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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곽태선 "'장하성이 밀었지만 위에서 탈락 지시 있었다'고 들었다"

중앙일보 2018.07.06 14:20
국민 노후 자금 635조원을 운용하는 최고 책임자인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CIO) 인선에 청와대가 개입했는지 여부를 놓고 진실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CIO 공모 과정에서 최고점을 받고도 탈락한 곽태선 전 베어링자산운용 대표의 폭로 후 청와대와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 연이어 해명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청와대 등이 CIO 인사 전반에 개입했다고 볼 만한 의혹이 추가로 나오면서 논란은 계속 커지고 있다.

 
곽태선 "김성주, '위에서 탈락 지시 있었다'고 말해"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중앙포토]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중앙포토]

특히 김 이사장이 6월 초 곽 전 대표에게 CIO 탈락 사실을 전화로 통보하면서 "장 실장과 내가 아닌 윗선에서 탈락 지시가 있었다"는 얘기를 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곽 전 대표는 당시 김 이사장과 40분간 통화했다고 한다. 
 
그는 지난 2~5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김 이사장과의 통화 내용을 공개했다.  
 
“김 이사장은 ‘저와 장하성 실장님은 곽 사장님을 계속 밀었다’고 했다. 그는 그러면서 ‘사장님이 오시면 국민연금이 한 단계가 아니, 두세 단계 레벨업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위에서 그런(탈락) 지시가 있었다’며 내가 탈락할 것임을 알려줬다.”
 
만약 곽 전 대표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CIO 인선 과정에서 장 실장과 김 이사장이 곽 전 대표를 밀었지만, 두 사람이 아닌 제3자가 곽 전 대표의 탈락을 주장ㆍ지시해 관철시킨 셈이 된다. 이 경우 청와대 정책 컨트롤타워인 장 실장의 의사를 꺾은 제 3자가 누구인지 관심이 모아진다.
 
4월 초 기금이사 추천위원회 면접 후 곽 전 대표는 서류ㆍ면접에서 최고점을 받았다. 이후 일부 매체에서 "곽 전 대표가 차기 국민연금 CIO에 내정됐다"는 기사가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6월 초 갑자기 곽 전 대표의 탈락으로 분위기가 급반전됐다. 
 
곽 전 대표의 주장은 6일 김 이사장의 연합뉴스 인터뷰 내용과 다르다. 김 이사장은 이 인터뷰에서 “장하성 실장과도 인사와 관련해 통화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하지만 김 이사장이 곽 전 대표와 통화하며 ‘나와 장 실장이 곽 전 대표를 밀었다’고 말한 것은 장 실장과 김 이사장 두 사람이 CIO 선임과 관련해 모종의 커뮤니케이션을 했고, 또 인선 과정에 직접 관여했다는 것을 뜻하기 때문이다.  

 
"'장하성 실장에게 자료받았다'며 청와대 연락와"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사진공동취재단]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사진공동취재단]

장 실장의 인사 개입 정황은 추가로 드러나고 있다.
 
곽 전 대표는 2월 초 CIO 공고가 뜨기도 전 청와대 인사수석실로부터 “장 실장님에게서 자료를 잘 받았다”는 소개와 함께 “일단 3배수 안에는 올라오셔야 한다”는 전화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만약 이 주장이 사실이라면 청와대가 5일 “장 실장이 곽 전 대표에게 ‘지원해서 잘 되기를 바란다’는 취지로 통화한 것일 뿐”이라는 해명과 배치된다. 공모 과정이 개시되기도 전에 장 실장이 곽 전 대표에게 전화한 것도 논란이지만, 더 나아가 장 실장이 곽 전 대표 인사 관련 자료를 인사수석실에 전했거나 '곽 전 대표가 적임'이라는 식의 언급을 인사수석실에 했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또 곽 전 대표가 지난 2월 CIO 공모에 지원하기 직전 장 실장과 청와대 인사수석실 외에 국민연금 고위 관계자가 그를 직접 찾아와 CIO 지원을 권유한 사실이 추가로 알려져 논란이 될 전망이다.
 
곽 전 대표는 자신을 찾아온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고위 관계자가 누구인지 정확하게 언급하지 않았다. 그는 이 관계자에 대해 “2월 19일 국민연금 홈페이지에 CIO 모집공고가 뜨기 전에도 한 차례 연락이 왔었고 공고가 뜬 이후에는 아예 나를 직접 찾아왔다”고 설명했다.  
 
국민연금 고위 관계자, 곽태선 찾아가 지원 독려
곽 전 대표는 당시 국민연금 관계자와 만나서 나눈 대화를 기자에게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내게 ‘혹시 곽 전 대표님이 망설이고 지원하지 않으실까봐 꼭 좀 (지원)하시라고 당부하러 찾아왔다’며 ‘지금 기금운용본부가 아주 어려운 만큼 같이 일하셔야 한다’고 간곡히 부탁했다.”
 
“나는 이 관계자에게 ‘장관 청문회만 보더라도 국적ㆍ병역 문제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것을 많이 봐왔고 그간 잘 쌓아온 레퓨테이션을 망치기 싫다’고 말했다. 그러자 이 관계자는 내게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데 무슨 문제냐’고 말했다. 그는 또 ‘이렇게 공모 절차가 시작됐을 때는 이미 윗선에서 일차적으로 스크린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병역 관련 내용도 이미 인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국민연금 고위 관계자가 곽 전 대표를 직접 찾아와 지원을 독려한 것은 개인적인 판단에 의한 행동이라기 보다는 김 이사장이나 다른 윗선의 지시를 받고 움직였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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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 논란 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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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하성 실장, 청와대 회의 불참=한편 장하성 실장은 이날 오전에 열린 청와대 현안점검회의에 불참했다. 임종석 비서실장이 주재하는 이 회의는 당일 언론 보도 기사를 중심으로 각종 현안을 점검하는 자리다. 장 실장이 이날 회의에 불참한 것도 국민연금 CIO 인선 논란과 언론 보도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김승희 자유한국당 원내부대표는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장하성 실장과 김성주 이사장이 CIO 인사에 부적절하게 개입한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덕담''사생활 보호'라는 용어로 덮으려고 하고 있다"며 "이번 부정 인사 파문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선영 기자 dynami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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