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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안 가전제품 모조리 분해하는 우리 아이 … 혹시 미래에 공대 교수?

중앙일보 2018.07.01 13:24
 
 
[김환영의 책과 사람] (17) 《데니스 홍, 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법》 데니스 홍 UCLA 교수
 


부모님께 감사  
물론 잘못하면 야단치셨지만  
호기심 때문에 저지른 일은 혼내지 않으셨다
 
운명보다 중요한 것은 확률
확률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준비해야
진정성, 배려심이 확률 높인다  
 
학자로서 최고의 순간은  
‘유레카’의 순간도, 논문도 아니고
졸업 학생들이 로봇학 리더가 됐을 때  
 
 
 
세계 로봇학의 리더인 데니스 홍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교수는 만나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사람이다. ‘즐거움은 전염된다’는 말은 정말 맞는 말이다.  

UCLA 로멜라 연구진

UCLA 로멜라 연구진

 
한국식 이름이 홍원서인 그는 긍정의 아이콘이다. 홍 교수는 자신의 긍정 성향에 대해 스스로 경계하며 이렇게 말한다. “저는 모든 것을 긍정적으로 해석하려고 합니다. 하지만 제가 하는 일이 잘 풀리고, 상 받고, 한창 으쓱으쓱할 때 … 저는 사실 몰랐는데… 목에 힘도 들어가고 제가 변하기 시작했던 거에요. 사람이 살면서 한번 인생의 위기를 겪고 한번 뒤통수를 딱 맞아야 정신을 차리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초심을 잃지 않으려고 합니다.”  
 
홍 교수가 이번에 출간한 《데니스 홍, 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법》에는 공감이 가는 말이 많이 나온다:  
 
- 우리가 항상 이길 수는 없다. 그러나 항상 배울 수는 있다.
- 나는 이기적인 사람이다. 죽는 순간까지 나 자신의 행복을 최대로 만들기 위해 살고 싶다. 내가 가장 행복할 때는 나로 인해 다른 사람들이 행복할 때였다. 나의 노력으로 사람들이 웃는 모습을 보는 것이 정말 좋다. 그것이 내가 로봇을 만드는 이유다.
 
홍교수는 책에서 다음과 같이 ‘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법 6’를 제시한다.  
 
1. 꿈을 가졌다면 열정을 다해 좇는다.
2. 도전은 불가능한 일에 하는 것이다.
3. 넘어졌을 때 더 새로워져라
4. 모든 상상은 결국 실현된다고 믿는다
5. 문제에 정답이 있다는 생각을 버려라
6. 사람의 행복을 생각하는 것만큼 강한 에너지는 없다
 
 
데니스 홍, 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법

데니스 홍, 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법

《데니스 홍, 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법》 데니스 홍  지음, 인플루엔셜
 
홍 교수는 로멜라(RoMeLa, Robotics & Mechanisms Laboratory, http://www.romela.org/)를 이끌고 있다. 로멜라는 ‘로봇을 직접 설계하고 만드는’ 곳이다. 그는 로멜라가 ‘세계 최고의 로봇 연구소’라고 자부한다. “근거가 무엇인가?”라고 물었더니 그는 여러 가지 근거를 댔다. 그가 제시한 가장 인상적인 근거는 “로멜라는 입이 쩍 벌어질 정도로 신기하고 창의적인 로봇을 만드는 연구소입니다”였다.  
홍 교수를 인터뷰했다. 다음이 인터뷰를 편집하고 요약한 결과다.  
 
- ‘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법 여섯 가지’를 제시했다. 그중에서도 무엇이 가장 중요한가?
“중요한 것, 얘기할 것이 하도 많아 책 한 권을 다 쓰게 됐다. 굳이 하나를 뽑아야 한다면, ‘내가 하는 일을 내가 왜 하는지’를 이해하는 것이다. 제 경우, 저는 로봇 공학자다. 저는 로봇을 재미있어서 만드는 것도, 돈 벌기 위해 만드는 것도 아니다. 진짜로 따뜻한 기술을 만들어 사람들에게 행복을 주고, 사회를 이롭게 한다는 그런 신념이 있다. 제게는 그게 가장 강력한(powerful) 추진력(drive)이다.”
 
- 홍 교수는 ‘자신이 좋아하고, 잘하고, 가치 있는 일’을 찾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해왔다. 하지만 사람들은 대부분 세 가지를 모두 만족하게 하는 직업이나 직장을 갖기 힘들다. 홍 교수는 굉장히 행복한 경우다.
“저는 행운아라고 할 수 있다. 7살 꼬마일 때 〈스타워즈〉에 나오는 로봇을 보고 하고 싶은 일을 발견했다. 제가 잘하는 일이기도 하다. 또 이로운 기계를 만드는 일은 가치 있다. 그런데 저는 이 세 가지를 충족시키는 ‘직업’이라고는 말하지 않았다. 직업보다는 꿈이다. 꿈과 직업은 꼭 같은 개념은 아니다. 직업에는 가치가 있지만, 자신의 직업을 좋아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직업과는 별도로 꿈은 누구나 추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 홍 교수 부모님의 교육 원칙은 ‘혼내지 않는 것’이었던 것 같다. 데니스 홍 교수가 꼬마일 때 집 안에 있는 TV 등 전자 제품을 부수고…
“안 혼내신 것은 아니다. 잘못했을 때는 혼났다. 단, 집에 있는 가전제품들을 뜯었을 때 호기심, 궁금해서 친 사고들에 대해서는 한 번도 혼내신 적이 없다. 우리 집에 있는 세탁기, 라디오, TV 등 모든 전자제품은 제가 뜯어서 고장 냈다. 한 번도 혼내시지 않으셔서 제가 어렸을 때는 몰랐는데, 저도 부모가 되고 나서 보니… 사실 어렵다. 부모님께 감사한다. 만약 혼났으면, 주눅이 들었을 것이다.”  
 
- 분해만 하고 재조립에는 대부분 실패했는가?
“그렇다. 궁금하니까. 칼러 TV가 제일 처음 나왔을 때다. 신기해서 뜯어봤다. 뜯으면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배웠다. 요즘에는 다 고친다. 요즘에는 부모님 댁 찾아갈 적에 제가 연장통을 들고 가 고쳐드린다. 현명한 투자를 하신 거였다. (웃음)”
 
- 성공하려면, 행복하려면 성공∙행복의 원칙을 아는 것보다 실천하는 게 중요한 것 같다.
“저는 제가 말한 이야기를 실천한 게 아니라, 제가 실천한 것들을 이야기한다. 이번 제 책에 나오는 이야기는, 제가 어디선가 본 이야기, 들은 이야기가 아니다. 제 책에는 100% 제가 경험하고 제가 만들고 제가 생각하고 제가 이룬 이야기만 썼다.”  
 
- 책에 보니까 실패도 많이 했다. 박사 학위 받고 한동안 일자리가 없었다. 교수부임 후에는 연구 제안서가 한동안 통과되지 않았다. 이를 극복한 게 성격이 워낙 낙천적이라서 그런가?
“저희가 성공한 이야기만 듣고 싶어하는 분들도 있다. 하지만 성공 뒤에는 엄청난 실패가 많다. 제 강연을 듣는 상당수 학생은 ‘데니스 홍 교수는 천재니까’라는 식으로 반응한다. 저는 천재가 아니다.  이번 책에서는 실패 이야기를 많이 했다. 정말 대단한 완성품이 나오는 경우에도 그 뒤에는 엄청난 실패가 있다.”  
 
- 로봇학에 대해 일반인들이 꼭 알아야 할 것 혹은 어떤 오해가 있다면?
“우선 로봇이 뭔지 알아야 한다. 로봇에 대해 여러 가지 정의가 있다. 학계에서는 보통 세 가지가 있으면 로봇이라고 한다. 감지하다(Sense), 계획하다(Plan), 행동하다(Act) 이다. ‘센스(Sense)’는 카메라, 마이크로폰 등 외부의 정보를 받아들이는 장치다. 사람의 눈, 코, 귀 같은 것이다. 정보를 받은 후에는 두 번째로, ‘플랜(Plan)’ 즉 어떤 판단을 내리고 계획해야 한다. 인공지능 컴퓨터 같은 것이다. 세 번째는 ‘액트(Act)’다. 어떤 물리적인 일을 해야 한다. 움직이거나 뭔가를 들어야 한다.
스마트폰에는 센서가 달려있다. 안에 컴퓨터가 들어 있어서 판단도 한다. 그러나 스마트폰은 물리적인 일을 하지 않는다. 움직이지 않는다. 그래서 스마트폰을 로봇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승강기는 센서가 달려있다. 5층인지 7층인지 안다. 사람, 물건을 오르내리게 한다. 세 가지가 다 있지만, 우리가 승강기를 로봇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제가 이야기하려고 하는 것은, 로봇의 정의가 딱 정해져 있는 게 아니고 ‘불분명한(퍼지, fuzzy)’한 면이 있다는 것이다. 로봇은 보통 ‘움직이고 일을 하는 기계’라고 생각하시면 된다. ‘지능적인 기계’라는 표현을 쓰는 게 좋을 것 같다.”  
 
- 인공지능(AI) 때문에 미래 일자리 47%가 사라진다는 암울한 전망이 있다.  
“물론 학계에서 사람마다 의견이 다르다. 저는 과장이 좀 많다고 생각한다. 인류가 처음 겪는 새로운 일은 아니다. 산업혁명 때 자동화가 일자리를 가져갔다. 이번에는 두 가지가 달라진다. 첫째, 바뀌는 속도가 빨라진다는 것. 둘째, 그전까지는 안전했던 화이트칼라 직업들도 인공지능이 가져갈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도 일자리가 없어지지만, 그보다 더 많은 일자리가 나올 것이라고 예상한다. 자동차가 생기기 전에는 주유소, 자동차 판매, 보험 같은 게 없었다. 로봇도 새로운 일자리를 많이 만들 것이라고 본다.”  
데니스 홍 교수

데니스 홍 교수

 
- 이번 로봇 혁명만은 예외가 되는 것은 아닐까? 사라지기만 하고 새로 생기는 일자리는 없는 게 아닐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물론 미래학자들이 ‘없어진다’고 하지만, 지금 데이터를 보면, 실증적인 증거(positive evidence)는 없다.”  
 
- 홍 교수는 요리사∙마술사이기도 한데, ‘로봇 요리사’는 어떤가?
“요리도 어떠한 요리냐에 따라 다르다. 일반 사람들이 생각하는 휴머노이드 요리사 로봇은 앞으로 20년 안에도 나올 수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요리하는 로봇이라는 개념이 아니라, 요리를 자동화할 수 있는 기계로 생각하면 충분히 가능하다. 저희도 뭔가 준비를 하고 있다.”  
 
- 살다 보면 사람은 ‘운명’과 마주치게 된다.  
“제 개인적 생각으로는, 어떤 일이 이미 지난 다음에 되돌아보고 해석하는 방법은 쉽다. 그것을 운명이라고 봐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운명적으로 뭔가가 진짜 ‘된다 안 된다’가 아니라 확률적이다. 제 생각에는 우리는 이 확률을 높이기 위해서 우리가 준비하고 노력해야 하는 것 같다. 제 경우에는 어떤 모르는 사람을 만나더라도 항상 진정성∙배려심 있게 대한다.”  
 
- 학자로서 최고의 보람은 아르키메데스의 유레카 같은 순간이 올 때인가.
“‘이게 될까’ 하다가 ‘딱 나왔을 때’ 그때 쾌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하지만 그거 말고도 쾌감은 여러 가지가 있다. 로봇을 만들어서 막 작동하기 시작할 때처럼 말이다. 그러나 우리 로멜라의 가장 자랑스러운 결과물은 논문들이 아니다. 로봇들도 아니다. 바로 우리 연구소를 졸업한 우리 학생들이다. 우리가 배출한 학생들이 사회에 나가서 정말 훌륭한 이 분야의 리더가 된 것을 볼 때… 그 쾌감이 제일 크다.”  
데니스 홍 교수

데니스 홍 교수

 
- 마지막으로 하실 말씀은?
“저는 항상 인터뷰할 때 마지막으로 할 말씀이 제일 어렵다. 한두 시간 더 이야기할 것은 많은데… 굳이 독자들에게 이야기하자면, 자기의 꿈을 추구하는 것보다 인생에서 더 행복한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그 꿈을 찾고, 좇고, 이루시라고 응원하고 싶다.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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