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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추문 조사하고도 총장으로 뽑은 서울대, 총장 공석 사태 온다

중앙일보 2018.07.08 13:22
서울대가 총장 공석 사태를 맞게 될 전망이다. 이사회가 투표로 뽑은 강대희(55) 최종 후보자(의과대학 교수)가 술자리에서 여기자에게 성희롱 발언을 하고, 동료 여교수를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사퇴했기 때문이다. 교육부 장관의 임명 제청과 대통령의 임명을 거쳐 20일부터 임기를 시작할 예정이었던 새 총장의 역할은 당분간 교육부총장이 대행할 가능성이 크다.  

 
강대희 서울대 총장 후보자가 지난달 18일 이사회의 면접장으로 향하고 있다. [뉴스1]

강대희 서울대 총장 후보자가 지난달 18일 이사회의 면접장으로 향하고 있다. [뉴스1]

 
강 후보자는 6일 교육부가 성희롱 등에 대한 추가 조사 결과와 소명 자료를 제출해달라고 서울대에 요구한 직후 사퇴했다. 그는 사퇴의 글에서 “저의 부족함을 깨닫고 여러 면에서 저를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저로 인해 상처받으신 모든 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서울대는 강 후보자의 사퇴 직후 “긴급회의 개최 등 향후 대책 마련을 위한 학내 논의에 착수했다”는 입장을 냈다. 서울대 관계자는 “총장 후보자가 임명되지 않거나 사퇴하는 상황을 가정한 별도의 규정은 없기 때문에 앞으로 새 후보자가 어떻게 선출될지는 이사회의 결정에 달렸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사회는 최종 투표에 참여했던 2순위·3순위 후보자 중 최종 후보자를 다시 선정할지, 처음부터 재선거를 진행할지 등을 놓고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대 총학 “새 총장 후보 검증, 철저히 해야”
총학생회 등 서울대 학생들은 학교의 부실 검증이 이런 사태를 만들었다는 입장이다. 신재용 총학생회장은 “이사회가 새 총장 후보자를 다시 선출하게 될 텐데, 강 후보자와 같은 사태가 반복되지 않도록 철저한 검증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대 학생 게시판에는 “처음으로 학생들의 투표가 반영된 총장 선거였는데, 유권자인 학생들에게 후보자의 성희롱 발언 등을 알리지 않은 것은 학교의 잘못이다”며 학교를 비판하는 글이 올라왔다. 
 
지난 4월 서울대 총장 예비 후보 5명이 서울대 아시아연구소에서 정책간담회를 하고 있다. 송우영 기자

지난 4월 서울대 총장 예비 후보 5명이 서울대 아시아연구소에서 정책간담회를 하고 있다. 송우영 기자

 
부실 검증이 아니라, 자세히 검증하고도 총장 후보로 뽑아
이번 사태는 부실 검증 때문이 아니라 교수의 비위를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대학 사회의 분위기 때문에 발생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사회가 강 후보자의 성희롱·성추행 의혹에 대한 제보를 받고 사실 여부에 대한 조사까지 한 뒤에 최종 후보로 선출한 것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서울대 관계자에 따르면 서울대 이사회는 후보들에 대해 검증을 하던 지난 5월 말 여기자 A씨에게 연락해 성희롱 사건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요구했다. 이에 2011년 한 저녁 자리에서 강 후보자에게 성희롱 발언을 들은 A씨는 당시 상황에 대해 자세히 적은 문서를 이사회에 전달했다.  
 
A씨가 이사회에 제출한 문서에 따르면 당시 “우리 뽀뽀 한 번 할까”라는 말을 강 후보자로부터 들었다는 A씨는 그다음 날 오연천 당시 총장에게 항의했다. 하지만 오 총장이 강 후보자를 즉시 법인설립추진단 부단장 등 보직에서 해임했다며 사과하자 추가적인 문제를 제기하지는 않기로 했다고 한다. A씨는 사과하고 싶다는 강 후보자의 만남 요청을 거절하고 전화도 받지 않아, 지금까지 강 후보자와 대화를 나눈 적은 한 번도 없다고 한다.
 
서울대 이사회는 강 후보자가 동료 여교수를 성추행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이미 알고 있었다. 전화숙 서울대 여교수회 회장(컴퓨터공학부 교수)은 5일 일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 여교수가 강 후보자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는 제보를 했고, 이를 구체적으로 조사한 내용을 이사회에 전달했다”며 “저녁을 먹은 후 간 노래방에서 신체 접촉을 포함한 성추행을 당해 충격이 너무 컸다는 내용이었다”고 말했다.
 
서울대 이사회는 정관에 따라 과반수가 외부 인사인 15명의 이사들로 구성된다. 총장과 부총장 2명, 기획재정부 차관 1명, 교육부 차관 1명이 당연직으로 참여한다. 현재 서울대 이사는 당연직인 성낙인 총장, 박찬욱 교육부총장, 신희영 연구부총장, 김용진 기획재정부 2차관, 박춘란 교육부 차관과 이홍훈 전 대법관(이사장), 전수안 전 대법관, 김병철 전 고려대 총장, 박용만 두산인프라코어 회장, 양일선 전 연세대 부총장,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 이준구 사회대 명예교수, 노정혜 생명과학부 교수, 임홍배 독어독문학과 교수, 정진성 사회학과 교수로 구성돼 있다.
 
강 후보자는 서울대 총장추천위원회가 추린 3명의 후보자 중 이사회의 투표를 통해 지난달 18일 최종 후보로 선출됐다. 이사 15명의 1차 투표에서는 과반 득표를 하지 못했지만, 두 명의 후보가 참여한 2차 투표에서 8표를 받아 7표를 받은 이건우(62) 후보(기계항공공학부 교수)를 제쳤다.  
 
송우영 기자 song.wooy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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