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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박종철 형 "그는 이미 법 처벌 받아, 죽음 앞에서 무슨 말을"

중앙일보 2018.07.09 11:04
“노환인가? 강민창씨는 이미 법 앞에서 처벌을 받은 사람이다. 죽음 앞에서 이렇다저렇다 말하는 건 맞지 않다고 본다.”
남영동 옛 대공분실 4층 박종철 기념관에서 이야기하는 고 박종철 열사의 형 박종부(60)씨.

남영동 옛 대공분실 4층 박종철 기념관에서 이야기하는 고 박종철 열사의 형 박종부(60)씨.

 
9일 오전, 강민창 전 치안본부장(경찰청장) 사망 소식을 접한 고 박종철 열사의 형인 박종부(60)씨는 이같이 말했다. 강 전 본부장은 1987년 6월 항쟁의 도화선이 된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당시 기자회견에서 “책상을 ‘탁’치니 ‘억’하고 쓰러졌다”고 발표해 국민적 공분을 샀다. 지난해 12월 개봉해 6월 항쟁을 다룬 영화 ‘1987’에서 배우 우현이 강 전 본부장 역할을 맡았다.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은 전두환 정권 말기인 1987년 1월 14일, 당시 서울대 언어학과 3학년이던 박씨가 남영동 대공분실 509호에서 조사를 받다가 수사관들에게 물고문을 받고 사망한 사건이다. 당시 치안본부장이었던 강씨는 지난 7일 사망했다. 향년 85세. 퇴직경찰관 단체인 재향경우회 관계자는 “강 전 본부장은 역대 경찰 총수로 경우회 등록이 돼 있고 직ㆍ간접적으로 소식을 듣고 있었다”며 “7일쯤 사망한 거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영화 '1987'에서 배우 우현이 연기한 강민창 전 치안본부장. [사진 영화사]

영화 '1987'에서 배우 우현이 연기한 강민창 전 치안본부장. [사진 영화사]

경찰의 조직적인 은폐 압박 속에서도, 중앙일보 등 언론에 보도가 이어지며 박씨 사망은 세상에 알려졌다. 이를 계기로 전국에서 박씨의 죽음을 추모하는 집회가 이어졌다. 민주화 요구 목소리도 거세지면서 1987년 6월 시민항쟁을 촉발하는 직접적 계기가 됐다. 이 사건은 최근 영화 ‘1987’을 통해 재조명됐다.
 
언론·의학·종교계 등의 노력으로 박씨의 물고문 사실이 밝혀진 뒤 강 전 본부장은 박씨를 고문한 경찰관과 함께 직권남용, 직무유기 등의 혐의로 구속됐다. 1993년 7월 27일 대법원은 강씨에게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의 확정 판결을 내렸다. 강씨는 과거 중앙일보와의 전화 통화에서 “관계기관과 대책회의를 해서 결정 난 대로 따랐다”며 “나도 국가로부터 피해를 받은 사람”이라고 주장했다.    
 
강민창 전 치안본부 본부장 [연합뉴스]

강민창 전 치안본부 본부장 [연합뉴스]

고 박종철 열사의 친구인 김학규(52) 박종철기념사업회 이사는 강씨의 사망에 대해 “박종철 고문치사사건 당시 치안본부장이었고 과거 지배세력 편에서 진실을 은폐하고 조작한 인물로 처벌을 받았지만 온전한 자기 반성을 하기보다는 무죄를 주장하며 책임 회피에 급급했다”면서 “한 시대가 마감하는 면으로 보면 경찰도 과거 잘못에 대해 반성하고 인정하는 모습을 보이는 게 필요하다. 구 시대에 대한 냉정한 평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종철 고문치사 관련 한복 수의 차림으로 선고공판을 받기위해 입정하는 박처원 전 치안본부 5차장. [중앙포토]

박종철 고문치사 관련 한복 수의 차림으로 선고공판을 받기위해 입정하는 박처원 전 치안본부 5차장. [중앙포토]

강씨의 사망 소식 이후 영화 1987에서 배우 김윤석이 연기한 박처원 전 치안감에게도 시민들의 관심이 쏠렸다. 경우회 관계자는 “직ㆍ간접적으로 들은 바에 따르면 박처원씨는 경우회 등록이나 활동도 안 했다”라며 “10년 전 쯤 사망한 것으로 전해들었다”고 말했다.
 
여성국 기자 yu.sungk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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