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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사업, 불도저 MB와 영혼 없는 공무원의 합작품?

중앙일보 2018.07.04 17:58
박찬석 감사원 제1사무차장이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감사원에서 '4대강 살리기 사업 추진실태 점검 및 성과분석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찬석 감사원 제1사무차장이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감사원에서 '4대강 살리기 사업 추진실태 점검 및 성과분석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4대강 사업이 이명박 전 대통령(MB)의 무리한 지시와 관련 부처의 무소신 속에 추진됐다는 감사원 감사 결과가 4일 나왔다. 감사원은 이날 ‘4대강 살리기 사업 추진실태 점검 및 성과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감사는 지난해 5월 문재인 대통령의 문제 제기와 40개 환경단체의 공익감사 청구에 따른 것이다. 
 
감사원에 따르면 MB는 4대강 사업 계획을 수립할 때인 2008년 국토교통부에 4대강의 수심을 5~6m로 굴착하라고 지시했다. 국토부는 검토 후 홍수를 막고 물 부족에 대처하기 위해선 수심 2.5~3m로도 충분하다고 결론을 냈다. 이 내용을 MB에게도 보고했다. 국토부는 수심을 깊게 만들 경우 MB가 추진하지 않겠다고 밝혔던 대운하를 다시 추진한다는 의혹을 살 수 있다는 점도 고려했다. 당초 대운하 추진안에 담긴 강 수심이 6.1m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대통령은 국토부의 보고를 받은 다음 달 당초 지시와 거의 같은 6m로 굴착하라고 지시를 내렸다. 감사원에 따르면 이같은 지시의 구체적인 근거는 없었다. 청와대의 한 행정관이 대통령 지시를 국토부에 전달하며 “통치 차원”이라고 이유를 달았을 뿐이다. 국토부는 결국 ‘수심 6m’의 타당성을 검증하지 않은 채 2009년 6월 낙동강의 최소 수심을 4~6m로 하는 최종 4대강 계획안을 발표했다. 낙동강은 MB의 한반도 대운하 구상의 핵심이었다. 
 
감사 결과 청와대가 조류(녹조) 발생 가능성을 보고받고도 이를 무시했던 사실도 확인됐다. 환경부는 2009년 3월 청와대 등에 4대강 사업으로 보를 설치하면 강물의 체류 시간이 늘어 조류 발생 등 수질 오염이 우려된다고 보고했다. 그러자 청와대는 “조류 관련 표현을 삼가라”고 환경부에 요청했고, 이후 환경부는 조류 관련 내용을 보고서에 넣지 않거나 순화했다. 또 환경부는 이 전 대통령이 환경영향평가 기간 단축이 필요하다고 지시하자 통상 5~10개월이 걸리는 평가 기간을 2~3개월로 단축했다. 녹조 농도 예측 등 핵심 평가 항목도 빠뜨렸다. 
 
감사원이 '4대강 살리기 사업 추진실태 점검 및 성과분석' 결과를 발표한 4일 경기도 여주시 이포보에서 한강 물줄기가 흐르고 있다. [뉴스1]

감사원이 '4대강 살리기 사업 추진실태 점검 및 성과분석' 결과를 발표한 4일 경기도 여주시 이포보에서 한강 물줄기가 흐르고 있다. [뉴스1]

이번 감사에선 4대강 사업이 예산 낭비로 드러났다. 서울대 산학협력단이 분석한 결과 2013년 기준으로 향후 50년간의 4대강 사업 비용 대 편익 비율(B/C)은 0.21로 나타났다. 총 31조원이 소요되지만, 이 중 6조6000억원만 거둘 수 있다고 분석됐다. 
 
감사 결과, 4대강 사업으로 수질이 나빠진 사실도 확인됐다. 대한환경공학회 분석 결과 녹조 현상의 주요 원인인 남조류가 ‘조류경보 관심 단계’ 이상으로 매년 발생한 보가 전체 16곳 중 11곳이었다. 학회는 낙동강의 경우 강물의 체류 시간이 남조류 성장에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4대강 사업으로 낙동강의 강물 체류 시간이 9일에서 100일로 늘었다는 사실은 감사원의 두 번째 감사에서 확인된 바 있다. 이른바 ‘녹조라테’라는 여론의 비난을 받는 대목이다. 
 
윤성민 기자 yoon.s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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