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法 "7년 전 성매매로 귀화 거부 너무해…혼인 상황 고려해야"

중앙일보 2018.07.01 09:00
서울 양재동에 위치한 행정법원. 문현경 기자

서울 양재동에 위치한 행정법원. 문현경 기자

 
경제적 이유로 국내에서 한 차례 성매매를 했다는 이유만으로 우리 국민과 결혼해 살고 있는 중국 동포를 귀화시켜주지 않는 것은 부당하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중국 국적의 여성 A씨는 2013년 2월 한국 남성인 B씨와 혼인신고를 하고 이후 결혼비자(F6비자)로 국내에 머물고 있었다. 결혼한 지 2년 8개월 정도 지난 2015년 10월, A씨는 법무부에 귀화 허가 신청을 했다. 일반적으로는 5년 이상 국내에 주소가 있어야 귀화를 할 수 있지만, 우리 국민과 혼인한 경우엔 2년 이상이라는 요건만 갖추면 귀화할 수 있다(국적법 6조 2항 1호 간이귀화).
 
법무부. [연합뉴스]

법무부. [연합뉴스]

 
A씨의 신청 이후 1년 11개월 만에 법무부가 내놓은 답은 '불허'였다. '품행 미단정'이 이유였다. 7년 전 한 차례 성매매를 했다가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것이 문제가 됐다. 남편 B씨와 결혼하기 3년 전, 방문취업비자(H2비자)로 한국에 머물렀을 때 경제적 이유로 저지른 일이었다. '품행 단정'은 외국인이 우리 국적을 취득하기 위해 갖춰야 하는 다섯 가지 요건 중 하나다. 
 
국적법상 귀화 요건(국적법 5조)
▶5년 이상 한국에 주소가 있을 것(한국인과 혼인시 2년) 

▶민법상 성년일것 
품행이 단정할 것 
▶생계를 유지할 능력이 있을 것 
▶언어능력·풍습이해 등 대한민국 국민으로서의 기본 소양이 있을 것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부장 조미연)는 22일 법무부가 "'품행이 단정할 것'이라는 요건을 해석할 때 고려할 사정을 공평하게 참작하지 않았다"면서 "법무부는 A씨의 귀화를 불허한 처분을 취소하라"고 주문했다.
 
재판부는 "A씨가 비록 성풍속에 관한 범죄를 저질렀다고 하나 그 기간이나 횟수 및 그 이후 정황에 비춰 그런 행위를 지속적으로 하려고 했다고 보이지 않는다"면서 A씨의 다른 면도 살펴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2010년 당시 A씨가 초범인 점, 경제적 이유였던 점, 횟수가 1회에 불과한 점 등을 고려해 재판에 넘기진 않고 기소유예 처분했다. 
 
서울 양재동 행정법원 외경. 문현경 기자

서울 양재동 행정법원 외경. 문현경 기자

 
재판부는 "A씨는 성매매 사건 후 3년여가 지나 B씨와 결혼했고, 국적취득을 위한 방편으로 B씨와 혼인신고를 한 게 아니라 진정한 혼인의사로 혼인신고를 하고 혼인생활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외국인 배우자도 대한민국 국민과 혼인관계에 있는 이상 우리 사회 일원으로 받아들이기 쉽다는 점에서 국적 취득을 쉽게 허용하도록 하는 제도의 취지에 비춰보면 지금까지 5년여 동안 배우자와 정상적인 혼인생활을 영위하고 있는 A씨의 귀화신청을 허가해야 할 필요가 더 크다"고 봤다.
 
또 A씨가 8년 전부터 화장품 판매원·중국어 강사 등으로 일하며 근로소득세를 내기도 한 점과 이외의 다른 범죄전력이 없는 점도 고려됐다. "이 사건 범죄사실 하나만으로 A씨가 우리 국가공동체의 구성원으로 지장 없는 품성 및 행동을 갖추지 못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것이 재판부의 판단이다.
 
문현경 기자 moon.h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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