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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에 파묻은 홍준표 표지석 하루만에 ‘부활’

중앙일보 2018.06.30 21:16
28일 오후 경남도청 정문 앞에서 적폐청산과 민주사회건설 경남운동본부 소속 회원들이 채무제로 기념식수 표지석을 땅에 묻고 있다. [사진 경남운동본부]

28일 오후 경남도청 정문 앞에서 적폐청산과 민주사회건설 경남운동본부 소속 회원들이 채무제로 기념식수 표지석을 땅에 묻고 있다. [사진 경남운동본부]

경남의 시민단체들이 땅에 묻었던 홍준표 전 경남지사의 채무제로 기념식수 표지석이 하루 만에 부활했다.  

 
경남도는 29일 오전 도청 정문 화단에 파묻혔던 표지석을 복구했다. 도는 꽃을 심어 화단을 조성했다.
 
도 관계자는 “표지석은 예산을 들여 설치한 공용물이기 때문에 화단을 조성하면서 복구했다”며 “기념나무는 말라 죽어 철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도는 지난 27일 고사를 이유로 채무 제로 기념나무를 철거했다. 그러자 시민단체가 표지석도 함께 철거해야 한다며 28일 장대비가 쏟아지는 가운데 도 직원들과 몸싸움을 벌인 끝에 파묻었다.
 
경남운동본부는 “기념 표지석이 영원히 햇빛을 보지 못하도록 땅속 깊이 파묻어 두 번 다시 홍준표와 같은 정치인이 경남을 넘보지 못하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27일 경남 창원시 의창구 경남도청 앞 정원에서 '경상남도 채무 제로'를 기념해 심었던 기념식수를 뽑을 당시 나무 앞에 놓여 있던 표지석. [중앙포토]

지난 27일 경남 창원시 의창구 경남도청 앞 정원에서 '경상남도 채무 제로'를 기념해 심었던 기념식수를 뽑을 당시 나무 앞에 놓여 있던 표지석. [중앙포토]

 
김경수 도지사 당선인 인수위의 명희진 대변인은 이날 “시민단체의 일방적인 채무 제로 표지석 훼손은 유감”이란 내용의 논평을 냈다.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는 경남도지사로 일하던 2016년 6월 1일 경남도청 정문 앞 화단에 채무제로 달성을 기념해 사과나무를 심도록 지시했다. 홍 지사 취임 이후 3년 6개월 만에 1조3488억원에 달하던 경남도의 빚을 모두 다 갚은 것을 기념하는 의미였다. 당시 홍 지사가 직접 나무를 심을 위치와 나무 종류도 골랐다고 한다. 이 나무를 ‘홍준표 나무’라고 부르는 이유다.  
 
당시 홍준표 지사는 “서애 류성룡 선생은 임진왜란 뒤 징비록을 썼다. 사과나무가 징비록이 되어, 채무에 대한 경계가 되었으면 좋겠다. 앞으로 누가 도지사로 오든지 사과나무를 보면 빚을 낼 엄두를 못 낼 것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사과나무는 몇달 못 가 말라죽었다. 도는 사과나무 식수 6개월 뒤 주목으로 나무를 교체했다. 하지만 이 주목도 잎이 누렇게 변하면서 고사위기에 놓였다. 경남도는 나무 위에 가림막을 치고 영양제를 주는 등 각종 방법을 동원해 나무 살리기에 매달렸다. 하지만 이 나무도 결국 죽어 지난해 4월 또 다른 주목으로 교체했다. 하지만 이 나무마저도 제대로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시들시들한 상황이었다.    
 
이 과정에서 경남지역 시민사회단체를 중심으로 홍준표 나무를 없애야 한다는 요구가 계속됐다. 적폐청산과 민주사회 건설 경남운동본부는 지난해 9월 5일 ‘채무제로기념식수’ 표지석 앞에 홍준표 전 지사를 비판하는 팻말을 세워놓았다. 그 팻말에는 ‘홍준표 자랑질은 도민의 눈물이요. 채무제로 허깨비는 도민의 피땀이라. 도민들 죽어날 때 홍준표는 희희낙락. 홍준표산 적폐잔재 청산요구 드높더라’라고 적었다.    
 
경남도는 3번째 나무에게 영양제를 투입하는 등 정성스럽게 돌봤지만 결국 ‘사망 판정’을 받게 되자 철거했고, 시민단체들은 기념 표지석을 묻었다.
 
이에 김경수 경남지사 당선인의 인수위인 ‘새로운 경남위원회’ 대변인은 표지석 훼손에 대해 유감을 표명했다.  
 
명 대변인은 “표지석은 인수위에서 도민의 의견을 수렴해 처리 방안을 논의 중이었다”며 “이 와중에 시민단체가 일방적으로 훼손한 것은 소통과 협치라는 당선인의 소신과 배치되는 행위로 유감”이라고 밝혔다. 이어 “대화와 타협을 통해 새로운 경남을 함께 만들어갈 것을 당부드린다”고 덧붙였다.  
 
배재성 기자 hongdoya@joongn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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