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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캡틴' 기성용 "생각 정리됐다"…축구대표팀 은퇴 시사

중앙일보 2018.07.01 13:29
프리미어리그 뉴캐슬 유나이티드로 이적한 한국 축구 대표팀 주장 기성용이 1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프리미어리그 뉴캐슬 유나이티드로 이적한 한국 축구 대표팀 주장 기성용이 1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축구대표팀 주장 겸 핵심 미드필더 기성용(29ㆍ뉴캐슬)이 A대표팀 은퇴 결심을 사실상 굳혔음을 암시했다. ‘지금 은퇴’를 언급하진 않았지만 주변과의 논의를 거쳐 조만간 공식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기성용은 1일 인천국제공항에서 열린 입국 인터뷰에서 대표팀 은퇴와 관련한 질문을 받고 “나 혼자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니기 때문에 당장 확실히 밝힐 순 없다”면서도 “생각은 정리됐다. 어느 시기가 되면 내 입으로 직접 그와 관련한 이야기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성용은 러시아 월드컵 본선 이전부터 축구대표팀 은퇴와 관련한 소문의 주인공으로 등장했다. 1989년생인 기성용이 2022년 카타르 월드컵에 나설 경우 33살로 전성기를 넘기게 되는 만큼, 남은 기간 동안 후배들이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 위해 대표팀에서 일찍 은퇴할 것이라는 내용이 주다.  
 
기성용과 더불어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 등 1989년생 동기들 중에도 비슷한 생각을 가진 선수들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러시아 월드컵을 앞두고 “이번이 마지막 월드컵”이라 여러 차례 언급하며 2022년까지 도전을 이어갈 생각이 없음을 명확히 밝힌 바 있다.
  
프리미어리그 뉴캐슬 유나이티드로 이적한 한국 축구 대표팀 주장 기성용이 1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프리미어리그 뉴캐슬 유나이티드로 이적한 한국 축구 대표팀 주장 기성용이 1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기성용은 독일과 조별리그 3차전 승리로 축구대표팀 분위기가 살아났을 때도 유일하게 믹스트존 인터뷰를 고사하고 선수단 버스로 향했다. 은퇴와 관련한 질문을 피하기 위한 행동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지난 2008년 6월7일 요르단과 2010 남아공 월드컵 아시아 예선 경기를 통해 A매치에 데뷔한 기성용은 지난달 1일 보스니아전을 통해 100번째 A매치 경기를 치르며 국제축구연맹(FIFA)이 공인하는 센츄리 클럽(A매치 100경기 이상 뛴 선수들의 모임)에 가입했다. 남아공 대회를 시작으로 4년 전 브라질 대회와 이번 러시아 대회까지 3회 연속 월드컵 본선 무대도 밟았다. 기성용은 월드컵 데뷔전인 2010년 남아공 대회 그리스전과 마지막 대회인 러시아 월드컵 독일전을 모두 2-0 승리로 장식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지난 시즌을 끝으로 스완지시티와의 계약을 정리하고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명문 뉴캐슬 유나이티드에 합류한 이유를 밝힐 때도 대표팀과 관련한 이야기가 연결돼 나왔다. “그동안 대표팀(에서 최고의 기량을 보여줘야 했기) 때문에 꾸준히 뛸 수 있는 팀을 택해야 했다”고 밝힌 그는 “이제는 (월드컵이) 끝났기 때문에 다소 자유로운 마음으로 팀을 고를 수 있었다. 축구 인생의 마지막을 생각했다”고 말했다.
 
지난달 29일 러시아 월드컵 일정을 모두 마친 뒤 곧장 영국으로 건너가 뉴캐슬과 계약을 마친 기성용은 당분간 국내에서 휴식을 취하며 새 시즌 준비를 시작할 예정이다. 국내 체류기간 중 대한축구협회와 접촉하며 대표팀 은퇴 관련 일정과 의견을 공유할 전망이다. 다음은 기성용 귀국인터뷰 일문일답.  
 
지난달 27일 러시아 카잔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F조 조별리그 3차전 한국과 독일의 경기. 2-0 대한민국의 승리로 경기가 끝나자, 기성용과 신태용 감독이 울먹이는 손흥민을 위로하고 있다.[연합뉴스]

지난달 27일 러시아 카잔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F조 조별리그 3차전 한국과 독일의 경기. 2-0 대한민국의 승리로 경기가 끝나자, 기성용과 신태용 감독이 울먹이는 손흥민을 위로하고 있다.[연합뉴스]


 -러시아 월드컵을 마치고 귀국한 소감은.
“아쉬움도 남고 좋은 기억도 있다. 지난 4년간 고생을 많이 했는데 결과적으로 성공이라 말할 순 없어 아쉽지만, 마지막 경기에서 선수들이 축구 역사에 남을 경기를 만들어줘 감사하다. 이후 4년이 헛되지 않도록 다들 열심히 하고 한국 축구가 발전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독일전에 부상으로 결장했는데.
“우리 선수들이 너무나 자랑스럽다. 경기에 뛴 선수들 뿐 아니라 벤치 선수들까지 고생을 많이 했다. 대표팀이 크고 작은 비난을 받고 마음 고생도 겪었는데, 좋은 경기를 해줘 고맙다. 내가 직접 뛰지는 못했지만,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하던 선수들이 잘해줘서 더욱 감사하다.”
 
-대표팀에서 은퇴하기로 결심을 굳혔나.
“여러가지 생각을 하고 있다. 마음 정리는 어느 정도 됐는데, 최종적으로 결정을 내린 건 아니다. 4년간 주장으로서 팀을 잘 이끌지 못한 책임감이 크다. 그동안 대표팀이 비난에 노출되고 어려룬 상황이 이어지면서 선수들이 많이 힘들어하는 게 마음 아팠다. 내 커리어에 복합적인 요인들이 얽혀 있어 소속팀에 집중할지, 대표팀을 계속 할지 고민했다. 주변과도 많이 상의했고, 마음 정리는 어느 정도 됐다.”
 
축구대표팀의 '캡틴' 기성용이 지난달 30일 EPL 뉴캐슬 유나이티드와 2년 계약했다. [뉴캐슬 홈페이지]

축구대표팀의 '캡틴' 기성용이 지난달 30일 EPL 뉴캐슬 유나이티드와 2년 계약했다. [뉴캐슬 홈페이지]

 
-마음 정리가 됐다는 건 은퇴 쪽으로 굳혀졌다는 뜻인가.
“나 혼자만의 결정은 아니기 때문에 당장 은퇴 의사를 밝힐 순 없다. 어느 시기가 되면 내 입으로 그 이야기를 할 것이다. 한국 축구가 향후 4년간 장기적 플랜을 가지고 (카타르 월드컵을) 준비해야 하는 상황에서 내가 도움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이 컸다. 지난 8년간 대표팀이 어수선했던 건 사실이다. 그런 시간들이 내게는 어려웠다. 주장을 맡으며 짊어져야하는 짐이 많았다.”
 
-손흥민이 독일전 골을 넣은 뒤 달려가 가장 먼저 안겼다. 그 뒤 눈물을 흘리는 모습도 보였는데.
“마지막 월드컵이기 때문에 감정적이었던 게 사실이다. 우리 선수들이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고 뛰어줘서 주장으로서 고마웠다. 이 선수들이 조금만 더 잘 다듬어지고 체계적인 계획을 가지고 임했더라면 지금보다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내 마지막 월드컵이었기 때문이다.”
 
-새로운 팀으로 뉴캐슬을 선택한 이유는.
“영국에서 유서깊은 팀이고 내가 선택할 수 있는 팀 중 팬층이 가장 두껍기도 했다. 이제까지는 (팀을 고를 때) 대표팀에 신경을 많이 썼다. 소속팀에서 경기를 계속 뛰어야하는 부분을 팀을 선택할 때 많이 고려했다. 이제 (월드컵이) 끝났기 때문에 다소 자유로운 마음으로 선택할 수 있었다. 축구 인생의 마지막을 생각했고, 내가 뛰었던 팀 중 가장 큰 팀이기도 하다. 감독님도 세계적으로 명성이 있어 많은 걸 배울 수 있는 좋은 팀이라 생각했다.”
 
인천=송지훈 기자 mil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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