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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행정처, 대한변협 회장 선거에도 개입 정황

중앙일보 2018.07.01 22:04
 지난 2015년 1월 치러진 대한변호사협회 회장 선거에 법원행정처가 개입하려한 정황이 담긴 문건을 검찰이 확보해 이와 관련한 사실을 확인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하창우 전 회장 "검찰에서 관련 문건 확인"
상고법원 반대했던 대한변협 대응 분석 다수
임종헌 전 차장 "대한변협 지원 예산 삭검 없어"

하창우(64ㆍ사법연수원 15기) 전 대한변협 회장은 “최근 검찰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별로도 작성된 관련 문건을 열람했다”고 1일 전했다. 그는 지난달 29일 검찰에 참고인 자격으로 출석해 조사받았다. 그에 따르면 이 문건은 2014년 12월에 작성됐으며 당시 양승태 사법부가 추진했던 상고법원에 대한 찬반 입장을 기준으로 후보 4명의 성향을 분류했다.
 
하창우 전 대한변협 회장. [중앙포토]

하창우 전 대한변협 회장. [중앙포토]

법원행정처가 작성한 이 자료에는 하 후보가 1차 투표에서 1위를 하더라도 당선 확정에 필요한 득표율 33.3%에 미치지 못할 가능성이 있으니 2위를 할 후보자와 3위 예상 후보자가 연대하면 결선투표에서 당선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당시 하 후보는 1차 투표에서 35.8% 득표해 바로 당선이 확정됐다.
 
하 변호사는 “이런 자료를 만든 게 대한변협 선거에 개입하려 한 정황이라고 검찰이 보고 있으며, 나 역시 그렇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검찰은 법원행정처가 분석자료를 만드는 데 그쳤는지, 실제 대한변협 선거 개입을 위해 변호사들을 접촉했는지를 추가로 조사할 계획이다.  
 
또한 검찰은 법원행정처에서 제출받은 자료 중 ‘대한변협 압박방안 검토’‘대한변협 대응방안 검토’ 등의 문건을 분석하고 실행됐는지 확인하고 있다. 이 문건들에는 ▶대한변협 산하 법률구조재단 예산 삭감▶부동산 등 개인 재산 뒷조사▶회장 취임 이전 수임내역 국세청 통보 검토▶대한변협신문 광고 중단▶국선변호사 비중 확대▶대한변협 주최 행사에 대법원장 불참 등의 압박 방안이 적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 전 회장은 이 가운데 상당 부분이 실행됐다고 검찰에 진술했다고 한다. 실제로 하 전 회장은 임기 말인 2016년 연말 서울지방국세청의 세무조사를 받았다. 취임 이후 사건을 수임하지 않은 상황에서 세무조사를 받는 건 이례적이란 말이 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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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핵심 인물인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은 대한변협 산하 법률구조재단 지원예산을 삭감했다는 의혹을 부인했다. 그는 이날 기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사법서비스진흥기금 운용심의회는 2016년 기금운용계획을 수립함에 있어 시중은행 이자율 인하로 전체 예산 지원규모를 축소했다. 하지만 법률구조재단의 경우 2015년과 동일한 2억원을 지원했고 지원을 중단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한편 검찰은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의 피해자로 알려진 이탄희 판사를 최근 참고인으로 소환해 조사했다. 이 판사는 지난해 2월 법원행정처 심의관으로 발령받았다가 이규진 전 상임양형위원으로부터 ‘뒷조사 문건’이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주장하며 사표를 제출했다. 이를 계기로 법관 사찰은 물론 ‘재판거래 의혹’에 이르기까지 양승태 사법부의 비리 의혹이 제기됐다.
 
문병주ㆍ현일훈 기자 moon.byung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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