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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U랑]경북 봉화에서 500년간 전통을 이어 가고 있는 권용철-권재정 젊은 종손 부부

일간스포츠 2018.07.05 07:00

경북 봉화는 산골이다. 우리나라 국토 면적의 70%가 산이라고 하지만 봉화는 무려 83%가 산지다. 그 봉화에 달실마을이라는 곳이 있다. 500년 넘게 안동권씨들이 살고 있다. 권용철-권재정 종손 부부는 마을의 대소사를 모두 책임지고 있다. 한국관광공사는 지난 2015년부터 '지역 명사와 함께하는 문화 여행' 프로그램을 운영 중인데 올해는 이 젊은 종손 부부 등 6건을 새롭게 선정했다. 젊은 종손 부부를 만나러 봉화에 다녀왔다. 게다가 봉화에는 최근 새롭게 연 국가 시설이 있다. 국립 백두대간수목원이다.

 

500년간 전통을 지켜 가고 있는 젊은 종손 부부
 

봉화읍에서 36번 국도 구도로를 따라 2㎞쯤 가면 창평천이 감싸 돌며 낙동강 상류인 내성천 지류가 합류하는 곳이 나온다. 달실마을이 있다. 달실마을은 조선시대 충신 충재 권벌(1478~1548) 선생이 터를 잡은 뒤 지금까지 500년 넘게 후손들이 지켜 온 안동권씨 집성촌이다.
 

달실마을은 조선시대의 풍수 대가인 이중환이 '택리지'에서 경주 양동마을·안동 내앞마을·풍산 하회마을과 함께 삼남 4대 길지로 손꼽은 곳이다. 흔히 말하는 배산임수 구조며 금 닭이 알을 품은 듯한 금계포란형 지형이라고 해서 달실마을이라고 부른다. '달실'은 닭 모양의 마을을 뜻하는데 국어표준어법상 '닭실마을'이지만 고유명사여서 '달실마을'로 부른다. 마을에는 종택과 더불어 청암정·석천정사·삼계서원·추원재·충재박물관 등 500여 년의 역사를 간직한 수많은 문화유산이 남아 있다.

 

마을에 들어서자 흰 광목옷을 입은 종손 권용철(45)씨가 사람들을 맞았다. 낮 기온이 30도가 넘는 날씨에도 광목으로 된 두루마기를 입고 있었다. 옷도 누추했고 너무 더운 탓인지 연신 수건으로 땀을 훔쳐 내고 있었다.  

"아버님이 돌아가신 지 3년이 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삼년상이 끝날 때까지 이 옷을 입고 있는 게 종가의 예법입니다."
 

3년 동안 빨지 않고 입어야 한다고 했다. 옷은 누추했지만 아버지를 생각하는 마음과 500년 이상 지켜 온 예법을 따르기 위한 종손의 마음가짐을 엿볼 수 있었다. 권씨도 원래 타지에서 직장 생활을 했지만 종손의 책무를 다하기 위해 고향으로 내려와 종가를 지키고 있다.

 
 
종손의 안내를 받으며 달실마을 곳곳을 둘러봤다. 우선 청암정에 올랐다. 충재 선생이 큰아들 권동보와 함께 세운 정자다. 좀 특이한 것이 보통 정자라면 평평한 자리에 세우지만 청암정은 자연 그대로인 위 위에 정자를 올렸다. 거북 모양을 한 너럭바위를 다듬지 않고 주춧돌과 기둥의 높낮이를 조절해서 집을 지은 것이다. 사방을 연못으로 둘러 장대석 다리가 없으면 정자에 오를 수가 없다. 멀리서 보면 물 위에 뜬 거북 등에 정자가 놓인 형상이다.
 

사계절 내내 워낙 경치가 뛰어난 정자다 보니 수많은 드라마와 영화 촬영지가 됐다. '동이' '스캔들' '바람의 화원' '정도전'의 촬영지로 유명하다. 또 퇴계 이황 선생이 청암정에서 느낀 점을 글로 적은 액자 등 수백 년이 넘은 글귀가 걸려 있다.
 

차로 5분 거리에는 삼계서원이 있다. 서원. 이름 그대로 옛날 학생들을 가르쳤던, 지금의 대학 같은 교육기관이다. 도산서원이나 병산서원 등보다는 초라했다.
 

종손은 "원래 1660년 현종이 삼계라는 사액을 내린 사액서원이었다"며 "하지만 대원군의 서원철폐령에 따라 파괴됐다가 1960년대 일부만 새로 복원했다"고 밝혔다.
 

지금은 충재 선생을 기리는 사당 같은 역할을 하는 곳만 남아 있지만 원래 서원 앞의 논밭, 마을까지도 전부 서원이었다는 것이 종손의 설명이다.
 

권용철 종손은 종부인 부인 권재정(43)씨와 함께 제례 체험, 다도와 민화 그리기 등 집안에서 내려오는 예절과 문화를 가르치는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아시아 최대 규모인 국립백두대간수목원
 

봉화에는 춘양이라는 곳이 있다. 어디서 한 번쯤 들어 본 이름 같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명한 소나무인 금강소나무가 생산되는 곳이 바로 춘양이다. 울진에서는 금강소나무라고 하지만 봉화에서는 춘양목으로 부른다. 이런 좋은 소나무가 난다는 것은 여전히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는 오지라는 뜻이다.
 

백두대간수목원이 춘양에 들어선 것도 오지여서다. 문수산과 옥석산 일대 때 묻지 않은 곳 5179㏊에 고산식물 등 산림 생물자원을 보전하고 백두대간의 체계적 보호와 관리, 향토 식물 자원 산업화 등을 위해 조성됐다. 현재 2002종 386만 본의 식물과 나무 등이 심어져 있다고 한다. 특히 이곳에는 식물종을 영구 보전할 수 있는 저장 시설인 시드 볼트가 지하 40m에 만들어져 있다.

 

사계절 내내 볼 것이 많지만 여름에는 비비추와 돌부채, 꽃창포와 백두대간수목원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백두산 호랑이를 볼 수 있다고 한다. 특히 '호랑이숲'은 수목원이 자랑하는 시설이다. 원래는 방사를 원칙으로 정했지만 위험할 수 있어서 철책을 둘렀다. 물론 서울대공원이나 다른 동물원에서 볼 수 있는 조그마한 철창 우리가 아니라 약 4.8㏊로 큼지막하다. 호랑이 10마리를 동시에 수용할 수 있지만 지금은 3마리만 살고 있다.
 

수컷인 두만과 우리, 암컷인 한청으로 3마리다. 사람들이 볼 수 있는 것은 우리와 한청이다. 수컷을 분리해 놓은 이유는 2마리가 암컷을 차지하기 위해 사생결단 싸움을 벌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수목원이 워낙 넓기 때문에 10~15분 간격으로 운행하는 트램을 타고 단풍식물원으로 이동한 뒤 만병초원-전망대-암석원-호랑이숲 등을 둘러보면서 내려오는 것이 편리하다. 

 

여행정보= 봉화는 서울에서도 멀다. 길이 잘 뚫려 있다고 하지만 여전히 서울에서 3시간 넘게 달려가야 한다. 달실마을 체험 프로그램은 충재박물관에서 신청하면 된다. 백두대간수목원 입장료는 어른 5000원, 어린이 3000원이다. 매주 월요일, 설날과 추석 연휴엔 쉰다.
 
·사진=이석희 기자 seri19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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