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폐차 지원하고 도심 운행 제한

2011년 국회 의원회관 앞에서 공개된 ‘클린디젤’ 택시.
앞서 지난 4월 환경부는 전기차·수소차는 1등급, 가스차·휘발유차는 제작연도에 따라 1등급을 주고 디젤차의 경우 최신 차는 3등급(2009년 9월 이후 출시), 노후 차는 5등급(2005년 이전 출시)을 매기겠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5등급 디젤차에 대해선 아예 도심 진입을 금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환경부는 노후 경유차 운행 제한에 더해 주차장 요금과 혼잡통행료 인상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는 이미 6월부터 경유차 운행 제한을 시행하고 있다. 미세먼지 비상저감 조치가 발령되면 오염물질 매출이 많은 2005년 12월 31일 이전에 등록한 모든 경유차의 서울 운행이 금지된다. 이를 어기면 과태료 10만원을 내야 한다. 디젤차가 환경오염의 주범인 만큼 판매가 줄도록 유도하겠다는 의도다.
경유세 증세안도 지방선거 이후 수면 위로 떠올랐다. 경유차 선호도를 낮추기 위해선 세금이나 요금을 올려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경유세 인상안은 점점 구체화하는 분위기다.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산하 재정개혁특별위원회는 지난 6월 18일 에너지전환포럼 정기포럼을 통해 경유세 개편안을 제시했다. 경유의 기본 세율과 탄력 세율을 각각 리터당 50원씩 올리는 게 골자다. 현행 경유의 기본 세율은 리터당 340원, 탄력 세율은 리터당 375원이다. 개편안대로 경유세가 오르면 현재 100대 85 수준인 휘발유와 경유의 가격 비율은 100대 91로 좁혀진다. 국제사회의 압박도 거세지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6월 20일 ‘한국경제보고서’ 핵심 권고안을 통해 ‘환경세를 인상해 부분적으로는 경유와 휘발유의 세액 차이를 줄여야 한다’고 밝혔다.
경유세 인상은 1년 전에도 이슈가 됐던 사안이다. 기재부·환경부·산업통상자원부·국토교통부 등 4개 부처가 함께 미세먼지 저감 대책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관련 논의가 나왔고, 조세재정연구원은 연구용역을 통해 경유 가격을 리터당 100~1400원가량 올리는 10개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당시 기재부는 경유세 인상설이 보도된 지 이틀 만인 6월 26일 경유세 인상 계획을 백지화했다. 미세먼지 저감 대책으로서의 실효성이 명확하게 입증되지 않았고, 경제성장률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지만, 속내는 강력한 조세 저항을 우려한 것이었다. 이후 정부는 여론을 의식해 경유세 인상에 대해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여왔지만, 지방선거로 문재인 정부의 국정 운영에 대한 국민적 지지가 확인된 상황에서 방향성이 바뀔 가능성이 있다.
최근 10년 사이 경유차에 대한 정부 정책은 크게 선회했다. 과거 노무현 정부는 경유 승용차 판매를 허용했고, 이명박 정부는 ‘클린디젤’ 정책으로 경유차 구매에 불을 붙였다. 각종 혜택과 지원으로 경유차 생산 확대와 판매를 장려했다. 친환경차로 지정된 경유차는 환경개선부담금이 면제되고, 남산터널 등을 이용할 때 내는 혼잡통행료 50% 감면, 공영주차장 할인 등 다양한 혜택이 제공됐다. 박근혜 정부 때인 2015년엔 경유 택시에 유가 보조금까지 지급했다. 정부가 경유차를 친환경차로 지정한 2009년 이후 디젤차 판매량은 5년 만에 33% 급증했다. 당시 경유차 구매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합리적인 선택이었다. 경유차는 휘발유차보다 비싸지만, 그 차이는 휘발유와 경유의 상대가격 차이로 인해 상쇄됐다. 차값과 연료의 가격차를 고려하면 차량 구입 후 5년 정도 타면 초기 비용을 회수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여기에 정부 지원까지 더해지면 이득이 커진다. 소비자들이 웃돈을 주고 경유차를 산 이유다.
그러나 2016년 폴크스바겐의 ‘디젤 게이트(배출가스 조작 사건)’ 사태가 불거지면서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경유차가 휘발유차보다 질소산화물을 23배 이상 배출하는 것으로 밝혀지면서 ‘클린디젤’을 강조했던 지식경제부의 설명도 사실이 아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후 경유차에는 공해의 주범이라는 딱지가 붙었다. 정부의 보급정책에 믿음을 갖고 디젤차를 구입했던 소비자들은 현재 일순간 모든 혜택에서 제외된 것은 물론 미세먼지 배출 차를 모는 ‘민폐’ 운전자라는 눈칫밥까지 먹는 처지가 된 것이다. 여기에 미세먼지가 이슈로 떠오르면서 경유차에 대한 사회적 압박은 더 강해졌다. 경유차 규제가 미세먼지 저감에 손 대기 쉬운 대책이라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미세먼지는 자동차에서 나오는 도로오염원 외에도 중국발 미세먼지, 공장·발전소 같은 비도로 오염원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지만, 이들을 규제하기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영업용 경유차 규제 수준도 논의해야
함승민 기자 sha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