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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25% 관세 역설…美 랍스터가 울고 있다

중앙일보 2018.07.01 18:40
트럼프의 25% 관세 역효과…자동차ㆍ랍스터 '발등의 불'
미국의 ‘넘버원’ 자동차 제조업체인 GM. 미국 내에서만 47곳의 자동차 생산공장과 25곳의 서비스-부품 공장을 가동하면서 11만여 명의 종업원을 고용하고 있다.

GM, "좀 더 왜소해진다" 의견서 제출
자동차 일자리 최대 62만명 감소 전망
메인주 랍스터 수출도 차별관세로 난항

 
한때 트럼프 행정부와 호흡을 잘 맞췄던 GM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수입산 자동차에 대한 25%의 관세부과 방침을 우려하고 나섰다. 상무부가 접수중인 의견서를 통해서다.
 
GM은 트럼프 대통령이 수입산 차량에 대해 끝내 고율의 관세를 부과한다면 투자와 일자리가 줄고, 종업원의 임금도 준다면서 “좀 더 왜소해진 GM으로 결론날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한국을 비롯한 해외 생산기지에서 수입되는 차량과 부품이 상당량인 만큼 대당 자동차 가격이 수 백만원 인상되는 효과를 빚으면서 신차 수요를 떨어뜨릴 것이라는 설명을 곁들였다.
 
미국 등으로 수출하기 위해 일본 요코하마 항만에서 대기중인 일본산 승용차들. [AP=연합뉴스]

미국 등으로 수출하기 위해 일본 요코하마 항만에서 대기중인 일본산 승용차들. [AP=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월말 상무부에 수입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이 국가 안보에 해를 끼치는지에 대한 무역확장법 232조 조사를 시작하라고 지시했다. 무역확장법 232조는 트럼프 행정부가 최근 철강ㆍ알루미늄 관세를 부과할 때 적용한 법률이다. 미국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될 경우 최대 25%까지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
 
상무부는 이같은 관세시행을 앞두고 자동차 기업을 비롯한 이해관계자들로부터 의견서를 접수 중인데, GM을 비롯한 미국 자동차 기업들의 반발 또한 거세다.
 
태국 방콕에 전시된 할리데이비슨. 미국에 본사를 둔 이 회사는 유럽연합의 보복관세를 피해 생산기지 일부를 유럽으로 옮기기로 했다. [로이터=연합뉴스]

태국 방콕에 전시된 할리데이비슨. 미국에 본사를 둔 이 회사는 유럽연합의 보복관세를 피해 생산기지 일부를 유럽으로 옮기기로 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미 모토사이클 제조업체인 할리데이비슨이 유럽에 생산공장을 이전키로 했고, 인디언 모터사이클도 생산시설 일부를 폴란드로 이전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피아트-크라이슬러의 파워트레인 담당 밥 리는 “공급망과 물류망, 생산기지 등과 관련해 위기대처 방안을 짜내고 있다”면서 “상당기간 오래 지속될 문제로 취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과 독일 자동차업체들은 ‘발등의 불’이다. 일본 도요타는 켄터키주에서 생산하는 캠리 승용차에 들어가는 부품의 30%를 수입한다면서 25%의 관세는 캠리 가격을 대당 1800달러(약 200만원) 끌어올린다고 의견서에서 밝혔다.
 
도요타는 3만7000여 명을 직접 고용하고 있으며, 협력사에 고용된 26만7000명, 도요타와 렉서스 딜러십에서 일하는 10만명을 대변해 의견서를 제출한다고 덧붙였다.
 
사우스캐롤라이나주 공장에서 3만6285명을 고용하고 있는 독일 BMW 또한 국가 안보를 이유로 미국 정부가 경제에 개입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현대ㆍ기아차는 최근 미국 내 판매가 줄었을뿐 아니라 미국 자동차업체들과 주력 차종이 달라 자사 제품이 미국 안보를 저해하지 않는다는 점을 의견서에 적시했다. 현대ㆍ기아차의 판매가 세단 중심인 데 비해 미국 자동차업체들은 스포츠유틸리티차(SUV)나 픽업트럭 위주이기 때문에 직접적인 경쟁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GMㆍ포드ㆍ메르세데스벤츠ㆍ폴크스바겐 등 12개사가 가입한 자동차제조업연맹(Alliance of Automobile Manufacturers)은 25% 관세를 부과하면 수입차 한 대당 소비자 부담이 평균 5800달러(약 650만원) 증가한다고 분석했다. 또 자동차 생산 감소로 1∼3년 동안 19만5000명이 일자리를 잃고, 다른 국가들이 보복에 나서면 일자리 감소가 62만4000명으로 증가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무역전쟁의 그늘은 자동차 산업에서만 나타나는 게 아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오피니언면을 통해 ‘트럼프가 메인주 랍스터맨을 끓이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를 싣고 보호무역의 유탄 효과를 경고했다.
 
미국 메인주의 랍스터 수출업자가 대형 랍스터를 들어보이고 있다. 메인산 랍스터는 중국과 유럽연합의 차별관세로 수출에 난항을 겪을 전망이다. [신화통신=연합뉴스]

미국 메인주의 랍스터 수출업자가 대형 랍스터를 들어보이고 있다. 메인산 랍스터는 중국과 유럽연합의 차별관세로 수출에 난항을 겪을 전망이다. [신화통신=연합뉴스]

 
메인주는 지난해 1억1100만 파운드의 랍스터를 4억5000만 달러(약 5000억원)에 팔았다. 전체 주 경제의 2%에 해당한다. 중국시장이 점점 커지면서 2015년 5200만달러에 불과하던 랍스터 수출량이 지난해 1억3700만 달러로 급격히 늘었다.
 
이미 중국 정부는 미국과 캐나다산 랍스터에 10∼15%의 관세를 부과해왔는데, 1일부터 경쟁관계인 캐나다산에 대해서는 관세를 7%로 내리고 미국산에 대해서는 오는 6일부터 25%의 관세를 매길 방침이다.  
 
랍스터의 또 다른 대형 구매처인 유럽연합(EU)도 캐나다산 랍스터에 대해서는 관세를 대폭 내려주면서 미국 메인산 랍스터의 수출길을 사실상 막았다. 메인에서 랍스터 도매와 가공에 종사하는 일자리수만 4000여개. 여기에 어부들까지 포함해 수만명의 일자리가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뉴욕=심재우 특파원 jwsh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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