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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산가족 상봉 복병은 대북제재 막힌 경유 제공…복안은?

중앙일보 2018.07.01 02:30
8월 20~26일 금강산에서 진행되는 이산가족 상봉행사엔 숨은 복병이 하나 있다. 행사를 치르기 위한 전력을 어떻게 공급하냐는 문제다.
 
지난 2002년 진행된 남북 이산가족 상봉 마지막날, 금강산여관에서 남측 이산가족들이 탄 버스가 장전항으로떠나려 하자 북측 가족들이 헤어짐을 아쉬워 하며 손을 붙잡고 있다. [중앙포토]

지난 2002년 진행된 남북 이산가족 상봉 마지막날, 금강산여관에서 남측 이산가족들이 탄 버스가 장전항으로떠나려 하자 북측 가족들이 헤어짐을 아쉬워 하며 손을 붙잡고 있다. [중앙포토]

 
상봉이 진행될 장소인 금강산 이산가족 면회소와 금강산 호텔, 온정각 등은 약 3년간 방치된 상태다. 시설도 낙후된데다 현지 전력 사정도 좋지 않다. 지난 22일 남북 적십자회담의 남측 수석대표 박경서 대한적십자사 회장이 회담 후 브리핑에서 “(상봉 장소가) 거의 방치돼있었기 때문에 상당한 보수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우려했을 정도다.
 
이에 따라 남측 시설점검단이 지난 27일부터 사흘간의 일정으로 현장을 둘러봤는데 점검 대상 중 한 곳이 장전항 발전소였다. 통일부 당국자는 “상봉 장소로 사용될 이산가족면회소와 숙소인 금강산호텔ㆍ온정각 등을 1차적으로 둘러봤다”며 “전력공급에 필요한 장전항 발전소도 점검했다”고 말했다.
 
문제는 장전항 발전소를 가동하기 위해서는 경유가 필요한데, 경유가 유엔의 대북 제재 대상이라는 점이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지난해 북한의 핵ㆍ미사일 도발에 대한 대응책으로 통과시켰던 대북제재 결의 2397호는 북한에 대한 정유 제품의 연간 공급량을 기존 200만 배럴(에서 50만 배럴로 대폭 줄였다.
 
8월 20~26일 진행될 이산가족 상봉의 주요 장소 중 하나인 금강산 호텔의 모습. [사진공동취재단]

8월 20~26일 진행될 이산가족 상봉의 주요 장소 중 하나인 금강산 호텔의 모습. [사진공동취재단]

 
이에 정부는 이번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인도주의적 사안이라는 점을 부각해 대북 제재 예외로 적용해 줄 것을 미국ㆍ유엔 측과 협의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정부 관계자는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우선 상봉행사에 필요한 경유 제공량을 측정하는 게 우선”이라며 “행사가 여름에 열리는 만큼 (난방에 많은 전력이 소요되는) 겨울보다는 적은 양을 쓸 것으로 예상하지만 대북 제재 위반이 되지 않도록 교섭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월 금강산에서 진행할 예정이었던 남북 합동 문화공연을 앞두고도 정부는 비슷한 협상을 미국과 진행했다. 당시 정부는 공연을 올리기 위해 필요한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 약 1만L의 경유를 북한으로 가져가면서 반출 사실을 미국과 협의를 거쳐 유엔에 신고할 예정이었다.
 
1만L는 약 63배럴로, 대북 제재 결의 2397호의 상한선인 50만 배럴에 턱없이 못 미치는 양이지만 사소한 논란이라도 차단하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미국은 당시 북한에 보낸 경유가 군사용으로 전용되지 않도록 대책을 세울 것을 요구했고, 정부는 사용하고 남은 경유는 다시 갖고 오는 방안 등을 놓고 미국을 설득했었다. 그러다 북한이 일방적으로 공연을 취소하면서 협상도 없던 일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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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당국자는 “이번 이산가족 상봉은 판문점 선언의 이행인 만큼 차질 없이 진행될 것으로 본다”며 “경유 반출 부분에 있어서도 미국 측과 2월에 진행했던 교섭을 참고로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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