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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52시간 하니 헬스클럽 등록” “일 안 줄어 몰래 야근할 듯”

중앙일보 2018.07.03 01:10 종합 2면 지면보기
300인 이상 사업장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 후 첫 출근 날인 2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위메프 본사에서 직원들이 정시 퇴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300인 이상 사업장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 후 첫 출근 날인 2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위메프 본사에서 직원들이 정시 퇴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자기업에 근무하는 이모(34)씨는 2일 출근해 스스로 근무시간을 체크했다. 지난 1일부터 새 근로기준법이 시행되면서 주당 최대 근로시간이 52시간으로 제한된 데 따른 일이다. 이씨 회사의 경우 커피나 차를 한잔 마시는 시간도 분 단위로 보고해 근무시간에서 제외한다. 흡연자의 경우 담배 피우는 시간을 근무시간에서 뺀다. 이씨는 “근무시간을 철저히 지킨다는 취지에는 공감한다”면서도 “공식적인 미팅은 아니지만 동료들과 차를 마시면서 업무 고민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마저 노는 시간으로 보는 것 같아 좀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시행 첫날 직장인들 기대 반 우려 반
8시간 지나면 PC 꺼지게 하고
흡연·차 마시는 시간 보고하기도
“야근비 줄어들어 직원 불만 커져”
일각 “주5일제도 혼란 겪고 정착”

건설업체 8년 차 직장인 유모(33)씨는 이번 달 ‘헬스클럽 이용권’을 끊었다. 근로시간 단축 조치에 따라 유씨 회사는 퇴근시간을 오후 5시30분으로 한 시간 앞당겼다. 유씨는 “저녁시간이 늘어나는 만큼 운동도 하고 회계 관련 공부도 해볼 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걱정도 있다. 그는 “업무가 준 건 아니니 공식적인 퇴근시간은 빨라지겠지만 비공식 야근은 계속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 있다”고 말했다.
 
근로시간 단축이 시작된 후 첫 평일인 2일 직장인들 사이에선 기대와 우려가 뒤섞여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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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쇼핑 이창균(35) 과장은 근로시간 단축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이 회사는 ‘PC on-off제’를 도입했다. 하루 8시간 근무시간을 미리 정해 입력하면 자동으로 PC가 꺼지는 형태다. 이씨는 “법 개정 취지가 ‘워라밸(Work-Life Balance)’을 하자는 것이고 PC on-off제가 여기에 부합한다”며 “임원들도 이를 철저하게 지켜야 한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근무시간 단축에도 임금이 그대로인 곳은 만족도가 높다.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에 다니는 이모(30)씨는 “임금은 줄지 않았는데 회사가 퇴근 셔틀버스 시간을 1시간 앞당겼다”며 “직원들이 만족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반대로 임금이 줄어드는 회사에서는 불만이 커지고 있다. 게임업체 직원 A씨(28)는 “통상 야근이 많았는데 회사에서 야근비를 안 주겠다고 한다”며 “한 달에 40만원까지 야근비를 받았는데 임금이 줄어들면서 직원들의 불만이 크다”고 전했다.
 
증권사에 근무하는 김모(30)씨는 “세일즈와 미팅을 위해 이르면 오전 6시, 늦어도 오전 7시까지 출근하고 낮에는 세미나를 다녀 오후에 보고서를 쓴다”며 “현실적으로 52시간을 지키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자정이 넘도록 회사가 북적대는데 그만큼 인원 충원을 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며 “결국 다들 집에서 일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다”고 털어놨다.
 
1일부터 시행된 새 근로기준법에 따라 300인 이상 사업장에 다니는 직장인들은 주 52시간을 넘겨 일할 수 없다. 주당 근로 40시간에 더해 연장근로(휴일근로 포함) 12시간을 넘을 수 없다. 50인 이상~300인 미만 사업장은 2020년 1월부터, 50인 미만 사업장은 2021년 7월부터 시행된다.
 
온라인에서는 근로시간 단축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올라왔다. 한 네티즌은 “주 5일제도 처음 나올 때 말이 많았다. (주 52시간제도) 정착되면 더 살기 좋은 나라가 될 것”이라고 댓글을 달았다. 하지만 ‘인원 더 뽑으라고 주 52시간 도입했는데 더 뽑기는커녕 일만 늘어나는 것 아니냐’(WOO*******)는 반응도 나왔다.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근로시간 단축을 통해 근로자 건강권을 강화하고 생산성도 높이는 윈윈 전략을 모색해 패러다임 변화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조한대·여성국 기자 cho.hand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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