던 미술관 여행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정말 아무것도 아닌 이유로 서로의 취향을 꼬집고 할퀴는가 하면 짐짓 관심이 없는 척 맘껏 무심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아내가 그토록 원하던 카라바조 전시를 보러 미술관까지 동행해 주었다는 건데….
 
불세출의 천재 화가 앞에서도 못내 심드렁하던 남편의 한마디. “아니! 술잔을 들고 왜 폼만 잡고 있어? 까짓거 그냥 마셔버리지. 이쁘장하게 생겨서.” 명작 ‘바쿠스(1593~1594년 캔버스에 유채, 85×98cm, 우피치 미술관 소장)’를 본 남편의 솔직한 감상평이다.
 
좌우를 살펴보니 몸이 불편한 아내를 휠체어에 태우고 온 어르신이 보였다. 몸집이 자그마한 노부부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림을 보다가 서로를 보고 조용히 대화를 나누고 있다. 그 모습이 부럽기도 하고 무척 보기가 좋아서 남편에게 한마디 했다. “저기 봐요, 얼마나 좋아. 나이 들어서도 서로가 같이 취미생활 즐길 수 있으니.” 그러자 남편이 하는 말. “뒤는 안보나? 저렇게 잘 차려입고 혼자 오는 아줌마도 있구먼.” 
 
아닌 게 아니라 유난히도 고운 빛깔의 기모노를 입은 여인이 우아한 자태로 혼자 그림 감상에 열중이다. 사사건건 심드렁한 남편과 한껏 들떠 있는 아내의 그림 감상은 이렇게 싱겁게 끝났다. 전시장을 나오면서 미술관의 맛은 미술관 카페가 아니겠냐는 내 말에 남편은 봐둔 곳이 있다며 따라오라고 걸음을 재촉한다.
 
도쿄 진보초의 유서 깊은 탱고카페 밀롱가 by 갤럭시노트5. [그림 홍미옥]

도쿄 진보초의 유서 깊은 탱고카페 밀롱가 by 갤럭시노트5. [그림 홍미옥]

 
오늘도 뭐가 그리 급한지 카페 문을 휙 열고 들어가는 남편.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시인, 소설가들이 드나들었다는 그곳에서는 멋진 탱고 선율이 흐르고 있었다. 미술관에서 술을 권하는 그림을 봤으니 술을 마셔줘야 그림에 대한 예의가 아니겠냐며 이른 시간임에도 맥주를 주문한다.
 
하지만 카라바조의 대단한 그림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던 난 지금 생각해보면 별거 아닌 맥주 두어 병에 괜스레 심통을 부렸다. 기껏 힘들게 떠나온 난생처음 부부의 미술관 여행은 서로의 취향만 내세우다 끝이 났다.

산 위에서 그림 이야기라니…우린 '한 점'을 향해 가는 중
그로부터 몇 년이 지난 지금. 평행선을 달리던 부부의 취미는 아직도 그대로일까? 아니면 언젠가는 만날 한 점을 향해 뚜벅뚜벅 걷는 중일까?
 
요즘엔 가끔 주말에 뒷산이나 가까운 산엘 오르곤 하는 우리 부부. 어느 날인가 정상에 올라 산 아래를 바라보던 남편이 멋쩍은 표정으로 이런 말을 건넨다. “여보! 저기 저 풍경 좀 봐. 마치 거 뭣이냐, 코로의 그림 같지 않아?”
뭐, 뭐, 뭣이라고요!? 코로? 정녕 코로의 그림 같다고 했나요?
 
장 밥티스트 카미유 코로(Jean Baptiste Camille Corot, 1796~1875)는 프랑스 바르비종 화파의 대표적인 화가다. 과장되게 말하자면 그 날 나의 기분은 월드컵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한 호날두만큼이나 좋았다.
 
장바티스트 카미유 코로의 '소에게 여물을 먹이는 소녀'. 캔버스에 유채. 1865~1870/ [사진 예르미타시박물관]

장바티스트 카미유 코로의 '소에게 여물을 먹이는 소녀'. 캔버스에 유채. 1865~1870/ [사진 예르미타시박물관]

 
그동안 계속되어온 미술관 여행에서도 별 반응이 없던 남편이 동네 뒷산에서 코로의 풍경화를 들먹이다니! 더구나 피카소도 아니고 반 고흐도 아닌 코로라니! 감동에 겨운 날 보고 내친김에 쐐기를 박듯이 또 한마디 한다. “아까 슈퍼에 갔더니 키스 해링(Keith Haring 1958~1990, 미국의 그라피티 아티스트) 그림이 있는 커피를 팔더라고. 흠~”
 
우리가 산 위에 올라 미술을 얘기하는 날이 오다니 믿을 수가 없다. 이쯤에서 평소 등산엔 관심 없던 나도 가만히 있을 수 없다. “그렇다면 이번 주말엔 당신이 좋아하는 수리산 어때요?”
 
결코 만날 것 같지 않던 부부의 취미 평행선은 이렇게 사소한 말 한마디와 관심으로 한 점을 향해 한발 한발씩 발길을 내딛는 건가?
 
바야흐로 백세시대를 맞아 30년쯤 더 산다고 보면 언젠가는 우리에게도 그 한 점을 마주할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후일 야트막한 동네 뒷산에서 미술작품을 토론하는 은발의 노부부를 상상해보는 것만으로도 즐겁기만 하다.
 
[오늘의 드로잉 팁] 사진을 보고 그려보기
작은 화면 위에 그리는 것도 만만찮은 일일 텐데 풍경화나 그 밖의 장면을 그릴 땐 아무래도 참고용 사진을 보면서 그리는 게 훨씬 편하다. 물론 그림은 사진보다는 직접 보면서 그리는 게 최상이지만.
 
[드로잉 팁1] 앱을 실행시킨 후 그릴 캔버스를 선택한다. 크기에 따라 가로, 세로, 거칠기 등을 선택할 수 있다. [사진 홍미옥]

[드로잉 팁1] 앱을 실행시킨 후 그릴 캔버스를 선택한다. 크기에 따라 가로, 세로, 거칠기 등을 선택할 수 있다. [사진 홍미옥]

 
이번엔 아트레이지 앱으로 간단한 사용법을 익혀본다. 앱을 실행시킨 후 그릴 캔버스를 선택한다. 크기에 따라서 가로, 세로, 거칠기 등을 선택할 수 있다.
 
[드로잉 팁2] 자신의 갤러리에서 그려보고 싶은 사진을 선택하거나 즉석에서 촬영해 캔버스 한쪽에 잘 올려두고 스케치 해 본다. [사진 홍미옥]

[드로잉 팁2] 자신의 갤러리에서 그려보고 싶은 사진을 선택하거나 즉석에서 촬영해 캔버스 한쪽에 잘 올려두고 스케치 해 본다. [사진 홍미옥]

 
다음엔 자신의 갤러리에서 그려보고 싶은 사진을 고른 후(즉석 촬영도 가능하다) 한쪽에 잘 올려두고 스케치를 시작한다. 연한 색을 이용해서 대략 스케치한 후에 밑그림을 부드러운 색으로 칠해본다. 이 정도에서 약간의 채색을 더 해 끝낼 수도 있지만 다음 회차에선 레이어를 이용해 좀 더 섬세한 스케치와 채색을 해보도록 한다.
 
홍미옥 스마트폰 그림작가 keepan200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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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미옥 홍미옥 스마트폰 그림작가 필진

[홍미옥의 폰으로 그린 세상] 둘도 없는 친구인 스마트폰과 함께 세상 이야기를 그리는 중년 주부. 무언가를 새로 시작하기에 중년도 아직 늦지 않았음을 그림을 통해 알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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