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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 2035] 2.4m 이상, 52시간 이하

중앙일보 2018.07.04 01:18 종합 28면 지면보기
송우영 사회팀 기자

송우영 사회팀 기자

오랜만에 들른 서점에서 책 한 권에 눈이 갔다. 『어디서 살 것인가』라는 제목에 끌렸다. 31년 평생을 아파트에서 살아온 나는 지금까지 한 번도 ‘어디서 살 것인지’ 고민해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고민해야 할 주제라는 생각도 안 해봤다.
 
우리 대부분이 사는 아파트의 천장 높이가 2.4m라고 한다. 주택난 해결을 위해 표준화된 아파트를 가능한 한 많이 만들려는 과정에서 나온 최소 높이란다. 모르던 바는 아니나 저자인 유현준 홍익대 교수의 말에 조금은 억울해진다. “우리는 창의적인 아이들을 기형적인 공간에서 점점 망가뜨리고 있다. 우리나라에 천재가 나오려면 다양한 교육과 더불어 다양한 주거 공간이 필요하다.”
 
평생을 2.4m의 천장 아래에서 지낸 것이, 부지불식간에 응당 내 안에 있어야 할 창의성을 조금씩 말살시켜 왔다고 생각하면 심기가 편하진 않다. 어쩐지 어느 순간(?) 창의성이 반감된 느낌이더라니. 천장이 3m가 되면 창의적 문제 해결력이 두 배가 된다는 미네소타 대학의 실험 결과도 있다고 하니, 내 삶에서 2.4m보다 높은 천장을 가져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진지하게 고민해 볼 생각이다.
 
표준화된 삶 속에서 잊고 살던 창의성에 대해 생각하게 된 계기가 또 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을 주 52시간 근무제다. 유 교수 식으로 말하자면 ‘어떻게 일할 것인가’다.
 
대학생 시절 자신의 직업에 관해 설명하는 선배들의 특강을 자주 들었다. 한 언론인 선배는 “주 90시간을 일해도 괜찮다는 각오가 없으면 다른 길을 가라”고 조언했다. 외국계 투자은행에 다니는 선배는 “영어 실력도 중요하지만 매일 야근하고, 주말에 출근해도 괜찮다는 마음가짐이 더 중요하다”고 했다. “그렇게 일해도 창의성이 발휘될 수 있나요? 마지못해 일만 하는 것 아닌가요?”라고 묻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했다. 현실 감각이 떨어진다는 소리가 두려웠다.
 
특강을 자주 같이 들었던 친구는 언론인 지망생이었지만 다른 회사에 취업했다. 잠도 못 자며 일할 자신은 없다고 했다. 최근 그 친구가 물었다. “주 52시간 근무가 잘 정착될 수 있을까? 그럼 과로만 없어지는 게 아니라 성과를 유지해야 하니까 일하는 방식도 좀 더 창의적이 될 텐데.”
 
답은 알 수 없어서 대신 주 5일 근무제를 최근 도입한 우리 회사에 대해 얘기해줬다. 여러 혼란이 있긴 하지만 입사 후 처음으로 매주 이틀씩 쉬고 있는 내 삶에 대해서. 쉬는 동안 보고 듣고 겪은 잡다한 것들이 조금은 더 창의적인 취재에 보탬이 되고 있다고 감히 말하고 싶은 내 경험에 대해서.
 
송우영 사회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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