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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식당] 검색해도 안 나오는 일식당…재계 오너·와인 애호가들의 비밀 아지트

중앙일보 2018.07.11 01:05

어디로 갈까’ 식사 때마다 고민이라면 소문난 미식가들이 꼽아주는 식당은 어떠세요. 가심비(價心比)를 고려해 선정한 내 마음속 최고의 맛집 ‘심(心)식당 ’입니다. 이번 주는 패션 광고 전문가 지향미 대표가 추천한 ‘미본가’입니다.

 
'미본가'의 스시는 초밥에 설탕을 넣지 않아 생선 고유의 단맛을 즐길 수 있다.

'미본가'의 스시는 초밥에 설탕을 넣지 않아 생선 고유의 단맛을 즐길 수 있다.

“아는 사람만 아는 곳, 나만의 일식집”
지향미 라탈랑트 대표.

지향미 라탈랑트 대표.

지 대표는 패션 광고 일을 하면서 빈티지 숍 ‘라탈랑트’를 운영한다. 라탈랑트엔 1950년대 빈티지 엽서부터 모로코 은쟁반 등 세계 각지에서 그의 취향대로 수집해온 물건들로 가득하다. 맛집을 고르는 기준도 비슷하다. 방송에 소개된 핫플레이스는 최대한 피한다. 사람 많고 패셔너블한 곳보다는 다듬어지지 않은 곳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대신 한 번 방문해 마음에 드는 곳은 자주 찾는다. 

[송정의 심식당]
패션 광고 전문가 지향미 대표 추천
일식당 ‘미본가’

지 대표는 마음속 최고의 식당을 꼽아달라는 부탁에 반나절 넘게 고민한 끝에 ‘미본가’를 추천했다. 그는 “평소 일식을 좋아하는데 미본가는 아는 사람만 아는 나만의 일식집”이라며 “정갈하고 과하지 않은 스타일링과 훌륭한 요리들을 즐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리아께·스시효 출신 베테랑 셰프의 일식당
청담동 골목 건물 1층에 자리한 미본가 입구.

청담동 골목 건물 1층에 자리한 미본가 입구.

서울 청담초등학교 옆 골목 건물 1층에 자리한 ‘미본가’는 박지수 셰프가 운영하는 일식당이다. 박 셰프는 서울신라호텔 일식당 아리아께 출신으로 이후에도 와라이·도모 등의 일식당을 운영해온 30년 경력의 베테랑 셰프다. 당연히 재계 오너부터 와인 애호가들까지 오래된 단골이 많다. 
고등학교 졸업 후 신라호텔에 입사한 그는 1990년대 중반 셰프로서 한 단계 성장할 기회를 얻었다. 밤새워 공부하며 일본어 능력 시험을 통과한 덕에 일본의 유명 호텔로 연수를 갈 수 있었다. 당시 신라호텔은 일본 도쿄의 오쿠라 호텔과 자매결연을 맺고, 시험을 통과한 셰프에 한해 6개월간 연수를 보내줬다. 박 셰프는 “오쿠라 호텔은 지금도 정치인, 재벌가에서 즐겨 찾는 호텔”이라며 “이곳 일식당의 주방은 한국처럼 서열에 따라 선배만 요리하는 게 아니라 4명이 팀을 이뤄 썰기·담기 등을 돌아가면서 하는 구조라 요리의 전 과정을 직접 몸으로 습득할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숙소에서 호텔까지는 편도 2시간 거리. 매일 새벽 5시에 기숙사를 나서야 했지만 배우는 즐거움에 힘든 줄도 몰랐다고 한다. 게다가 스키야키 같은 일본 전통 요리를 제대로 맛보는 일은 소중한 경험이었다. 박 셰프는 “90년대 중반은 한국의 외식산업이 발달하기 전이라 제대로 된 외국 음식을 맛보기 어려웠는데 현지에서 직접 맛보고 배울 수 있어 스스로도 성장하는 게 느껴졌다”고 회상했다.
서울신라호텔 일식당 아리아께부터 스시효, 도모 등에서 일한 박지수 오너셰프.

서울신라호텔 일식당 아리아께부터 스시효, 도모 등에서 일한 박지수 오너셰프.

한국에 돌아온 후 박 셰프는 해외 출장을 자주 다녔다. 호텔 임원이 일본 등 외국에서 맛본 요리와 맛집을 추천하면 직접 찾아가 맛을 보고 이를 재해석 해야 했기 때문이다. 일하는 틈틈이 공부도 놓지 않았다. 대학원 경영학 석사 학위까지 땄다. 일과 공부,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셈이다. 하지만 그는 2004년 호텔을 그만뒀다. 스승이었던 안효주 셰프가 호텔을 나와 ‘스시효’를 열 때 무엇이라도 돕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호텔을 나와 1년 가까이 스시효의 오픈 멤버로 일했다.
 
일식당 속에 숨겨진 비밀 공간 
박 셰프는 2005년 독립해 ‘와라이’ ‘무라타’ ‘도모’ 등을 차례대로 열며 자신만의 일식 스타일을 선보였다. 그리고 지난해 ‘미본가’를 열었다. 기존에 해온 일식당과는 달리 스시뿐 아니라 다양한 일식을 맛볼 수 있는 컨셉트다. 대표 메뉴는 스키야키. 박 셰프는 “육류는 계절을 타지 않기 때문에 사계절 내내 먹기 좋은 메뉴”라고 소개했다. 코스에 따라 사시미(회)나 튀김이 포함돼 있고 점심은 2만8000원부터 시작해 가성비도 좋다.
미본가 안에 자리한 룸 '쿠라'. 작은 스시 카운터가 있어 박 셰프가 직접 스시를 쥐어준다.

미본가 안에 자리한 룸 '쿠라'. 작은 스시 카운터가 있어 박 셰프가 직접 스시를 쥐어준다.

미본가는 포털 사이트에서 검색해도 가게 정보가 나오지 않는다. 그래서 ‘아는 사람만 가는 곳’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니는데 미식가로 알려진 재계 오너부터 와인 동호회 회원 등이 단골이다. 아마도 그들만의 아지트 ‘쿠라’가 있기 때문일 터. 
박 셰프의 오마카세 코스를 즐길 수 있는 ‘쿠라’는 미본가에 있는 작은 룸으로 ‘식당 속 식당’의 컨셉트로 꾸며져 있다. 내부에는 스시 카운터(바)가 있고 박 셰프가 직접 스시를 쥐어 그릇에 올려주고, 즉석에서 데판(철판요리) 또는 튀김 등을 만들어준다. 
박 셰프의 스시는 일본 전통 스시를 지향한다. 그는 “다양한 스타일의 스시를 만들어봤는데 결국 가장 맛있는 건 일본 전통 스시였다”고 설명했다. 도미·광어 등 생선이 지닌 본연의 단맛을 제대로 즐길 수 있도록 밥에 설탕을 넣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박지수 셰프는 "고객과 직접 마주하는 카운터야말로 미본가의 진짜 매력"이라고 설명했다.

박지수 셰프는 "고객과 직접 마주하는 카운터야말로 미본가의 진짜 매력"이라고 설명했다.

박 셰프는 바에 마주앉은 고객과의 자연스러운 대화를 위해 종일 주방에서 뉴스 전문 채널을 틀어놓고 사회적 이슈에 대한 찬반 의견을 듣는다. 처음 찾는 손님을 세심히 살펴 취향을 파악하는 데도 열심이다. 예를 들어 스시를 먹고 나서도 젓가락을 내려놓지 않는 손님에겐 빨리 다음 스시를 내준다. 또한 체격과 나이에 따라 회와 밥의 양을 조절해 스시 맛의 균형을 맞춘다. 
그는 요즘도 한 달에 한 번씩 일본을 찾는다. 하이엔드 일식당을 찾아가 직접 맛보며 일본의 음식 트렌드를 분석하기 위해서다.   
 
글=송정 기자 song.jeong@joongang.co.kr 사진·동영상=전유민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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