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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업이 노동생산성의 적…재택근무에 눈 돌리는 日기업

중앙일보 2018.07.01 11:00
[더,오래] 이형종의 초고령사회일본에서 배운다(4) 
일본에서 매년 1000명 이상의 노동자가 과로 자살을 선택해 문제가되고 있다. [중앙포토]

일본에서 매년 1000명 이상의 노동자가 과로 자살을 선택해 문제가되고 있다. [중앙포토]

 
일본에서 매년 적어도 1000명 이상의 노동자가 일 때문에 자살하고 있다. 과로 자살의 대부분은 장시간 근로와 관련이 있다. 과로사와 마찬가지로 최근 수년 동안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었다. 장시간 노동으로 업무상 스트레스를 받고 귀중한 목숨까지 잃는 사례가 지속되고 있다.
 
일어로 과로사를 뜻하 ‘KAROUSHI’가 영어 사전에 기재될 정도로 일본의 과로사 문제는 세계적으로 알려져 있다. 일본은 유럽국가와 비교해 노동시간이 길다. 노동법상 1일 8시간, 주 40시간을 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실제로 회사는 무제한으로 노동을 시킬 수 있다.
 
일본 후생노동성은 월 80시간 넘게 잔업을 하는 것을 과로사 라인으로 규정하고 있다. 매월 과로사 라인을 넘어 일하는 직원이 있는 기업이 20%라고 한다(과로사방지대책에 관한 조사, 후생노동성).
 
일본인의 근면성은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기업 전사라는 말이 있듯이 기업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하며 일하는 것을 미덕으로 여겼다. 고도 경제성장기에 열심히 일하면 회사에서 승진 혜택을 받으며 급여도 자동으로 올랐다. 종신고용과 연공서열형 시스템에서 한 회사에서 오래 일하면 인정을 받아 출세할 수 있었다.
 
과도한 노동이 저출산의 주요 원인
그러나 버블 붕괴를 계기로 고도 경제성장시대는 막을 내렸다. 일본인의 근면성은 이제 고도 경제성장기에 만들어진 신화가 되었다. 열심히 일한다고 해서 생산성이 오르는 시대는 지났다. 과도한 노동과 잔업은 사회 곳곳에서 부작용을 낳고 있다. 특히 저출산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일본의 과도한 노동과 잔업은 저출산의 주요 원인이 되었다. [도쿄 로이터=뉴스1]

일본의 과도한 노동과 잔업은 저출산의 주요 원인이 되었다. [도쿄 로이터=뉴스1]

 
과도한 노동은 자녀 양육에 큰 지장을 줘 출산을 주저하는 여성이 적지 않다. 남성은 밖에서 장시간 노동으로 육아에 공동으로 참여하기 어렵다. 경제전문가들은 유럽 선진국과 같이 원칙적으로 잔업을 금지하고 가사, 육아, 간병을 사회 전체에서 계속 지원하고, 남녀가 동등하게 분담하는 새로운 사회문화 풍토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일본 정부는 이러한 시대적 환경에 맞춰 정책관점을 바꾸었다. 일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어 생산성을 올리는 정책을 채택했다. 그리고 일 방식개혁을 최대의 도전과제로 설정했다. 2016년 3차 아베 내각에 ‘일 방식 개혁담당장관’을 신설하고, 그 밑에 ‘일 방식 개혁실현회의’를 열어 실행계획을 만들어 추진하고 있다.
 
기업과 직원들이 일 방식 개혁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일 방식 휴식방식 개선 포탈 웹사이트’도 만들었다. 후생노동성은 노동시간을 개선하고 연차유급휴가 취득을 촉진하는 중소기업에 필요한 비용도 지원하고 있다. 또한 일 방식을 개선한 우수 기업사례를 널리 홍보하며 기업의 적극적인 일 방식 개혁을 유도하고 있다.
 
기업들은 정부의 일 방식 개혁정책에 적극적으로 호응하고 나섰다. 경영환경에 맞춰 다양한 근무형태도 도입하고 있다. 어떤 기업은 일 방식 개혁정책을 경영혁신의 기회로 활용하고 있다. 그중에 대표적인 회사가 리쿠르트 그룹이다.
 
리쿠르트 그룹(인재파견, 판매촉진 서비스 제공회사)은 혁신적인 재택근무제를 실시하고 있다. 사전에 신청하면 횟수에 제한 없이 자택, 카페, 업무 공간 어디에서도 일할 수 있다. 직원 간 희박해진 커뮤니케이션은 채팅 방식으로 해결하고 있다.
 
재택근무제, 업무생산성 1.6 배 높여 
리쿠르트 그룹은 재택근무제를 실시하고 남성직원의 육아휴가 사용을 의무화하여 업무생산성을 높였다. [중앙포토]

리쿠르트 그룹은 재택근무제를 실시하고 남성직원의 육아휴가 사용을 의무화하여 업무생산성을 높였다. [중앙포토]

 
개인의 평가는 성과에 연계하고 있기 때문에 일을 소홀히 할 위험은 매우 적다. 재택근무를 하는 직원들은 통근시간을 줄이고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기 때문에 일찍 일을 끝낸다.
 
일본 총무성은 재택근무제 도입으로 업무생산성이 1.6배 올랐다는 자료를 발표했다. 일 방식 개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현장의 신규사업 콘테스트 제안건수가 2년간 10배나 증가했다.
 
리쿠르트 그룹은 남성직원의 육아휴가 사용을 의무화했다. 자녀놀이 공간이 있는 위성 사무실을 운영하고, 직원의 육아체험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일 방식 개혁에 적극적으로 대처하면서 기업과 직원들이 그 혜택을 받고 있다.
 
토요타 자동차는 대상인력과 직종에 따라 재택근무제를 단계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어린 자녀가 있는 여성은 1일 4시간 출근하고, 나머지 자택에서 일할 수 있다. 생후 1년 미만의 자녀가 있다면 주 1회 2시간만 출근하면 된다. 재택근무제는 업무 경험이 풍부한 여성의 이직을 방지하고, 남성이 적극적인 육아 참여를 돕는 효과를 보인다.
 
그렇다면 일본 정부가 일 방식 개혁을 국가의 최대과제로 추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일본의 인구 감소. [중앙포토]

일본의 인구 감소. [중앙포토]

 
첫째, 인구와 노동력이 급격하게 감소하기 때문이다. 일본의 인구는 2016년 1월 현재 1억2682만명으로 2008년 12월 1억2801만명에 비해 128만명 줄었다. 노동력 인구도 1998년 말의 6793만명에서 2015년 말 6598만 명으로 감소했다. 1996년부터 생산가능인구(15~64세)가 감소하기 시작했고, 2012년부터 감소 폭이 커지고 있다. 매년 80만명 이상이 줄어들고 있다.
 
당연히 기업에 일할 사람이 부족하다. 대안으로 기존의 남성 정규직보다 여성, 고령자, 외국인 인재에 눈을 돌리고 있다. 육아와 가사를 주로 분담하는 여성, 단시간 근무를 희망하는 고령자, 장시간 근무를 기피하는 외국인 노동자를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장래 줄어드는 노동력을 확보하고 성장전략을 추진하려면 같은 장소에서 모든 직원이 장시간 일하는 일 방식을 전면적으로 수정할 필요가 생겼다.
 
둘째, 글로벌화 경쟁에 대비해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 최근 경제의 글로벌화로 기업은 다양한 환경에 대응할 수 있는 다양한 인재가 필요하다. 성별, 인종, 국적에 관계없이 우수한 인재를 활용해 생산성을 높여야 하는 시대가 됐다.
 
그러나 경제전문가들은 장시간 노동과 잔업 환경이 일본 경제의 발목을 잡고 생산성을 떨어뜨리는 원인으로 지적한다. 실제로 정규직 근로자의 노동시간은 2013년에 2018시간으로 1994년의 2036시간에 비해 크게 줄지 않고 있다. 일본 정부는 장시간 노동시간의 대책으로 연차유급휴가취득을 장려하고 있지만, 유급휴가 취득률도 개선되지 않고 있다. 2014년 1인당 연차유급휴가 취득률은 47.3%에 머무르고 있다.
 
경제성장은 취업인구와 노동 생산성으로 결정되기 때문에 취업인력이 줄어드는 상황에선 생산성 향상은 더욱 중요하다. 2016년 일본의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46 달러로 OECD 35개국 중에서 20위를 차지하고 있다. 미국의 60% 수준이다. G7 국가 중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다.
 
1인당 노동생산성은 8만1777달러로 OECD 35개 국가 중에서 21위를 차지했다. 유럽 국가의 노동생산성보다 훨씬 떨어진 수준이다. 일본 정부는 앞으로 노동력이 줄어드는 환경에서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과감한 일 방식의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시간당 노동생산성 상위 10개국. [자료출처 공익재단법인 일본생산성본부, 노동생산성 국제비교 2017년판]

시간당 노동생산성 상위 10개국. [자료출처 공익재단법인 일본생산성본부, 노동생산성 국제비교 2017년판]

 
 
경영비용 증가라는 부작용도  
일 방식 개혁은 비정규직의 처우 개선, 장시간 노동의 개선, 일과 가정의 양립, 다양한 인재의 활용이라는 긍정적인 효과가 많다.
 
반면 일부 경제 전문가들은 일 방식 개혁의 부정적인 측면도 지적한다. 기업은 경영비용이 대폭 증가하기 때문에 큰 부담을 느끼고 있다. 또한 노동의 유연성과 생산성을 높이는 정책이 동시에 실시되면서 정규직의 일자리 안정성이 약해지고 있다.

 
일 방식 개혁정책이 생산성 향상과 경제성장만을 앞세운다면 노동자의 생활 질이 악화할 우려도 있다고 말한다. 무엇보다 노동자의 건강과 생활의 만족도를 중시하여 일 방식을 개선하는 시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형종 한국금융교육원 생애설계연구소장 acemn040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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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종 이형종 한국금융교육원 생애설계연구소장 필진

[이형종의 초고령사회 일본에서 배운다] 한국은 급속하게 초고령사회로 진입하고 있다. 초고령사회에서는 인생 80세 시대와 다른 삶의 방식이 전개된다. 기존의 국가 시스템과 사회 제도 등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해 인생100세 시대에 걸맞는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 앞서 고령화를 경험한 일본의 초고령사회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현상과 대응책 등을 통해 해답을 찾아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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