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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금 홍대'서 순찰도는 경찰···그 옆 메모하는 사람들 정체

중앙일보 2018.06.30 14:11
29일 오후 국민참여단원들이 서울 홍대입구 유흥가를 경찰과 함께 순찰하고 있다. 조한대 기자

29일 오후 국민참여단원들이 서울 홍대입구 유흥가를 경찰과 함께 순찰하고 있다. 조한대 기자

29일 오후 9시30분쯤 서울 홍익대 입구 유흥가에는 ‘불금’을 즐기려는 20~30대로 가득했다. 클럽 앞에는 사람들이 긴 줄을 서 자신이 입장할 차례만 기다리고 있었다.
 
불금만 되면 젊음의 용광로가 되는 서울 서교동 일대에는 그만큼 사건·사고도 많다. 이날 순찰을 하던 홍익지구대 권순호(30) 경위는 “강제추행 신고가 하루에 1~2건은 꼭 들어온다. 최근에는 몰카 의심 신고도 자주 들어온다”고 말했다. 
 
권 경위와 함께 길을 걷던 행정안전부 ‘국민참여단’ 단원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들은 정부 기관의 업무를 실제로 체험해 시민 입장에서 정책을 제안하는 역할을 한다. 260명이 꾸려졌는데 이날은 20~60대 참여단 12명이 나섰다. 팀을 나눠 도보·차량 순찰, 지구대 업무를 함께 했다. 경찰 업무를 시민들이 직접 진단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40여 분 간 진행된 체험을 마치고 이들은 지구대 앞 커피숍에 모였다. ‘현장 진단’에 대한 토론을 하는 자리였다. 오후 10시가 넘은 시각이었다. 이 자리에서는 참여단들의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국민참여단원 도성수씨가 홍대 유흥가 순찰 동행을 한 후 자신의 의견을 말하고 있다. 조한대 기자

국민참여단원 도성수씨가 홍대 유흥가 순찰 동행을 한 후 자신의 의견을 말하고 있다. 조한대 기자

참여단 도성수(63)씨는 “순찰 도중에 한 20대 여성이 ‘술집에서 남성끼리 시비가 붙었다’고 얘기하고서는 급히 사라졌는데, 해당 남성이 신고자를 찾는 모습을 봤다”며 “보복이 두려워 신고를 꺼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112에 문자로도 신고가 가능하다는 사실을 많이 홍보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36년 동안 교직에 몸담았다는 홍운식(63)씨는 “유흥가는 사건·사고가 많아 지구대 인력이 부족할 듯 싶다. 하지만 인원 보충이 쉽게 이뤄지기 어려울테니 경찰 퇴직자를 활용하는 방안을 고민해봤으면 한다”며 “지구대 내 행정 업무 등을 돕게 하면 경찰의 업무 강도를 그나마 줄일 수 있을 거 같다”는 의견을 내놨다.
 
경찰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자신을 가정폭력 피해자라고 밝힌 한 여성 참여단원은 “실제로 가정 폭력을 신고해보니, 현재 보다 여성 경찰 비율을 더욱 높여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참여단 활동에 대한 조언도 있었다. 고영은(20) 이화여대 체육과학부 학생은 “홍대 유흥가는 대부분 20대가 몰리는 곳이다. 이번 참여단에 젊은층이 많았다면 이 지역을 많이 찾는 이들의 제안을 담는 기회가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젊은층의 참여를 늘리려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참여단 홍보를 하면 효과를 볼 수 있을 듯 하다”고 말했다.
 
정창성 행정안전부 정부혁신조직실 조직진단과장은 “참여단원들의 다양한 의견을 귀담아 들었다. 시민들과 정부의 시각차를 좁히기 위해 앞으로도 활동을 이어나가겠다”고 말했다.
 
국민참여단 활동은 다음달 6일(서울 영등포경찰서 중앙지구대), 13일(부천원미경찰서 중앙지구대) 현장진단과 두 차례 종합 토론이 계획돼 있다. 국민참여단 신청은 다음달 13일까지 받는다.
 
조한대 기자 cho.hand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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