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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로한 부모 모실 형편 안 된다면, '어르신 건강검진'부터

중앙일보 2018.07.05 07:00
[더,오래] 이한세의 노인복지 이야기(17)  
한국인의 성별 기대수명. [중앙포토]

한국인의 성별 기대수명. [중앙포토]

 
한국인의 평균수명이 급속도로 늘었다. 1970년엔 남자 평균 수명이 60세가 채 되지 않았으나 2018년 현재 남자 80세, 여자 85세를 넘어서고 있다. 젊어서 병이나 사고로 일찍 절명한 사람도 모두 포함한 통계다. 50세까지 크게 지병이 없으면 대부분 85세 이상 산다고 보면 된다. 100세 가깝게 사는 사람도 늘고 있다.
 
늘어난 수명이 축복일 수 있지만 그만큼 노후를 준비해야 한다. 40~50대 중·장년층이 연금도 알아보고 건강에도 관심을 갖는 이유다. 그러나 평소 크게 생각지 않던 숙제 하나가 기다리고 있다. 바로 부모님의 건강 문제다.
 
40~50대 중·장년층은 자기 분야에 대해서는 나름대로 전문성과 박식한 지식을 갖고 있다. 그러나 건강이 나빠진 부모님에게 도움이 될 만한 정보가 무엇인지는 잘 모른다. 부모님이 건강할 때 미리 건강 대책을 세우기도 쉽지 않을 뿐더러 막상 부모님이 아프기 전까지는 그러한 정보가 절실하지 않아서이기도 하다.
 
사정이 이러하다 보니 부모님이 연로해 스스로 독립적 생활이 어려워지는 시기가 오면 자녀들이 우왕좌왕하기 십상이다. 실버타운에 모셔야 하는지, 요양병원이나 요양원에 입소해야 하는지, 아니면 집에서 요양보호사를 불러 간병을 받아야 하는지 자녀들 간 의견이 분분해진다.
 
연로한 부모님, 모시고 사는 게 최선 
부모님의 건강을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치매를 비롯한 노인에게 특화된 맞춤형 검진을 하는 '어르신 전용 종합검진'을 받도록 하는 것이다. [중앙포토]

부모님의 건강을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치매를 비롯한 노인에게 특화된 맞춤형 검진을 하는 '어르신 전용 종합검진'을 받도록 하는 것이다. [중앙포토]

 
부모님이 연로해지면 자녀들이 모시고 살 거나 자주 찾아뵙고 돌보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그러나 사정이 허락하지 않는다면 다음과 같이 부모님의 건강상태를 단계별로 확인해 적절한 방안을 미리 생각해 보면 도움이 될 수 있다.
 
부모님의 건강이 예전 같지 않다고 느껴지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대형병원에서 어르신 전용 종합검진을 받도록 하는 것이다. 어르신 전용 종합검진은 일반 직장 종합검진과 달리 치매를 비롯해 노인에게 특화된 맞춤형 검진이어서 꼭 필요하다.
 
특히 초기 치매는 상태가 좋았다 나빴다를 반복하기 때문에 전문병원에서 진단을 받아야 한다. 게다가 초기 치매를 앓고 있는 사람은 만나는 사람에 따라 치매 증상 정도가 다를 수 있다. 예를 들어 함께 사는 아들에게는 이상한 행동을 하면서도 떨어져 사는 딸 앞에서는 멀쩡해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병원 진단서 없이 아들이 어머니가 치매라고 이야기하면 딸인 여동생은 오빠가 멀쩡한 어머니를 모시기 싫어 치매환자로 오해한다고 원망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검진결과 부모님이 치매 혹은 기타 심각한 질병이 없다면 다행스러운 일이다. 다만, 건강상 큰 문제는 없지만 부모님이 식사를 비롯한 모든 편의를 제공하는 시설에서 편히 지내고 싶어하면 고급 실버타운이나 적절한 양로시설 입소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장기요양등급 판정 받기 
노인장기요양 등급 판정 기준. [그래픽 이한세]

노인장기요양 등급 판정 기준. [그래픽 이한세]


검진결과 치매 혹은 노인성질환이 있거나, 이러한 질환이 없더라도 많이 연로하여 거동이 불편하다면 건강보험공단에 신청해 장기요양등급 판정을 받는 것이 다음 수순이다. 등급은 1~5등급과 등급 외 A,B,C 등급이 있다.
 
1~2등급이 나오면 독립적 생활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뜻으로 시설로 모시는 것이 좋다. 특정 노인성 질환이 없으면 요양원이 적합하며 노인성 질환이 있거나 의사의 지속적인 관찰과 처치가 필요하면 요양병원이 바람직하다. 큰 규모의 시설 입소가 꺼려지면 일반 가정집과 비슷한 분위기로 운영되는 ‘노인요양공동생활가정’도 고려해 볼 수 있다.
 
3~4등급이 나오면 어느 정도 독립적인 일상생활이 가능한 수준으로 주·야간보호센터에 다니거나 재가요양을 받는 것이 좋다. 그러나 보살펴 줄 자녀들이 너무 멀리 살거나 혼자 생활하기에 힘이 부치면 요양원 입소가 바람직하다. 3~4등급은 재가등급으로 요양원 입소 자격이 없다. 따라서 3~4등급자가 요양원 입소 자격을 갖추기 위해서는 등급변경신청을 통해 재가등급을 시설등급으로 변경해야 한다.
 
5등급 치매등급이 나오면 치매 전담형 주·야간보호센터나 인지 활동형 프로그램을 갖춘 일반 주·야간보호센터를 다니도록 한다. 주·야간보호센터 등원이 여의치 않다면 인지활동형 방문요양을 받는 방법도 있다. 집에서 돌보아 줄 사람이 없어 이 마저도 여의치 않다면 치매전문 요양병원 입원도 생각해 볼 수 있다.
 
1~5등급 외에 A,B,C 등급은 기타 등급으로 심신의 장애 정도가 경증이지만 노인이기 때문에 도움을 받으면 좋은 사람에게 해당한다. 이 등급을 받으면 자치단체에서 시행하는 노인돌봄종합서비스 등을 통해 가사활동지원서비스, 주·야간보호서비스, 단기가사서비스 등을 받을 수 있다. 또 등급 외 등급이라도 병원에서 치매진단을 받았으면 소득에 상관없이 실비만 내고 치매 전담형 주·야간보호센터 이용도 가능하다.
 
위와 같이 대형병원의 종합진단 결과와 장기요양등급 판정에 따라 적절한 시설이용 자격과 요양서비스 내용이 다름을 알 수 있다. 우리 부모님이 어떠한 시설이용 자격과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지 먼저 알아보는 것이 우선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가족끼리 서로 불필요한 의견충돌도 방지할 수 있고, 오빠가 어머니를 치매환자로 몰고 있다는 여동생의 오해에서도 자유로워 질 수 있다.
 
이한세 스파이어리서치&컨설팅 대표 justin.lee@spireresearc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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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세 이한세 스파이어리서치&컨설팅대표 필진

[이한세의 노인복지 이야기] 10여년 전 치매에 걸린 부친을 어디에 모셔야 할 지 몰라 우왕좌왕하다 시기를 놓친 경험이 있다. 하루가 다르게 연로해지는 부모님이 어느날 집에서 혼자 생활하기 어려운 때가 온다. 향후 똑같은 상황이 되는 베이비부머들은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집 이외의 대안에는 무엇이 있고 어떻게 선택해야 할까. 부양, 돌봄에 관한 대안을 상황별로 소개해 독자들이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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