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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에게 돌아온 ‘2인자’ 황병서 … 8개월 만에 완전 복권

중앙일보 2018.07.02 00:38 종합 10면 지면보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평안북도 신도군(비단섬)을 현지 지도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지난달 30일 보도했다. 김 위원장이 수행원의 도움을 받아 작은 모터보트에서 내리고 있다. 이날 시찰에는 좌천 된 것으로 알려졌던 황병서 전 총정치국장(원 안)이 모습을 보였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평안북도 신도군(비단섬)을 현지 지도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지난달 30일 보도했다. 김 위원장이 수행원의 도움을 받아 작은 모터보트에서 내리고 있다. 이날 시찰에는 좌천 된 것으로 알려졌던 황병서 전 총정치국장(원 안)이 모습을 보였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북한 군의 총정치국장으로 승승장구하다 지난해 실각했던 황병서가 되살아났다. 조선중앙통신 등 북한 관영 매체들은 지난달 30일 황병서가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나란히 서 있는 사진을 게재하며 그를 “노동당 중앙위원회 간부”라고 밝혔다. 완전 복권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북 매체들, 동행 간부 중 맨 먼저 호명
노동당 부장급 이상 직위 받은 듯

김정은 북·중 회담 뒤 경제분야 집중
이설주와 신의주 화장품 공장 방문

황병서는 북한 군부의 최고위직인 총정치국장을 지내다 지난해 실각했다. 지난 4월 최고인민회의에선 국무위원회 부위원장직도 박탈당했다. 그는 실각 직전까지 김정은이 신임하는 실세였다. 2015년 북한의 목함지뢰 도발사건으로 한국군 장병이 부상당하자 분노한 박근혜 정부는 대북확성기 방송을 재개했다. 북한은 준전시 상태를 선포했다. 이때 판문점에서 벌어진 남북 협상에 김정은이 내보낸 북측 대표가 황병서와 김양건 당 대남비서(2015년 12월 사망)이었다. 남측에선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등이 나갔다.
 
황병서는 또 김정은을 향한 충성의 노래인 ‘알았습니다’를 만들어 보급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2015년엔 김 위원장과 함께 걸어가다 자신도 모르게 한걸음 앞서가자 황급히 뒷걸음질을 치는 모습까지 포착됐을 정도로 김정은의 충복을 자처했다. 그랬던 그가 지난해 10월 12일 만경대혁명학원·강반석혁명학원 창립 70돌 기념보고대회 이후 공식 보도에서 8개월간 사라졌다. 국가정보원은 지난해 11월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황병서가 “당에 대한 불순한 태도 때문에 처벌됐다”며 “김일성고급당학교에서 사상 교육을 받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고했다. 지난 2월 16일 김정일 생일에 즈음해 황병서는 북한 조선중앙TV에 두 번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나 김정은과 나란히 서며 위세를 과시했던 총정치국장 시절과는 달리 객석에 앉아 있거나, 행사단 앞줄이 아닌 뒤쪽에 서서 추락한 위상을 재확인했다.
 
김 위원장은 이번 방문에서 평소 이용하던 차가 아닌 다소 노후하고 작은 차량을 이용했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김 위원장은 이번 방문에서 평소 이용하던 차가 아닌 다소 노후하고 작은 차량을 이용했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따라서 황병서가 지난달 30일 김정은과 함께 선 채 등장한 것은 그의 복권을 의미한다. 북한 매체들은 이날 김정은이 평안북도 신도군을 시찰한 소식을 보도하며 “노동당 중앙위원회 간부들인 황병서 동지, 한광상 동지, 김성남 동지, 조용원 동지, 국무위원회 부장 김창선 동지가 동행하였다”고 밝혔다. 북한 매체의 호명 순서는 철저히 권력 서열을 따른다는 점을 고려할 때, 황병서도 최하 당 부장급 이상의 직위를 부여받은 것으로 보인다.
 
황병서가 느닷없이 공식 석상에서 사라졌다가 어느날 다시 복권된 것은 김정은의 ‘계급장 뗐다 붙였다 용인술’로 풀이된다. 신임을 보여주다가 내친 뒤 다시 기용하는 방식을 반복해 이들의 충성을 서약받고 북한 권력층의 이탈을 막는 전통적인 인사 통치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에 이어 김정은도 어느 한 명에게 권력이 쏠리지 않도록 숙청이나 해임 등으로 내친 뒤 다시 기용하는 ‘롤러코스터 용인술’을 구사해 왔다. 현재 북한내 2인자로 간주되는 최용해 노동당 부위원장 역시 당 비서였던 2015년 실각해 지방 농장으로 쫓겨나 단기 혁명화 교육을 받은 뒤 그해 12월 복권했다. 이번 황병서 복권을 놓곤 최용해 견제용이라는 관측도 있다. 최용해와 황병서가 충성 경쟁을 벌인다는 첩보가 돈 적이 있다.
 
한편 김정은은 지난달 북·미, 북·중 정상회담 후 공개 활동으로 경제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중국과 인접한 평안북도 신도군과 신의주를 찾고, ‘중국통’인 김성주 당 국제부 제1부부장도 동행시켜 북·중 경제협력에 무게를 실었다. 조선중앙통신·노동신문은 지난달 30일 김정은이 평안북도 신도군을 찾았다며 갈(갈대) 종합농장 기계화작업반을 둘러보고 군 부대를 방문했다고 전했다. 북한 매체들은 1일엔 김정은이 역시 북·중 접경지역인 신의주의 화장품공장을 방문한 소식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화장품공장 시찰엔 부인 이설주도 동행했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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