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으로

놀러 가자고요
김종광 지음, 작가정신
개성 다른 중견소설가 넷의 신작
지금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갈까
현실과 상상의 경계 무너뜨리기
누구에게나 친절한
교회 오빠 강민호
이기호 지음, 문학동네
단 하루의 영원한 밤
김인숙 지음, 문학동네

누구에게나 친절한 교회 오빠 강민호
조경란 지음, 문학과지성사
여름에는 소설이 잘 팔린다는 게 출판가 속설이다. 언제부턴가 여름 판매가 두드러졌고 그에 따라 출판사들이 의도적으로 소설을 쏟아대다 보니 연례 현상으로 자리 잡았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 기사를 읽는 독자가 서점에서 소설책 한 권을 집어 들 때 속설은 현실이 된다. 출판 창달 같은 문화적 행위를 하자는 게 아니다. 잘 팔리는 외국의 장르소설 말고도 숨은 진주가 많다. 이를테면 여기 한 자리에 모은 국내 소설들이 그렇다. 김인숙·김종광·이기호·조경란(이름 가나다순). 46~55세. 올드 보이·걸들의 귀환이라고 해도 좋겠다. 문단의 중추, 중진이라고 할 수 있는 작가들이다. 이들이 나란히 단편집을 냈다. 한데 묶었지만 넷의 성격과 지향점은 제각각이다. 재미와 예술성, 전통과 모던? 아무튼 그런 잣대로, 실제로는 상당히 주관적으로, 넷을 재배열하면 김종광·이기호·김인숙·조경란의 순서를 얻게 된다. 순서가 빠를수록 주로 재미, 뒤로 가면 예술성이다.
![여름 소설 대목을 맞아 문단의 중추 작가들이 나란히 단편집을 냈다. 올드 보이·걸들의 귀환이다. 사진은 김종광. [중앙포토]](https://pds.joins.com//news/component/joongang_sunday/201807/07/7578f512-35dd-4b24-b02f-56b60acdb7fd.jpg)
여름 소설 대목을 맞아 문단의 중추 작가들이 나란히 단편집을 냈다. 올드 보이·걸들의 귀환이다. 사진은 김종광. [중앙포토]
‘만병통치 욕조기’ 같은 작품이 압권이다. 역시 새로울 건 없는 얘기다. 어리숙한 시골 노인에게 이상한 제품을 팔아먹으려는 상술이 있고, 갈등하는 아들, 단호한 며느리가 나온다. 하지만 푹 빠져 읽었다.
![여름 소설 대목을 맞아 문단의 중추 작가들이 나란히 단편집을 냈다. 올드 보이·걸들의 귀환이다. 사진은 이기호. [중앙포토]](https://pds.joins.com//news/component/joongang_sunday/201807/07/f773da3f-cd0c-4bbf-a58d-7742ab30ea75.jpg)
여름 소설 대목을 맞아 문단의 중추 작가들이 나란히 단편집을 냈다. 올드 보이·걸들의 귀환이다. 사진은 이기호. [중앙포토]
![여름 소설 대목을 맞아 문단의 중추 작가들이 나란히 단편집을 냈다. 올드 보이·걸들의 귀환이다. 사진은 김인숙. [중앙포토]](https://pds.joins.com//news/component/joongang_sunday/201807/07/b3089f81-6dd9-4507-8273-fc69da1c8d78.jpg)
여름 소설 대목을 맞아 문단의 중추 작가들이 나란히 단편집을 냈다. 올드 보이·걸들의 귀환이다. 사진은 김인숙. [중앙포토]

단 하루의 영원한 밤
김인숙부터 재미는 줄어든다(그게 나쁘다는 게 아니다). 대신 의미가 풍성해진다. 2014년 장편 『모든 빛깔들의 밤』을 읽으며 ‘정말 잘 쓰는 작가구나’, 감탄했던 적이 있다. 김인숙은 누구보다 찰진 문장을 쓰는 작가다. 존경하는 대학 스승의 사생아 딸을 사귀는 중년의 대학교수(‘단 하루의 영원한 밤’), 몸과 마음이 뒤엉킨 착잡한 연애를 끊지 못하는 직장 여성(‘아홉번째 파도’), 27년 결혼생활 끝에 아내 몰래 마음속 성채를 구축하는 남편(‘빈집’, 2012년 황순원문학상 수상작이다). 김인숙은 이런 인물들의 뒤틀린 내면을 집요하게 파고든다. 어떤 이들에게 인생은 모욕을 꿀떡꿀떡 삼키며, 더러운 방귀 냄새를 풀풀 풍기며 견뎌내야 하는 무엇이다. 그런 가차 없는 생각이 김인숙의 맵찬 손끝에서 피어난다.
![여름 소설 대목을 맞아 문단의 중추 작가들이 나란히 단편집을 냈다. 올드 보이·걸들의 귀환이다. 사진은 조경란. [중앙포토]](https://pds.joins.com//news/component/joongang_sunday/201807/07/31c21151-4fc1-49c4-bfda-e1417ef3bd7b.jpg)
여름 소설 대목을 맞아 문단의 중추 작가들이 나란히 단편집을 냈다. 올드 보이·걸들의 귀환이다. 사진은 조경란. [중앙포토]

언젠가 떠내려가는 집에서
신준봉 기자 inform@joo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