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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의 신’ 태풍 쁘라삐룬 한반도를 할퀴다

중앙일보 2018.07.06 15:01
[더,오래] 성태원의 날씨이야기(24)
남해안이 북상 중인 제7호 태풍 '쁘라삐룬'의 영향권에 들어간 지난 3일 부산 송도해수욕장 인근에서 관광객들이 우산을 쓰고 비바람을 피해 힘겹게 걸어가고 있다. <저작권자 ⓒ 1980-2018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남해안이 북상 중인 제7호 태풍 '쁘라삐룬'의 영향권에 들어간 지난 3일 부산 송도해수욕장 인근에서 관광객들이 우산을 쓰고 비바람을 피해 힘겹게 걸어가고 있다. <저작권자 ⓒ 1980-2018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제7호 태풍 쁘라삐룬(PRAPIROON)이 4일 오후 6시경 그 생명을 다했다. 6월 29일 오전 9시경 북서 태평양 상에서 발생한 이래 5일 9시간가량 그 생명을 부지했다. 대개 태풍의 수명이 7∼10일인 점을 고려하면 평균 이하의 수명이었다. 소형 크기의 중형급 태풍이었지만 장마 폭우와 겹치는 바람에 상대적으로 피해는 컸다.
 
일본 오키나와 남남동쪽 약 700㎞ 부근 해상에서 발생한 쁘라삐룬은 처음엔 약한 강도(强度)의 소형 크기 태풍이었다. 북상하는 과정에서 소형 크기는 유지했지만 강도는 중형급으로 세졌다. 당초 서귀포 서편 해상을 타고 올라올 것으로 예보됐지만 실제로는 서귀포 동편 해상을 지나 부산 앞바다를 할퀴고 지나갔다. 4일 오후 6시경 온대저기압으로 변해 수명을 다한 곳은 독도 북동쪽 약 470㎞ 부근 해상이었다.
 
제7호 태풍 쁘라삐룬 이동 경로. [자료 기상청]

제7호 태풍 쁘라삐룬 이동 경로. [자료 기상청]

 
이번 태풍은 지난달 30일부터 지난 3일까지 특히 남해안에 500㎜ 안팎의 많은 비를 퍼부었다. 때마침 시동을 건 장마전선에다 해상에서 많은 수증기를 머금은 태풍까지 가세해 이래저래 많은 비를 뿌리게 했다. 전북 군산이 506㎜로 최대 강수량을 기록했고, 전남 여수에는 초당 31.4m(시속 113㎞)에 이르는 강풍을 몰고 왔다.
 
제주와 남해안을 중심으로 돌풍과 폭우 피해가 속출했다. 3명이 숨지고 3명이 다쳤다. 실종 1명과 63명의 이재민도 발생했다. 재산피해와 공공시설 파손 소식도 이어졌다.
 
한반도 태풍 시즌 시작을 알린 전령
3일 12시 50분 레이더 영상. [자료 기상청]

3일 12시 50분 레이더 영상. [자료 기상청]

 
제7호 태풍 쁘라삐룬은 올해 한반도 태풍 시즌을 알리는 전령과도 같았다. 이 시기는 계절로는 여름과 초가을에 해당하는 7~9월이다. 올해 들어 4일 현재까지 북서 태평양 상에서 발생한 태풍 7개 중 한반도에 실제로 영향을 미친 태풍은 이번 쁘라삐룬이 처음이다. 당초 한반도 상륙을 전망했지만 스쳐 지나간 것으로 결말이 났다.
 
기상청 산하 국가태풍센터 자료에 따르면 최근 30년(1981~2010) 동안 발생한 태풍은 연평균 25.6개다. 이중 한반도에 영향(상륙하거나 스쳐 지나가는 경우)을 미친 태풍은 연평균 3.1개(전체의 12%)였다. 8월 5.8개(한반도 영향 1.1개), 9월 4.9개(0.6개), 7월 3.6개(0.9개)꼴로 발생해 이들 3개월간 발생 비중이 워낙 높다. 태풍 발생은 14.3개로 전체의 약 56%, 실제로 영향을 미친 태풍은 2.6개로 전체의 약 84% 비중을 각각 차지했다. 통계에 따르면 태풍 시즌 초입과 말미에 붙어 있는 6월과 10월에도 드물게 한반도에 영향을 주는 태풍이 찾아오긴 했다. 하지만 7~9월 시즌이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한다.
 
기상청 예보에 늘 따라붙는 얘기지만 특히 태풍 예보에는 반드시 “다음 예보에 귀 기울여 달라”는 단서가 꼭 붙는다. 태풍만큼 예보가 힘든 기상 현상이 잘 없기 때문이다. 기상청이 발표한 이번 쁘라삐룬 예보 자료를 거꾸로 검증해 보면 왜 그런 단서를 꼭 붙이는지 확실하게 알 수 있다.
 
기상청은 6월 29일 제7호 태풍 쁘라삐룬 발생을 공식화하면서 “2일(월)경 제주도와 전라도에 직접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발표했다. 이틀 뒤인 7월 1일(일)엔 한발 더 나아가 “2일(월) 밤부터 3일(화) 새벽 사이 제주도 부근을 지나 3일 오전 무렵 남해안으로 상륙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그다음 날인 2일엔 “3일 오전 제주도 동쪽을 지나 늦은 오후나 저녁에 부산 앞바다를 거쳐 동해 상으로 북동진하겠다”면서 바로 그 전날 냈던 ‘남해안 상륙 예보’를 수정했다.
 
천리안 쁘라삐룬 영상. 3일 오후 2시 45분. [자료 기상청]

천리안 쁘라삐룬 영상. 3일 오후 2시 45분. [자료 기상청]

 
기상청이 한반도 태풍의 길목인 제주도 서귀포에 2008년 국가태풍센터를 설립해 자체 관측의 수준을 높이고 유관국의 태풍 정보를 모두 채집해 분석해도 이런 결과가 나왔다. 격렬하고 변화무쌍하기 이를 데 없는 기상 현상의 하나인 태풍 예보가 그만큼 힘들다는 방증인 셈이다.
 
이번 태풍 이름 ‘쁘라삐룬’은 태국에서 제출한 이름으로 ‘비의 신’을 의미한다. 장마와 겹쳐 한반도에 많은 비를 뿌린 것과 용하게도 맞아 떨어진 이름이 됐다. 2000년부터 아시아 태풍위원회는 관련 14개국에서 10개씩 제출받은 태풍 이름 140개를 28개씩 5개 조로 나눠 1조부터 5조까지 순차적으로 쓰고 있다. 태풍 이름에 유난히 한글 명칭이 많은 것은 우리나라가 제출한 10개 외에 북한도 10개의 한글 명칭을 제출해 두고 있기 때문이다.
 
재미난 일은 태풍이 큰 피해를 주게 되면 해당 태풍 이름을 퇴출하고 다른 이름으로 바꿔 쓴다는 사실이다. 우리나라가 제출한 ‘나비’라는 이름의 태풍이 2005년 일본에 엄청난 손해를 끼치면서 퇴출당하고 ‘독수리’라는 이름으로 바뀐 게 좋은 예다. 2001년~2013년 13년 동안 퇴출당한 태풍 이름은 모두 31개다. 2014년부터 5년 가까이 추가 퇴출이 없었다. 


앞으로 태풍 19개 정도 발생, 두 개는 한반도 지날 듯
과거 30년 통계에 따르면 올해 북서 태평양 상에서 19개 정도의 태풍이 더 발생할 수 있으며, 그중 2개 정도는 한반도에 직접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추론할 수 있다. 그래서 앞으로 태풍 소식이 빈번할 것으로 예상하는 만큼 태풍에 관심을 갖고 잘 대비할 필요가 있다. 태풍은 폭우와 강풍을 함께 몰고 오는 지연재난이다. 행정안전부 홈페이지(www.mois.go.kr) 자연재난 행동요령 중 ‘태풍·호우’ 항목을 참조하면 대비에 도움이 된다.
 
성태원 더스쿠프 객원기자 iexlove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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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태원의 날씨이야기] 은퇴자들은 ‘날씨 경영’을 잘해야 한다. 그래야 신체 건강은 물론 정신 건강도 잘 지킬 수 있다. 날씨가 몸과 마음 건강에 다 같이 영향을 크게 미치는 요소라서 그렇다. 한창때는 대개 직장이나 일터에 온종일 붙박이처럼 묶여 있을 때가 많다. 하지만 은퇴하면 시간이 고스란히 자기에게 주어지다 보니 바깥나들이가 많아지고 이래저래 날씨에 신경 쓸 일도 많아진다. 은퇴자를 위한 날씨 경영 이야기를 연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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