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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총추위원장 “총장 후보자 사퇴, 부실 검증 때문 아니다”

중앙일보 2018.07.09 10:31
지난 5월 서울대 교직원들이 총장 선출을 위한 정책평가 장소에 들어가고 있다. [뉴스1]

지난 5월 서울대 교직원들이 총장 선출을 위한 정책평가 장소에 들어가고 있다. [뉴스1]

강대희(55) 서울대 총장 후보자(의과대학 교수)가 성추행 의혹 등으로 사퇴하면서 후폭풍이 거세다. 성낙인 총장이 19일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어 총장 공백 사태가 예상된다. 이러다보니 강 후보자에 대한 의혹을 제대로 검증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비판의 중심에 서있는 기구는 서울대 총장추천위원회(총추위)와 이사회다. 총추위는 교수와 교직원 20명과 외부 인사 10명으로 구성된다. 총추위가 여러 명의 총장 후보를 3명으로 추려 올리면 이사회가 1명을 최종 후보로 뽑는다. 두 기구가 총장 후보의 실력과 도덕성을 검증하는 셈이다.
 
이철수 총장추천위원장(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강 후보자의 추문과 관련해 총추위나 이사회가 부실 검증을 했다거나 진실을 은폐하려고 했다는 지적은 잘못됐다"고 주장했다. 강 후보자가 사퇴하게 된 성희롱, 성추행 의혹에 대해 총추위와 이사회가 이미 조사와 검증을 한 뒤에 투표에 임했다는 것이다.  
 
이 위원장은 “결과적으로 후보 검증에 실패한 책임을 회피하려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문제가 어디서 발생했는지 정확히 진단해야 제도 개선 등 해결책을 마련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태의 본질은 개인의 일탈 행위를 인지한 후 이사회가 이를 어떻게 평가했는지다. 서울대가 진실을 알려고 노력하지 않았다는 비판은 적절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 위원장에 따르면 총추위는 서울대 여교수회의 성추행 제보 등 후보자에게 제기된 의혹에 대해 조사했고, 이사회도 자체 검증 과정을 거쳤다고 한다. 진술이 엇갈리는 상황에서 더는 사실관계를 명확히 하기 힘든 단계까지 조사한 후에 이사회가 투표에 임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서울대 관계자에 따르면 이사회는 후보들에 대해 평가를 하던 지난 5월 말 여기자 A씨에게 연락해 성희롱 사건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요구했다. 이에 2011년 한 저녁 자리에서 강 후보자에게 성희롱 발언을 들었다는 A씨는 당시 상황에 대해 자세히 적은 문서를 이사회에 전달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교수의 비위를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대학 사회의 분위기가 총장 공백 사태를 불러왔다는 비판도 나온다. 
 
대학과 교수 사회의 인식이 일반인들의 상식과 동떨어진 것이 이번 사태의 원인이라는 자성의 목소리도 내부에서 나온다. 한 서울대 교수는 "외부에서 뭐라고 하든 우리끼리 괜찮으면 큰 문제가 없다는 생각이 아직 팽배한 것은 아닌지 반성해야 한다"면서 "서울대 총장은 일부 교수가 요구하는 대표가 아니라, 시대가 요구하는 인재여야 한다"고 말했다. 
 
새 총장 후보자 선출에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한 서울대 이사는 “이사회가 마음대로 결정할 사안이 아니다. 대학 구성원들의 합의가 이루어지는 것이 먼저이기 때문에 단기간에 결정되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송우영 기자 song.wooyeong@joongang.co.kr


대학가의 뜨거운 화두 '서울대 총장 선거'
4년마다 실시되는 서울대 총장 선거는 대학가의 뜨거운 관심사다. 국내 최고의 대학이라는 상징성에다 새 총장이 주축이 돼 결정한 정책들이 다른 대학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총장 출신이 정치권의 러브콜을 받을 만큼 시민들의 관심도 크다.  
 
1946년 7월 13일 미 군정의 ‘국립서울종합대학안’에 따라 공식 출범한 서울대는 해리 엔스테드(Harry B. Ansted) 미 해군 대위가 초대 총장을 맡았다. 이후 사실상 정부가 총장 선출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다가, 80년대 민주화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직선제 논의가 시작됐다. 91년부터 직선제 선출 방식이 도입돼 교수들이 투표를 통해 총장을 뽑았다. 
 
2011년 서울대가 법인화되면서 이사회가 총장을 선출하는 간선제로 다시 제도가 바뀌었다. 학내의 총장추천위원회가 평가를 통해 후보들을 추천하면 이사회가 투표로 그 중 1명을 선출하고, 교육부 장관이 임명 제청, 대통령이 임명하는 방식이다. 2014년 제26대 성낙인 총장은 이런 과정을 통해 이사회의 선택을 받아 선출됐다. 
 
이번 제27대 총장 선거에선 처음으로 학생들과 부설학교 교원들도 선거에 참여했다. 지난 선거에서 교수 등의 의견을 반영한 총장추천위원회의 평가 결과 2순위였던 성 총장이 이사회의 선택을 받아 당선되면서 공정성 논란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학내 민주주의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비판에 따라 서울대가 선거 제도를 일부 바꾸면서, 총장추천위원회의 후보 평가 과정에 학생과 부설학교 교원들도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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