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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선 감고 추락한 아내…사라진 남편, 18일만에 귀가해 한 말

중앙일보 2018.07.09 12:58
아내가 아파트에서 추락했다고 신고를 한 뒤 사라진 30대 남편이 사고 발생 18일 만에 귀가했다. [중앙포토, 연합뉴스]

아내가 아파트에서 추락했다고 신고를 한 뒤 사라진 30대 남편이 사고 발생 18일 만에 귀가했다. [중앙포토, 연합뉴스]

아내가 아파트에서 추락했다고 신고를 한 뒤 사라진 30대 남편이 사고 발생 18일 만에 귀가했다.  
 
전북경찰청은 9일 “전날 오전 실종된 남편이 자진 귀가했다”며 “가족이 끈질기게 설득해 집으로 되돌아온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9일 전북 정읍경찰서에 따르면 지난달 20일 오전 1시쯤 정읍시 연지동 한 아파트 12층에서 A씨(26ㆍ여)가 추락했다. 남편 B씨(34)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 긴급구조대는 목에 전선을 감고 쓰러진 A씨를 발견했다. A씨는 떨어지는 도중 화단의 나무에 걸려 사망에 이르지 않고 온몸에 골절상을 입었다. 구조대는 A씨의 호흡을 확보하기 위해 전선을 제거하는 등 응급처치를 한 뒤 인근 병원으로 이송했다.
 
하지만 아파트에서 떨어졌다고 신고했던 남편 B씨는 정작 다친 아내 곁에 나타나지 않았다. 이를 수상하게 여긴 경찰은 남편에게 거듭 전화를 했고, 수차례 통화시도 끝에 전화를 받은 B씨는 “교통사고로 죽으려고 했는데 잘 안 됐다”고 말한 뒤 휴대전화 전원을 껐다. 경찰은 강력범죄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최근까지 B씨 행방을 쫓았으나 소재 파악에는 이르지 못했다.
 
병원에서 치료를 받으며 사고 이틀 만에 의식을 회복한 A씨는 처음엔 “술을 많이 마셔 생각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지만 최근 “전선을 목에 감은 것과 아파트에서 떨어진 것은 내가 한 일이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의 진술로 강력범죄의 가능성은 줄었지만 경찰은 B씨의 행적을 계속 뒤쫓았다. 사라진지 18일만인 지난 8일 B씨는 휴대폰을 켰고 경찰은 위치추적을 통해 전주 한옥마을 인근에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이후 경찰은 가족과 함께 한옥마을 인근을 수색, PC방에 있던 B씨를 발견했다. 그동안 B씨는 찜질방과 PC방에서 생활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에서 B씨는 “당시 아내와 다툰 뒤 방안에 있었다”며 “갑자기 비명소리가 들려 거실로 나갔고 아내가 아파트에서 떨어진 뒤라 막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신고를 한 뒤 아내가 죽었을 거라는 죄책감에 극단적인 선택을 하려 했지만 실패했다”며 “아내가 살았다는 것은 문자를 통해 알았다”고 덧붙였다.
 
경찰 관계자는 “아내가 ‘남편은 사고와 관계가 없다’고 말한 데다, B씨 진술이 구체적인 점으로 미뤄 강력범죄 가능성은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부부를 상대로 자세한 경위를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영혜 기자 han.youngh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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