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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 펀드평가]모두 죽쒔는데 혼자 수익률 24%...비결은?

중앙일보 2018.07.09 06:54
올해 상반기는 펀드 무덤이었다. 신영밸류고배당자(주식) 같은 배당펀드부터 코스피200지수를 기초 지수로 하는 상장주식펀드(ETF)까지 십중팔구 손실이 났다. 베트남 주식 펀드, 중국 본토 펀드 등 해외주식형 펀드도 마이너스 수익률을 면치 못했다. 
 
상반기 수익률이 20%를 넘긴 펀드(설정 6개월 이상, 운용순자산 100억원 이상)는 딱 하나다. 지난해 10월 상장된 '한국투자KINDEX 미국4차산업인터넷상장지수' 펀드다. 올해 상반기 수익률은 24.37%, 설정 이후 수익률은 29.20%다. 다우존스인터넷인덱스를 기초지수로 미국 거래소에 상장된 종목 중 인터넷 사업 관련 매출이 전체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우량 종목 40개로 구성돼있다. 
지난 5일 심재환 한국투자신탁운용 상무를 만나 'KINDEX미국4차산업인터넷ETF'의 수익률 비결을 물었다. [사진 한국투자신탁운용]

지난 5일 심재환 한국투자신탁운용 상무를 만나 'KINDEX미국4차산업인터넷ETF'의 수익률 비결을 물었다. [사진 한국투자신탁운용]

이 상품을 만든 심재환 한국투자신탁운용 상무(베타운용본부 담당 임원)는 "ETF는 운용보다는 어떤 지수, 어떤 테마를 선택하느냐가 가장 중요하다"며 "4차산업 혁명에도 여러 테마가 있지만, 그중에서도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이 빨리 다가오고 투자 성과가 확실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미국 인터넷 기업들이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분야에서는 제일 앞서있다"고 말했다. 
 
4차 산업혁명의 주도권이 미국 인터넷 관련 기업에 집중돼있다는 이야기다. 그는 "10년 이상 지속해서 데이터센터에 투자해온 미국 기업들만 완성된 인공지능 솔루션을 확보하고 있다"며 "전 세계적으로 디지털 테이터가 2년마다 두배로 증가한다니, 빅데이터를 활용하는 기업들의 가치와 경쟁력도 그만큼 빠른 속도로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 ETF는 '미래에셋TIGER나스닥100상장지수'(13.87%), '삼성KODEX합성-미국IT상장지수'(12.31%) 등 미국 기술주에 투자하는 다른 ETF보다 수익률이 월등히 높았다.  
넷플릭스 주가는 올해 들어 100% 넘게 올랐다. 넷플릭스와 아마존, 페이스북, 구글 등 이른바 'FANG' 주식이 미국 주식시장의 상승세를 견인중이다. [AP=연합뉴스]

넷플릭스 주가는 올해 들어 100% 넘게 올랐다. 넷플릭스와 아마존, 페이스북, 구글 등 이른바 'FANG' 주식이 미국 주식시장의 상승세를 견인중이다. [AP=연합뉴스]

심 상무는 "'팡(FANG)'이 있고 없고의 차이"라고 설명했다. FANG은 페이스북(Facebook), 아마존(Amazon), 넷플릭스(Netflix), 구글(Google)의 영어 이름 첫 번째 철자를 조합한 신조어다. KINDEX미국4차산업인터넷 ETF 구성 종목 중 FANG 4종목 비중이 30% 이상이다. 
 
심 상무는 "애초에 이름도 'FANG' ETF로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년간 미국 주식시장의 상승세를 견인한 것이 기술주인데, 그 중심에는 팡이 있다"며 "지난해까지 팡 주식이 이미 2~3배 올랐지만, 올해 들어 넷플릭스 103%, 아마존이 43% 더 올랐고, 고객정보 유출 등 다사다난했던 페이스북 주가도 연초대비 10% 상승했다"고 말했다.
 
또 "팡은 아니지만, 트위터도 이 ETF에 편입돼있는데, 올해 70% 올랐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를 쓰니까 미국의 모든 정치인이 트위터를 쓰고 사용량이 올라가고, 스트리밍 광고가 늘었다"고 말했다. 이어 "전 세계 인구가 어마어마하게 많기 때문에 '이제 시작일 뿐'이라는 이야기도 나오고, 이미 보급된 서비스라고 해도 사업 다변화가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트위터 계정.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로 주요 발언들을 쏟나낸 덕에 트위터 사용량이 늘었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트위터 계정.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로 주요 발언들을 쏟나낸 덕에 트위터 사용량이 늘었다. [AP=연합뉴스]

전 세계 주식시장이 2% 내외 조정을 받고, 신흥국 주식시장은 8% 넘게 하락하는 가운데 미국 증시만 '나 홀로 상승세'였던 덕도 봤다. 하반기는 어떨까. 심 상무는 하반기도 미국의 '나 홀로 상승장'은 이어진다고 내다봤다.
 
그는 "미국 주식시장은 역사상 두 번째로 긴 강세장을 이어가고 있지만, 미국 정부의 부양책이 마무리되면서 금리 인상으로 미국을 제외한 전 세계 국가들이 힘들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 신흥국에 낙수효과를 차단하고 미국만 살겠다는 것 같다"며 "미국이 정책을 바꿀 여지를 안 보이기 때문에 미국을 제외한 다른 국가 증시는 당분간 힘들어 보인다"고 덧붙였다.
 
2018 상반기 펀드평가
심 상무가 미국 시장에만 관심을 갖고 있어서는 아니다. 베트남, 멕시코 등 신흥국 주식에 투자하는 ETF도 상장시켰고 아프리카(남아프리카공화국) 시장까지 눈여겨보고 있다. 해당 국가의 경제 지표뿐만 아니라 정치·사회적 변수를 종합적으로 살펴 상품성을 판단한다. 그는 "당분간 미국 주식에 관심을 갖고, 기타 국가 비중을 줄였다가 하반기에 신흥국 증시가 충분히 조정받았다고 판단될 때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요즘 직접 해외 주식을 살 수도 있는데, 왜 ETF를 만들었느냐" 물었다. "여전히 국내에서 미국 주식에 투자하는 가장 편한 방법은 해외 ETF"라는 답이 돌아왔다. 국내 증시에 상장된 ETF는 기존에 쓰던 국내 계좌로 투자할 수 있다. 환 헤지가 되는 상품은 환전 비용을 아낄 수 있다. 일반 해외 펀드는 매수와 환매 모두 3~4영업일 기준으로 시차를 두고 거래되지만, ETF는 상장된 다른 주식과 똑같이 바로 매수·매도가 가능한 것도 장점이다.
 
이현 기자 lee.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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